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의 글
「이달의 기부문화도서」에 책을 추천하는 글을 써 달라는 뜻밖의 원고 청탁을 받게 되었네요. 2019년 2월에 시작해서 2020년 5월에 마침표를 찍은 「나눔북스클럽」에 참여한 것이 그 계기가 되었습니다. 「나눔북스클럽」은 아름다운재단에서 발행한 나눔북스 총 14권의 책을 읽는 모임인데요, 이 모임을 완주(!)한 4명에게 ‘나눔북스 마스터’라는 멋진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나눔북스클럽」을 통해 함께 책을 읽은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어가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기부 관련 책 속에서 엿본 모금은 ‘사람을 모으고,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믿고 지향하는 가치에 대한 다짐과 약속’(정현경, 모금가 노트)이었습니다.   글쓰기 비법과 두 대통령의 추억을 함께 만나는 책

제가 추천하는 기부문화도서는 「대통령의 글쓰기」입니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에게 배우는 사람을 움직이는 글쓰기 비법’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책의 뒷표지도 눈길을 끄는데요.

“어떻게 써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가” 대한민국 최고의 연설가, 두 대통령에게 배운다. 청와대 연설비서관이 8년간 직접 보고 들은 대통령의 글쓰기 핵심 노하우

집으로 배달해 읽는 신문의 신간도서 소개글에서 보고 알게 된 이 책, ‘추천글’만 읽어도 서점에 달려가 금방 살 거 같았던 이 책을 웬일인지 여섯 해 넘게 살까말까 망설이다가 펼치게 되었습니다. 몇 해 전엔 하는 일(사회복지)과 관련된 교육에서 강원국 작가의 글쓰기 강의를 가까이에서 들을 기회도 있었는데요. 게다가 새 책이 아닌 헌책을 중고서점에서 반값의 유혹에 뽑아들었습니다.  
이 책을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 읽었는데, 읽는 며칠 간 퇴근이 무척 기다려질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한 장 한 장 술술~ 넘어가는데, 지하철에서 내리기 싫을 만큼 다음 장이 궁금해지는 책이었습니다. 말과 글의 힘을 깨닫는 글쓰기 비법에 관한 내용 뿐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을 다시 만나는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두 분은 어느새 그리운 사람이 되었습니다. 또한 ‘고스트 라이터’ 연설비서관의 세계를 보여주며 김대중, 노무현 두 대통령의 말과 글, 당신의 글쓰기 경험을 두루 나누어 준 강원국 작가에게 참 고마웠습니다. 정치적 모금 전문가였던 두 대통령

후원업무 담당자에게 기부 제안서 준비는 신경이 많이 쓰이고 손도 많이 가는 일입니다. 먼저 제안서 초안을 작성하고, 이를 동료와 상사에게 보여 도움말을 구합니다. 도움말을 듣고 다시 손을 본 다음 지원 관련 기관들에 요청하고 결과를 기다립니다. 제안서를 쓴 담당자만큼 결과를 간절히 기다리는 사람도 없겠지만, 티 나지 않게 담담한 척 기다립니다. 그러다가 좋지 않은 결과를 마주하면 ‘어디가 잘못됐을까?’ 화를 누르고 곱씹으며 돌아보게 됩니다. 기부 제안서를 써야 하는 후원업무 담당자에게 글쓰기는 매우 중요한 능력임에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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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요즘은 제안서뿐 아니라 온라인에서의 글쓰기도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생각 많은 둘째언니’라는 필명으로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생활하던 동생과 함께 지역사회에서 함께살기를 고민하던 장혜영 님의 글쓰기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그 공감이 디딤돌이 되어 국회의원 활동으로까지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설득력 있는 자기만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내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분야,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고민하고, 이슈가 되거나 남들이 흥미롭게 여기는 분야에서 콘텐츠를 찾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합니다. 그런 면에서 ‘좋은 콘텐츠는 사람과 연관 짓는 게 좋고 내 것이어야 한다.’는 대목에 눈길이 갔습니다. 김대중, 노무현 두 분은 그들의 삶과 정치 역정에서 자신의 생각을 말과 글로 풀어 공감을 이끌어내는 능력이 누구보다 뛰어났습니다. 이것이 좋은 연설을 만드는 원동력이자, 사후에까지 국민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습니다. 말하자면, 그들은 우리가 따라가기 쉽지 않은 <정치적 모금 전문가>였던 것입니다. 그들은 요청(asking)의 하나부터 열까지를 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신입 직원 면접을 할 때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읽으며 그의 글쓰기를 유심히 봅니다. 자신에 대해 글로 어떻게 풀어놓는지, 글쓰기를 통해 지원자의 생각의 깊이도 읽으려고 합니다.  

두 대통령에게 배우는 기부 제안서 작성 팁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면 참 많은 글쓰기 관련 도서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제가 처음 만난 글쓰기 도움 책은 이오덕 선생님의 ‘우리글 바로쓰기’였습니다. 나의 말과 글을 새롭게 하는 길잡이 같은 책이었습니다.

● 말과 글이 따로 떨어져, 우리의 삶과 삶의 느낌을 바르고 자유스럽게 글로 표현할 수 없다. ● 이 땅의 민주주의는 남의 말, 남의 글로써 창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말로써 창조하고 우리 말로써 살아가는 것이다. (이오덕, ‘우리글 바로쓰기’에서)

 
이 책에서 기부 제안서를 쓰고 사람을 만나 요청하는 후원업무 담당자가 구체적으로 참고할 만한 기부 제안서 작성 팁을 메모해 보았습니다. 먼저, ‘말과 글은 시작이 절반’이라는 장에서는 첫머리 시작 방법 16가지를 예로 들었고, ‘글을 끝내는 열두 가지 방법’에서는 맺음말 쓰기에 대해 친절히 안내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기부 제안서를 작성할 때 제목을 다는 것은 언제나 거듭 고민되는 일인데요, 글쓰기의 화룡점정에서는 제목 달기의 지혜를 나눠주었습니다. 모금 실무자로 나의 인상은 기부자에게 어떻게 비춰질까요? 어떤 사람이 말을 했을 때, 그로부터 받는 인상은 자세와 용모, 복장, 제스처가 55%, 목소리톤이나 음색이 38%, 내용이 7%의 중요도를 갖는다는 ‘메라비언 법칙’은 모금 실무자가 챙겨야할 내용이었습니다. 나의 자세와 용모, 복장, 제스처, 그리고 목소리 톤이나 음색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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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금 담당자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요? 모금 실무자(전문가)가 가는 길은 어떠해야 할까요? 말과 글을 갈고 닦는 노력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쉽지 않은 숙제를 받아들게 됩니다.

전대진 | 나눔북스마스터

 
지역사회복지관, 장애인거주시설에서 20여년을 일해 온 사회복지사이자, 살고 있는 마을 주민들과 독서모임을 3년 째 꾸려 나가고 있는 열심회원입니다. 이 모임에서 후원을 개발하고 회원을 관리하는 일을 맡아 활동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