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비영리조직들은 단순히 일을 잘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활동의 결과가 얼마만큼의 사회적 영향력과 파급력을 가지는지가 중요하게 평가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Social Impact(사회적 영향력), 이미 외국에서는 기업, 재단, 개인들이 비영리 활동에 투자하거나 기부할 때  사회적 영향력을 어떻게 판단하고 평가할 것인가가 큰 화두입니다. 국내에서도 소셜벤처나 사회적기업의 경우, 초기에 사업 모델을 만들 때 Social Impact를 고려하는 움직임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창의적인 공익 활동을 지원하고 발굴하는 아름다운재단도 향후 비영리조직들이 Social Impact를 발휘해 더 큰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이에 소셜이노베이션 그룹(http://socialinnovationgroup.kr)의 양세진 대표와 Social Impact를 주제로 정기적으로 인터뷰를 진행, 그 내용을 비영리임팩트 블로그에 연재합니다. 두번째 인터뷰는 2월 8일에 진행됐습니다.             

첫번째 인터뷰 보기- http://research.beautifulfund.org/?p=880                                                   

 인터뷰어: 아름다운재단 신혜정(이하 신)/ 인터뷰이: 양세진 대표(이하 양) 

 

Social impact(사회적 영향력)에 관한 대화 2탄
-Social impact을 위한 조건, 이해관계자 참여와 지역적 협력!

 

 신  그동안 여러 자료를 조사하다보니 Social impact(이하 소셜임팩)에 대한 다양한 시각이 있지만 아직 보편적인 합의가 이루어진 개념정의는 없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셜임팩을 이야기하면서도 계량적 측정지표 중심의 접근을 선호하고 측정 가능성의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중요한 것을 전부 수량으로 측정할 수는 없다. 또한 수량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것이 모두 다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물리학자로서 누구보다도 측정과 계량화를 업으로 삼고 있지만, 계량화의 한계를 누구보다도 통찰력 있게 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소셜임팩을 얘기하면서 측정지표를 고민할 수 있지만, 계량화된 측정지표뿐만 아니라 가능한 모든 이해관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내러티브로 구조화된 이해 가능한 확인지표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신  저도 그 부분에 동감하지만, 국내의 동향을 살펴보면 소셜임팩에 대해 목소리 높이는 그룹들은 주로 기업 사회공헌 쪽과 관련된 일을 하다보니까 투자나 측정, 회계적 지표나 재무적 지표들을 중요하게 바라보는 듯합니다. 

 저도 처음에 사회적 가치를 측정할 때 그렇게 접근했었습니다. 그러면서 느낀 한계가 뭐냐면, 기업은 그런 접근을 할 수 있고 요구할 수 있지만, 복지조직이나 환경조직 같은 비영리 조직들은 수치화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impact investment는 자기들이 투자한 만큼 회수를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명분 있게 투자할 수 있는 측정지표를 중요하게 따지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돈으로 이윤이 나야 하는데, 그 이윤은 숫자로 환산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소셜임팩의 열매는 수치화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을 망각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알코올 중독자를 고용해서 사업을 하는 사회적기업이 있다고 가정할 때, 그곳에서 일하는 알코올 중독자들은 일을 하면서 노동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고, 알코올 중독도 벗어나고, 담배도 끊고, 가정에서 하던 폭력도 끊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지만, 이 회사는 지난 2년 동안 수익을 못 내고 있으며 적자를 보고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아마 impact investment의 관점에서는 이 회사는 투자가치가 없다고 판단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소셜임팩의 관점에서는 이 사회적 기업은 충분히 투자 가치를 갖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이러한 변화를 실제로 만들어 내는 조직들을 더 많이 창출할 수 있도록 어떻게 지역사회의 다양한 내외부 자원을 연계하고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할 것인가가 소셜임팩 컨설팅의 과제일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영리기업의 수치화된 소셜임팩의 접근과는 분명 다른 경로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고민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서 ‘비영리영역에서 말하는 소셜임팩은 이런 것이다’라는 개념정의를 내려줘야 합니다. 우리만의 개념정의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철학에서도 보면 경험주의자인 로크가 말하는 이성과 합리주의자인 데카르트가 말하는 이성의 의미는 아주 다릅니다. 로크의 이성은 경험을 반영하는 수동적이고 도구적인 이성에 불과하지만, 데카르트의 이성은 경험일반을 넘어서는 보편적인 진리의 토대가 되는 선험적인 이성인 것입니다. 따라서 영리조직이 말하는 소셜임팩과 비영리조직이 말하는 소셜임팩이 어떻게 다른지를 이론적으로 실천적으로 정리해야 할 것입니다. 

 

신   investment 관점에서의 자료가 매우 많은데, 수치적으로 환산이 된다거나 너무 회계적 측면에서 바라본다는 한계가 있을 수는 있지만, 사회적 구성원들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이라던가, 이해관계 당사자들을 참여시킨다든가 하는 원칙과 프로세스는 영리 쪽에서도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더라구요. 그러나 결국에는 어떻게 화폐적인 가치로 귀결될 것인가 하는 것에서 맥이 풀립니다. 그래서 화폐적인 가치로 설명하는 것을 넘어서 다른 방식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서 고민이 많습니다. 

양  영리조직이 이해관계자 프로세스를 중요하게 다룬다고 하지만, 사실 엄밀하게 보면 프로세스에서도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임팩트 인베스트먼트도 분명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소통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고민하는 소셜임팩과는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합니다. 이것을 현상학의 후설(Edmund Husserl)이라는 철학자를 예로 들어 설명할 수 있는데요, 후설 역시 상호주관성을 얘기합니다. 주관적인 이성의 독단에 의해서가 아니라 타자의 감정에 감정이입을 충분히 하고 타자의 조건과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고 존중해주는 접근을 이야기하는 것이죠. 그런데, 타자의 감정에 이입하고 타자의 입장을 충분히 헤아리고 존중해서 결국은 주관이성인 내가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입니다. 주관이성의 그림자 안에서 타자의 조건을 검토하는 것이죠. 전 이것을 유사상호주관성, 일종의 짝퉁 상호주관성이죠. 영리기업이 말하는 이해관계자 커뮤니케이션이 바로 짝퉁 상호주관성입니다. 왜냐하면 영리기업 역시 소비자에게 감정이입을 충분히 하고 소비자를 고려하고 존중하지만, 소비자와의 수평적이고 상호주관적인 소통과 토론에 의해서가 아니라, 소비자의 입장과 상황을 고려해서 기업이 주관적 이성으로 판단하고 재구성하여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입니다. 그건 어디까지나 주관이성입니다. 상호주관이성을 말하고 그런 프로세스가 있지만 어디까지나 영리기업의 목적가치나 이윤이라는 틀 속에서 재구성될 뿐입니다. 이 미세한 차이를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말하는 비영리 소셜임팩은 철저하고도 근본적으로 상호주관이성에 의한 접근을 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신   제가 얼마 전에 사례를 하나 본 것이 있는데, 미국에서 커뮤니티 개발을 주로 하는 비영리 조직입니다. 꽤 규모가 크고 오래된 조직인데, 이들이 개발한 Success Measures라고 하는 성과관리 프로그램이 좋은 사례로 소개가 되어 있더라구요. 그래서 이들이 발표한 아티클을 살펴봤더니 그 핵심주제가 의외로 성과측정의 툴에 대한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 진행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만나서 소통하고 그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참여하게 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웠던 것은 모든 프로그램을 기획하거나 설계하기 전에 엄청난 조사비용을 들여서 그 지역의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를 차원이 다른 레벨로 수행했다는 것입니다. 가령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커뮤니티 센터를 이용하는지 조사한다고 할 때 지역 주민들에게 설문조사를 할 수도 있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 때에는 센터에 직접 가서 하루 동안 몇 명의 사람들이 방문하는지 그냥 관찰하는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 여러 가지 척도와 방법들을 사용해서 엄청난 규모의 대대적인 지역조사를 하고 거기서 사업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평가지표를 미리 만들어놓거나 혹은 나중에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 기획 전에 사전조사를 통해서 이슈를 발견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사업이 끝나면 맨 처음에 설계했던 것을 가지고 되묻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것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프로젝트가 소셜임팩트를 창출하려면 그렇게 해야 하는 거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소셜임팩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구조화된 보편적인 평가지표를 미리 정할 수 없습니다. 소셜임팩의 창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조직에 따라, 프로젝트에 따라 그때그때 새롭게 구성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조직의 규모나 사업에 따라 기대하는 소셜임팩의 열매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에 기업들이 ‘사용자경험 디자인’ 혹은 ‘서비스 디자인’을 고민하면서 접근하는 것이 지금 신간사님이 설명하신 사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존의 고객 가치 창조나 만족을 넘어 소셜임팩을 창출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디자인하려면 가능한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프로세스가 구조화되어야 하고, 그들의 욕구를 파악하여 사업을 기획하는 것이 소셜임팩을 창출하는데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용자경험 디자인 혹은 서비스 디자인은 비영리영역에서 소셜임팩을 이야기할 때에도 활용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론입니다. 

 


신 
 사례를 보다보니까 유엔에서도 커뮤니티 개발과 관련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 방법인지에 대한 오랜 논쟁 끝에 사용자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을 하나의 원칙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합니다. 정말 소셜임팩을 창출하려면 그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지역의 욕구를 충분히 조사했는지 점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지역의 욕구를 조사하다보면 그 스펙트럼이 다양하고 역동적일 것이기 때문에 조직 하나가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아주 명확해질 것이고 거기서부터 지역적 협력이나 네트워크가 매우 중요해질 듯합니다. 

양  맞습니다. 아름다운재단과 같은 지원 기관은 개별조직의 프로젝트에 대해 프로젝트 비용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사전 조사비라던지 컨설팅을 지원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지역 단위의 네트워크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빈곤 여성 경제적 자립지원’, ‘생태마을조성’과 같은 이슈를 프로젝트로 삼고 있는 단체들이 한 지역에서 네트워크를 이루도록 배분사업을 설계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목포의 단체들이 사업을 한다면, 목포 지역 빈곤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경력개발, 일자리창출, 전문성 교육,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 그 지역에서 Collaboration을 할 수 있는 단체들을 네트워크 단위로 지원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협력적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단체들이 서로 다른 강점이 있어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예를 들어 복지관, 여성단체,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시민단체, 풀뿌리단체 등 다양한 조직들이 모여서 그 지역의 빈곤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을 위해 총체적인 소셜임팩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소셜임팩은 기본적으로 에코 시스템적인 접근이 요구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에코시스템은 Collaboration이 가진 물리적-전략적인 결합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패러다임입니다. 프로젝트가 종결된 이후에도 그 지역의 여성들이 자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그래야 소셜임팩이 창출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신  오늘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에 다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