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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청의 비밀이란 누구나 자기 자신을 위하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상대방에게 하게 하는 기술을 알고 행하는 것이다”

2019년 2월에 책 『아름다운 제휴: 기업과 시민‧사회단체가 만났을 때』를 읽으며 <나눔북스클럽>을 처음 했을 때가 생각난다. 2017년 9월 『이타주의자의 시대』를 도서관에서 빌려 보면서 책날개에 나와 있는 <나눔북스>(기부문화총서)를 다 읽어보자고 사진을 찍어 포스팅해 두었기 때문이다. 혼자서 하기는 어려운 일인데, 이렇게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런 자리가 있다는 것이 무척 반갑고 설렜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20년 5월에 책모임이 끝났고, <나눔북스> 열네 권을 다 읽었다. 이 기간은 나의 책 읽는 근육이 많이 길러진 시간이었다. 책 전체를 다 읽고 싶다는 욕심과 책에 나온 좋은 문장을 옮겨 적다 보니, 요약은 점점 멀어지고 읽었다는 자부심만 남아 기부문화도서 추천의 순서가 다가올수록 걱정이 되었다. 기부문화도서로 어떤 책을 추천할까 고민하다가 ‘요청’에 대해 모금전문가인 ‘비케이 안’이 쓴 『착한 요청 THE SECRET OF ASKING』을 선택하게 되었다. 저자인 비케이 안은 아시아 최초 국제공인 모금전문가 CFRE이고, 국제비영리협의회(ICNPM) 대표이자, 한국기부문화연구소 소장으로, 나눔, 기부, 필란트로피의 대표적인 전문가다. 책의 앞부분에 나와 있는, 미국 입학사정관이 모금 경험을 중시하는 부분이 기억에 오래 남았다. 어릴 때부터 모금활동을 하면서 ‘거절’을 많이 당해야 학업을 하면서 겪는 ‘좌절’을 이겨낼 수 있기에 면접에서 자원봉사활동보다 모금활동을 중요시한다는 것이다. ‘거절’이라고 하면 안 좋은 경험으로 피하고 싶은데, 요청을 하면서 거절을 접하고 그것을 이겨내는 경험이 학업의 좌절을 극복해나가는데 중요한 자산이 된다는 것이 마음에 크게 와 닿았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요청해야하는 순간이 너무 많다. 6살 조카와 슈퍼마켓에 갔는데, 조카가 갑자기 화장실에 가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슈퍼에는 화장실이 없으니, 참고 집에 가자고 했다. 하지만, 조카는 ‘고모, 물어보면 되지요!’ 하면서 카운터로 가 ‘화장실이 어디 있어요?’라고 물어봤고, 화장실을 안내 받았다. 나중에 남동생에게 이 이야기를 하니, 전에도 그런 일이 있어서 화장실을 물어보라고 가르쳤다는 것이다. 저자가 모금 활동을 하면서 기부와 모금에 대한 통계를 보니, 사람들이 기부를 하는 이유는 요청하기 때문이고, 기부를 하지 않거나, 모금이 실패한 이유는 요청하지 않아서였다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그간 모금전문가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착한 요청 THE SECRET OF ASKING』을 썼다. 다음은 책 내용 중 마크 트웨인이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다.

친애하는 친구여! 자네가 요즘 아주 잘나간다는 소식을 들었네. 찬송가를 사려고 하는데 혹시 1달러 50센트를 빌려줄 수 있겠나? 그러면 하나님이 자네를 축복하실 것이네. 난 그걸 느끼고 잘 알고 있네.           – 마크 트웨인 – P.S. 제발 찬송가를 사서 보내지 말고 돈으로 보내주게, 내가 직접 찬송가를 고를 생각이네.

마트 트웨인의 요청은 착한 요청일까? 나쁜 요청일까? 분명한 것은 재미있는 요청으로 마트 트웨인의 요청을 거절할 친구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2014년에는 미국에서 ‘아이스버킷 챌린지’라는, 얼음이 든 양동이를 뒤집어쓰고 자신의 지인을 지목하여 루게릭병 환자를 돕는 단체에 기부하는 활동이 있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받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였다. ‘아이스버킷 챌린지’에서도 거절할 수 없는 요청의 비밀이 느껴졌다. 다른 사람을 돕고, 재미있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 거절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넓은 의미의 요청은 강도에 따라 그 단계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고 한다.

구걸 → 간청 → 요청 → 의뢰 → 요구 → 명령

스탠퍼드 대학 조직행동심리학 교수 프랜시스 플린의 현장 테스트 연구논문에 의하면 미국 사람들은 요청에 대해 3가지의 큰 오해를 하고 있다고 한다.

오해 실제
1) 실제로 만나 요청하면 잘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직접 요청하면 예상과는 달리 2~3배 더 잘 들어준다고 한다.
2) 요청하는 것이 기부하는 것보다 쉽다. 요청하는 것이 훨씬 어렵다고 한다.
3) 요청을 거절한 사람은 다음에도 거절할 것이다. 한번 거절한 사람이 다시 들어줄 확률이 높다.

미국에서 이루어진 연구이지만 한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오해는 많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요청하는 것이 기부하는 것보다 어렵기 때문에, 다양한 요청의 장이 생긴 것은 기부를 확대하는 중요한 변곡점이 되었다. 국제 구호단체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거리모금과 TV광고를 통해 기부금을 모집하고, 인터넷에서 <해피빈>, <카카오같이가치>, <텀블벅> 등 크라우드펀딩이 많아지면서 다양한 문제해결을 위한 모금활동이 이루어졌고 이는 기부금의 증가로 이어졌다. 착한 요청은 과연 무엇일까? 단체의 존립을 위해 요청하는 것은 나쁜 요청일까? 다행히 저자는 책에서 착한 요청의 기본 요건에 대해 말했다.

도덕적‧윤리적‧자발적이며 상호 이득이 되고 유머러스하면 착한 요청의 기본 요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151쪽)

아직 경험이 많지 않아, 이 깔끔한 정의가 바로 이해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요청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없앨 수 있었다. 내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요청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세상을 바꾸는 방법이 바뀌듯이 세상을 바꾸는 요청이 더 많은 ‘착한 요청’으로 바뀌길 바란다. 내 주변과 세상의 변화를 위해 활동하는 모든 사람들, 시민사회단체, 복지단체, 국제구호단체 등 여러 곳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읽어 본다면 좀 더 용기를 내어 자신의 활동을 위한 요청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정연희 | 나눔북스마스터

자원봉사자에서 활동가로 그 다음은 연구자를 꿈꾸는, 매일 크는 연희입니다. 매순간 여행하는 마음으로 삶의 과정을 즐기며 제가 받은 것들에 보답하고자 오늘도 길을 나서는 길동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