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비영리조직들은 단순히 일을 잘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활동의 결과가 얼마만큼의 사회적 영향력과 파급력을 가지는지가 중요하게 평가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Social Impact(사회적 영향력), 이미 외국에서는 기업, 재단, 개인들이 비영리 활동에 투자하거나 기부할 때  사회적 영향력을 어떻게 판단하고 평가할 것인가가 큰 화두입니다. 국내에서도 소셜벤처나 사회적기업의 경우, 초기에 사업 모델을 만들 때 Social Impact를 고려하는 움직임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창의적인 공익 활동을 지원하고 발굴하는 아름다운재단도 향후 비영리조직들이 Social Impact를 발휘해 더 큰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이에 소셜이노베이션 그룹(http://socialinnovationgroup.kr)의 양세진 대표와 Social Impact를 주제로 정기적으로 인터뷰를 진행, 그 내용을 비영리임팩트 블로그에 연재합니다. 첫 인터뷰는 12월 10일에 진행됐습니다.                                                                 

 인터뷰어: 아름다운재단 신혜정(이하 신)/ 인터뷰이: 양세진 대표(이하 양) 

출처: http://www.ididadventure.co.uk/Social-Impact

 

  이 블로그 이름을 비영리임팩이라고 붙인 만큼, 소셜임팩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양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소셜임팩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합니다.

   최근 사회 각 영역에서 ‘소셜임팩(social impact,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담론이 부쩍 활발해지고, 공론화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셜임팩에 대한 고민은 아마도 사회변화를 만들어 내되, 단순히 계량적인 산출물(output)이나 혹은 질적인 측면에서의 결과물(outcome)을 넘어서 보다 규모가 크고 지속가능한 차원에서의 큰 변화를 염두에 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좀더 이해하기 쉽게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소셜임팩이란 ‘와우할 수 있는 정도의 규모와 지속가능한 수준에서의 사회변화를 창출하는 힘’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사회적 영향력으로서 소셜임팩을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함께 연관되어 있는 개념인 ‘사회혁신(social innovation)’을 같이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셜이노베이션(사회혁신)이란 ‘기존의 방법과는 다른 창의적이고 상상력에 기반한 접근을 통해 규모 있고 지속가능한 소셜임팩을 가능하게 하는 융복합적이고 정렬된 과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낸 것에 대해서 그것을 소셜임팩을 창출한 소셜이노베이션이라 부르기 위해서는 기존에 쉽게 볼 수 없었던 대단히 창의적인 방법이 활용되고 큰 규모의 변화와 변화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고 있으면서도 다양한 자원과 가치들이 융복합적으로 활용되고 뿐만 아니라 성취하고자 하는 분명한 목표와 전략, 프로그램들 사이에 한방향정렬이 존재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사회혁신을 이야기하면서 산출물(output)이나 결과물(outcome) 수준에서의 변화를 이야기한다면 조금 초점에서 벗어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회혁신이 있는 곳에서는 반드시 사회적 영향력이 존재해야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셜이노베이션이 있어야 소셜임팩이 창출되며, 소셜임팩을 위해서는 소셜이노베이션이 필요한 일종의 상호의존적인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  그럼 그러한 소셜이노베이션과 소셜임팩이 창출되는 것에 있어서 정부, 기업, 시민단체간의 차이는 어떻게 되는지요.

양  기존에도 이노베이션(혁신)이라는 말은 기업과 정부에서 많이 이야기해왔습니다. 이미 20-30년 전부터 기업혁신은 이야기되왔구요, 기업혁신의 영향을 받아서 정부조직도 기업의 전문적인 경영혁신방법을 도입하는 맥락에서 정부혁신을 이야기해왔습니다. 1998년 DJ정부때 행정개혁위원장에 행정학과 교수가 아닌 경영학과 교수를 임명했던 것도 그런 맥락의 연장이었습니다. 그리고 노무현정부때 들어서 정부혁신이 중요한 화두가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공직사회에 성과급제도도 도입되고 고객만족도 조사를 비롯해서 다양한 측면에서 정부기관평가도 아주 강화되었습니다. 그런데, 기업혁신과 정부혁신은 모두 조직내적인 변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물론, 기업혁신과 정부혁신의 열매가 사회적으로 드러나긴 했지만, 사회변화 자체를 목적으로 혁신을 고민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소셜이노베이션으로서 사회혁신은 다른 맥락을 갖고 있습니다. 사회혁신은 시민단체나 사회단체의 조직혁신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혁신의 본질은 그야말로 사회자체의 변화에 초점을 둔 지향과 비전을 의미합니다. 사회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기업혁신이든 정부혁신이든 조직내 혁신은 한계가 있다는 측면에서 최근 사회혁신이 중요한 시대정신으로 공론화되고 있습니다. 

사회혁신은 ‘사회변화를 임팩트 있게 창출하는 것’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혁신의 시대에서는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기업도 정부도 모두가 사회혁신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잘 아시는 것 처럼 박원순 서울시장님도 참여연대,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가게, 희망제작소를 하시면서 우리사회에 임팩트 있는 변화를 혁신적으로 많이 만들어 내셨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임팩트 있는 변화를 서울이라는 구체적인 공간에 초점을 두고 만들어 가기 위해서 서울시장이 되신거구요. 서울시장이 되어서 새롭게 신설한 조직이 바로 ‘서울혁신기획관’이었습니다. 즉 서울이라는 사회를 임팩트있게 변화시키기 위한 서울혁신으로서 사회혁신을 하시겠다는 그동안의 삶이 보여준 철학을 반영한 조직도라 할 수 있습니다. 

사회혁신이 시대정신이 된 21세기는 정부, 기업, 시민단체 뿐만 아니라 시민 개개인 모두가 주인이 되고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출처: http://wiki.ucalgary.ca

 

신  얼마 전에 읽은 글에서 컬렉티브 임팩트(collective impact)라는 개념을 접했습니다. 미국의 방과후 프로그램에 대한 사례였는데요, 방과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학습역량을 임팩트 있게 변화시키기 위해서 지역사회의 다양한 조직들이 연대하고 협력해서 방과후 프로그램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접근을 컬렉티브 임팩트라고 부르는 거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러한 사례들이 많이 없는 것 같은데요, 어떻게 보시는지요.

양  말씀하신 협력을 통합 변화라는 측면에서 컬렉티브 임팩트의 사례가 국내에서는 아직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다양한 단체들이 여러 지역에서 지방정부와도 협력하고 기업들과도 협력하지만, output이나 outcome 수준에서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에 머무르는 수준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프로젝트 결과보고서를 보면 얼마의 돈을 썼고, 몇명이 참여했고, 몇회의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며, 참가한 사람들의 만족도는 몇 점이었다 정도의 수준에서 사업수행경과를 단순 나열하는 방식에 머무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셜임팩의 시대에서는 우리의 헌신과 열정이 투여된 사업을 통해 아웃풋과 아웃컴을 넘어선 임팩트 있는 사회변화는 무엇인지에 대해서 구체적인 내용이 정리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 우리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임팩트 있는 변화에 대한 분명한 목적 지향적인 태도가 요구되는 것 같습니다. 

 

신  그럼, output이나 outcome 수준을 넘어서 소셜임팩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어떤 접근이 요구되는 건가요.

양  우선 비영리단체들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 사업을 통해서 어떤 변화, 얼마나 임팩트 있는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목적 지향적 태도를 갖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환경교육을 한다고 했을 때, 아웃풋 수준의 목표는 몇 명을 교육시키겠다, 교육비 수입으로는 얼마의 수익을 거두겠다로 정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웃컴 수준의 목표라면 교육에 참석한 사람들의 만족도나 교육받기 이전보다 이후에 환경에 대한 마인드가 얼마나 개선되었는지를 파악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임팩트 있는 변화를 생각한다면 접근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합니다. 상호적인 프로세스가 요구되는데요, 우선은 단체 차원에서 환경교육을 통한 임팩트 있는 변화를 정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환경교육에 참여한 분들이 주변 지인 2사람 이상에게 교육에 참여하도록 추천하며, 자신이 거주하는 마을단위에서 환경문제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마을모임을 조직화한다든지와 같은 내용을 임팩트 있는 목표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환경교육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당신들이 이 교육을 통해서 어떤 임팩트 있는 변화를 원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들어야 합니다. 소셜임팩은 한 쪽 이해당사자의 목소리 만으로 정의될 수 없습니다. 양쪽 이해관계자 모두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소통되고 공유되어야 합니다. 

물론, 여기에서 일차적으로 중요한 것은 단체가 소셜임팩에 대한 분명한 이해를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 10년 20년 후에 전사회적으로 소셜임팩에 대한 가치가 일상화되기까지는 우선 단체 차원에서 사업을 수행하는 대상으로서 시민들이 임팩트 있는 변화를 고민할 수 있도록 자극하고 안내해야 할 것입니다. 혹시나 이미 소셜임팩에 대한 의식을 갖고 있는 시민들과 관계를 갖는다 할지라도 단체 차원에서 최소한 질문이라도 먼저 던져야 할 것입니다. ‘당신은 우리들과의 협력을 통해서 어떤 임팩트 있는 변화를 원하십니까?’라고. 

 

신  말씀을 듣고 보니, 시민단체들이 스스로를 시민들의 권리와 복지를 대변한다고 스스로 자임해왔던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시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조직의 의사결정과정과 정책에 반영하는데에는 약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양  그렇습니다. 소셜임팩의 시대는 탁월한 전문성과 안목을 가진 직업 활동가나 전문가들에 의한 운동의 시대를 넘어서, 일상 시민들의 민주적인 참여가 활성화되고 강화되는 것이 중요한 토대가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일종의 파도타기와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output이나 outcome의 시대에서는 단체들이 설정한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 시민들을 조직화하고 의식화했다고 본다면, 소셜임팩의 시대는 단체들이 시민의 파도를 만들려 하는 접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벌써 일고 있는 시민의 파도를 타는 접근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디에서 서핑을 해야 제대로 잘 탈 수 있을지 파도가 큰 규모로 그리고 지속가능하게 일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잘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서울의 성미산 마을공동체나, 원주의 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도 시민의 파도를 잘 탄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는 바로 이러한 시민의 파도가 얼마나 강력하게 일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점에서 단체들이 주도했다고 생각되는 2000년 낙천낙선운동 조차도, 낙천낙선운동에서 운영국장으로 실무를 담당했던 입장에서 돌이켜보면 이미 벌써 일고 있었던 시민의 파도를 운좋게 잘 탄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 뉴욕시의 경우에도 시민들의 창발적인 아이디어를 담아낼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를 열어서 정책에 반영하고 있는데, 이것도 시민의 파도를 잘 타고 있는 하나의 사례라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시민의 파도를 타되, 어떻게 보다 임팩트 있는 변화를 만들어 낼 것인가에 대한 목적 지향적인 고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우리 사회 각 영역에서 활동하는 비영리단체들이 소셜임팩을 염두에 둔 활동을 해야 하지만, 일차적으로는 재단이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젝트와 단체들이 정말 소셜임팩을 창출하도록 어떻게 도울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큰 것 같습니다.

양  저도 바로 그런 맥락에서 재단이 소셜임팩을 고민하는 것에 대해서 대단히 반갑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의 수많은 비영리단체들이 투여하고 있는 그 열정과 헌신이 보다 임팩트 있는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재단이 정말 임팩트 있는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3년은 우리 사회에 소셜임팩이 일상화됨으로 더욱 아름답고 행복한 사회로 변화될 수 있으면 좋을 것 습니다. 그런의미에서 아름다운재단과 소셜이노베이션그룹이 함께 협력해서 소셜임팩을 창출하는 역량이 강화된 비영리단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신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대화에서는 소셜임팩에 대한 좀더 구체적이고 실재적인 내용을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양  네. 감사합니다. 다음에 다시 뵙겠습니다.

 

소셜이노베이션그룹은 개인과 조직의 상생, 신뢰의 영향력으로서 리더십 개발과 사회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조직역량을 구비하도록 돕기 위한 프로그램들을 개발, 매월 공명 리더십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달에는 12월 27~28일 양일간 진행됩니다. 자세한 정보는 온오프믹스 페이지(http://onoffmix.com/event/11078)를 참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