2015년 12월, 페이스북 창업자이자 CEO인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 주식의 99%, 우리 돈으로 약 52조원을 기부한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기부한다는 쉽지 않은 결단에 한번, 그리고 저커버그가 편지를 통해 밝힌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구체적인 제안과 포부에 감동했다.

반면 저커버그의 기부에 혐의를 갖는 시선도 있다. 첫째, 이 기부가 순전한 자선이 목적이 아니라는 것인데, 그가 공익재단이 아니라 LLC 형태의 회사 설립을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공익재단을 통해 이 돈이 사용된다면 목적사업에 사용해야 되는 것이 의무이나, 사업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는 의무가 있지만 LLC는 유한책임회사이기 때문에 그의 돈이 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이전되는 것일 뿐이며 진실로 공익에 사용될지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둘째, 차라리 세금을 냈으면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공익적으로 돈이 사용될 수 있을텐데 이 큰 돈의 공적인 사용을 개인이 결정한다면 공적 자금의 민주적 운영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처럼 성공한 사업가가 공익에 뜻을 갖고 자선활동을 기획, 실행하는 것을 박애자본주의 (Philanthrocapitalism)이라고 한다. 이들은 재단이나 비영리 단체를 활용한 전통적인 자선의 방식이 아닌 기업을 세워 일으킨 역량을 적극 활용하여 ‘사회적 투자’를 한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들은 전통적인 자선단체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면서 혁신적인 방법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뿐 아니라 막대한 자금으로 문제 해결에 있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성공한 기업가의 막대한 기부금은 시장독점(카네기는 철강왕, 록펠러는 석유재벌이고, 빌게이츠 또한 OS독점으로 많은 비판을 받은 바있다.)의 결과이며, 자본주의 가치에 입각한 박애자본주의는 사회 변화를 이룰 수 없다는 비판적 입장이 있다.

대립되는 이 두 가지 견해를 담고 있는 책이 있다. ‘박애자본주의’와 ‘기업은 왜 세상을 구할 수 없나’는 각각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박애자본주의 

박애자본주의라는 새로운 도전
첫 번째로, 박애자본가들에게 있어 기부는 자선 행위가 아니라 투자 행위에 더 가까운 활동이다. 단, 금전적 이익을 얻으려는 투자가 아니라 사회를 지속가능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투자이다.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투자하는 것은 자신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을 합치시키는 것을 말한다. 일례로 월마트는 2013년까지 상품의 포장을 평균 5퍼센트 감소시켜 배출 쓰레기를 줄인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자체 브랜드 장난감의 포장 상자를 조금만 작게 만들어도 3,800그루의 나무와 1,000배럴이 넘는 석유를 절약할 수 있다. 월마트의 CEO 리 스콧은 월마트가 계속해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주변 환경을 갖춰야 한다면서, 그것이 환경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통장에 이윤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한다.(304∼305쪽)

두 번째로, 박애자본가들은 자선 행위에도 효율과 성과 측정이라는 비즈니스 방법론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종래의 단순한 자선과는 뚜렷이 구별된다. 요즘 자선활동 분야에서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는 것은 투자은행 스타일의 연구조사와 분석을 수행하는 단체들이다. 이들은 기부자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기부 방법을 알려줌으로써 기부의 레버리지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대표적인 회사인 ‘뉴 필랜스로피 캐피털(NPC)’은 새로운 자선가들이 좋아하는 기부 효율성 수치를 제공한다. 자선기관을 지원하는 것에 대한 투자 수익률을 계산하여 기부자들의 기부금이 어디에 쓰였으며 얼마만큼의 효과를 냈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다.(357쪽) 이러한 개입으로 자선사업 영역의 전체 효율성이 증대되고 시스템이 혁신될 수 있다.

세 번째로, 박애자본가들은 모두의 미래를 위한 비전을 향해 과감하고 모험적인 선택을 주저하지 않는다. 그들은 정치가나 CEO들이 할 수 없는 일들을 할 수 있다. 거부들은 정치가들처럼 선거에 임해야 하는 입장도 아니고, 기업 CEO들처럼 수익 증대를 요구하는 주주들의 횡포에 시달리는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박애자본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각하고, 정부로서는 너무 리스크가 커서 취하기 힘든 아이디어도 받아들일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새로운 것을 계속해서 시도할 수 있다. CNN을 설립한 테드 터너는 인류의 미래라는 대의를 위해 유엔에 10억 달러를 투자했다. 미국이 유엔에 대한 원조 약속을 지키지 않아 150억 달러를 연체한 때였다. 결국 그의 투자는 유엔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심어 다시 미국이 유엔에 원조를 하게 만드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이러한 박애자본주의의 특성은 새로운 자본주의가 과거의 승자독식사회로부터 이탈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동시에 기부활동의 틀을 혁신하고 있음을 뜻한다. 이는 ‘승자 독식의 자발적 포기’라는 단어로 집약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나누는 것일까?

– 알라딘 책소개 중

출처 :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7333543

 

왜 기업은 세상을 구할 수 없는가

의약품, 씨앗, 학교만으로 세상은 달라질 수 있을까 
빌 게이츠를 비롯해 멕시코의 카를로스 슬림 등 오늘날 세계적인 기업가들은 대부분 소프트웨어와 무선통신 분야에서 독점 구조를 만들어 엄청난 부를 쌓았다. 성공을 맛본 그들은 사회변화라는 거대한 문제에도 시장의 방식을 적용하려고 한다. 물론 박애를 실천하는 기업들이 가난한 이들에게 새로운 대출을 제공하고, 씨앗이나 학교, 의약품을 만들어서 나눠주는 것은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선행이 자본주의가 낳은 뿌리 깊은 가난이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마이클 에드워즈는 많은 박애자본가들은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문제는 그냥 둔 채 증상만 치유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한다. 현 자본주의 체제가 그들의 부를 지탱해주기 때문이다. 저자는 또한 가난과 불평등, 폭력, 차별을 없애는 데 기업의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성과와 경쟁을 우선하는 기업의 방식은 연대와 인내를 바탕으로 하는 사회변혁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기업의 방식을 사회문제를 해결해줄 마법의 주문처럼 생각한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동안 박애자본가들이 이끌어왔던 박애사업의 현주소와 기업적인 방식이 적용된 현장을 면밀히 살펴보고, 그들의 한계를 정확히 알리기 위해서이다.  

시민사회는 왜 중요한가

역사적으로 어떤 위대한 사회적 대의도 시장을 통해 만들어진 것은 없다. 그보다는 사회정의를 위해 시민사회가 집단의 힘을 발휘할 때 사회는 한 단계 더 발전했다. 마이클 에드워즈는 기업과 시장이 정부와 공공의 이익에 따라야만 불평등이 해소된다고 말한다. 성공한 기업가에게 찬사를 보낼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견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정부와 시민사회는 더 강해져야 한다.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직접 참여해 배려와 연민의 공동체를 만들고 시민사회를 강화해야만 사회는 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 알라딘  책소개 중 

출처 :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1568272

 

재단, 혹은 비영리 입장에서 바라본 견해 – 아름다운재단 간사들의 토론

 A : 저커버그의 기부에 관해 새롭다, 그리고 새롭지 않다는 입장이 있다. 이미 실리콘밸리파운데이션에서는 성공한 기업가들이 DAF(Donor Advised Fund)를 조성하는 붐이 있었다. 재단에 직접 기부하는 것보다 기부자의 의도를 충분히 살리고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제 기대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부상품은 아니다. 저커버그의 LLC 설립에는 기존에 뉴왁지역 교육혁신을 위해 학교에 기부했지만 실패한 것도 주요 이유라고 한다. 하지만 이 지역에는 이전에도 여러 기업가의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뭐랄까 너무나 어려운 지역이었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 교육혁신 성공하면 다른 곳은 다 가능하다고 볼만한 곳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아이들이 학업이 부진했던 이유는 지역의 문제, 삶 자체가 다라져야 하는 것인데 교육에 엄청난 투자를 한다고 해서 달라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B : 빌게이츠가 재단을 만들어 빈곤과 백신 개발에 엄청나게 투자했는데 이쪽 생태계가 망가졌다는 비판도 있다.

 A : 실리콘밸리에서 DAF를 선호한 것처럼 IT 쪽에서는 LLC를 만드는 분위기인것 같다. 이 문제, 사회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라고 봤을때, 저커버그는 기존의 리그에 안 끼워주니 스스로 하겠다는 측면이 있지 않을까. 미국도 한국도 비영리로 와서 사용된 돈, 제도화된 필란트로피의 근간은 한국, 미국의 민주적 방식, 즉 특정한 소유자가 없는 오너십이 없는 곳에 사용된다. 경제학에서 어떤 돈이 효율적으로 사용되는가 보았을 때 1번이 내 돈을 내가 사용할 때 2번. 남의 돈을 나를 위해 사용할때, 3번. 내 돈을 남을 위해 사용할때 마지막이 남의 돈을 남을 위해 쓰는 거다. 구조적으로 기존의 재단이 의사결정구조는 기부자 의사 반영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C : 그런데 한국에는 왜 이런 기업가가 없나.

 D : 한국도 이미 성공한 IT 기업가들의 시도가 있다. 이들도 공익재단과의 연계와 지원보다는 직접 하고자 한다. 분야는 주로 청소년과 어린이에 집중되어 있는 듯하다.

 C : 재단의 의사결정구조가 복잡하고, 오너십이 불분명하다고는 하지만, 공익사업이 오너십으로 굴러가게만 한다면, 본인은 기업가인데 자기 이익이 배제될 수는 없을 것이다. 

 E : 특정 분야에 쏠리는 돈을 재단이나 비영리 기관을 통해서 잘 쓰일 수 있나라는 고민도 있다. 한국의 시민사회가 그런 역량이 있는가, 자신 있는가.

 A: 그래서 이 역량을 잘 보아야 한다. 어떤 것은 자가당착일 수도 있다. 사회 변화라는 것을 어떻게 만들 거냐라고 할때, 돈을 통해한다면, 재단을 통해 돈을 쓰는 것만 답인지. 사회 변화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해야 한다. 더 똑똑하게 쓸 수 있는 방법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어떤 것은 시장화시키는 것은 위험한다. 도의적, 공동체적인 것을 돈으로 해결할 때 공동체적 가치가 무너진다.

 F : ‘왜 기업은 세상을 구할 수 없는가’의 입장은 그렇다면 기업은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너무 배타적인 의견 아닌가.

 F : 이전에는 빈곤, 가난 등이 큰 이슈였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의제가 주목받을 것이다. 다문화, 성소수자 등 사회문제가 굉장히 다양하 되는데, 이것을 정책, 정부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비영리뿐 아니라 다양한 주체들의 협업이 필요하다.

 C : 기부는 정치에 참여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저커버그의 기부행위 자체가 정치적인 것이다.

 A :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쓰는 어드보커시의 의미는 많이 다르다. 미국의 싱크탱크들은 기본적으로 정치 성향이 명확하다. 이들이 하는 티비광고에 내는 내용을 보면 정책 광고인거 같지만 사실은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는 어떤 단체가 어드보커시를 한다고 하면 정책과 연계를 시키지만, 미국은 정당과 밀접하게 연계가 된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어드보커시 단체가 일반 채러티에서 분리되는 근거가 된다. 저커버그가 정치 활동까지 언급한 것은 결국 대선까지 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E : 사회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각자의 역할이 있다고 본다.

 논의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가 될 것 같다. 첫째, 성공한 기업가의 통 큰 기부를 기부문화 확산이라는 측면에서 조건 없이 환영할 만한 일이기는 하나, 그 돈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평가도 있다는 것. 둘째, 저커버그가 대응을 보고 우리 비영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잘 하고 있나? 나…긴장하고 있니?

 

▶  관련기사

세금을 안 내도 되는 법인이다 보니 저커버그가 여기에 주식을 넣어도 증여세 같은 건 없다. 미국 내에서도’주커버그는 재산의 99%를 기부한 게 아니라 정보공개 의무가 없는 개인 회사 설립을 약속한 것이다'(CNBC), ‘돈을 한쪽 주머니에서 다른 쪽으로 옮겼을 뿐'(NYT)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지금은 그저 의지의 단계이기 때문에 저커버그 방식의 잘못된 거라고 비난만 할 수는 없는 애매한 상태이다.
 
저커버그의 기부 약속이 감동적인 이유                                                           
 
미국의 기부 문화를 취약한 공공 복지와 종교적 요인으로 설명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정부 재정으로 책임지는 교육과 보건, 문화 예술 분야에서 정부의 빈자리를 기부가 매우고 있다는 뜻으로 종교적 요인도 기부 문화에 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선단체가 주커버그가 원하는 수준의 혁신적인 사업을 할 수 있다면 굳이 유한책임회사를 설립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자선단체에게 허락해준 활동의 폭이 지나치게 좁다는 것이다. 사랑의 열매가 요구하는 과도한 행정 업무에 고통 수준의 중압감과 피로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물론 기부금의 관리와 집행은 투명해야 한다. 하지만 기부금의 관리가 기부금의 혁신적인 집행과 효율성을 저해한다면, 이는 재검토가 필요하다.
 
“지난해 밀레니얼 세대 조사 결과 84%가 기부를 경험했다”면서 “일을 할 때 재무적 이익과 사회 공헌 등 여러가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동기 부여가 확실하다면 기부에 적극 나서는 성향”이 있다. 
 

[슈퍼리치]기부①’해커 필랜트로피(사회공헌)’ 실리콘밸리 IT부호의 기부혁신

 

▶ 참고자료

4 Steps Priscilla Chan and Mark Zuckerberg Should Take to Make a Difference
Newark Debate Goes On as Schools Spend Down Zuckerberg Gift
Learning From Zuckerberg’s ‘Naïve’ $100-Million Mista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