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의 글

2017년 7월 도서출판 아르케의 공식블로그에서 이 책의 출간 소식을 처음 보았다. 바로 수원시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하였다. 도서관에 이런 책이 있어 수원시민과 함께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나의 이런 생각에 공감해 주었는지, 8월에 희망도서가 도착했다는 연락을 도서관에서 받았다. ‘착한’이라는 말은 언젠가부터 ‘착한 아이’가 되라는 어린 시절의 절대명제를 넘어 ‘착한 가격’, ‘착한 가게’와 같이 생활 속에서 널리 쓰이고 있다. 지난번에 추천했던 『착한요청』에 이어, ‘착한기부‘는 무엇일지 고민을 나누고자 <이달의 기부문화도서> 추천위원에 다시 지원하였다. 양이 어느 정도 되면 질로 승부하게 되는데, ‘기부의 질’을 고민하며 고른 책이 바로 『인도주의 눈으로 바라본 착한 기부 나쁜 기부』다. 저자는 2001년부터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동북아평화연대 상근활동가로 활동하며 당시 두만강 주변에서 벌어지는 동북아시아 한민족의 비극을 보듬는 사업 – 탈북여성 생계 지원, 중국 조선족 초청 사기 피해자 지원, 러시아 연해주 고려인 난민 지원 활동을 했다. 2009년에는 사단법인 <메디피스>를 설립하였고, 이후 국제 보건 사업과 인도주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메디피스>를 이끌면서 신생NGO를 설명하고 후원자를 찾아나서는 과정에서, 저자는 ‘이제 우리 사회는 기부를 하는 사회가 되었고, 또 그렇게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좋은 기부, 효과적인 기부는 무엇일까?’를 고민하며 책을 쓰게 되었다. 국제 보건 사업과 인도주의 활동을 위한 모금을 하면서, 인지도가 낮은 작은 NGO단체의 어려움과 일대일 아동 결연 기부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문제의식을 분명히 한다.

우리나라의 기부문화가 직면한 문제는 기부 규모의 증대뿐만 아니라 기부를 통해 어떤 변화를 이끌어낼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기부는 단순히 주는 행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부자-대리 기관-수혜자’로 이어지는 일련의 기부 전달 과정과 그로 인해 나타나는 기부의 결과까지를 총칭하는 것이다. 기부는 그 자체로 선한 것이 아니라 그 결과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지기도 한다. (7쪽)

책에 나온 착한기부와 나쁜 기부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착한기부는 기부동기가 인도주의적이고 기부 결과도 좋은 것이고, 나쁜 기부는 기부의 동기가 불순하고 기부 결과도 나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부자의 기부행위는 돈을 내고 원하는 목적지를 가는 택시 승객이 아니라, 영화를 본 후 별점을 주는 관람객과 같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화에 대한 평가가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어 좋은 영화를 만드는데 영향을 주고 사람들이 영화를 고르는데 도움이 되듯이, 기부자의 모니터링이 착한 기부 결과를 가져오고 다른 기부자들이 기부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기부목적과 달리 기부금이 사용되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됐던 새희망씨앗, 이영학 사건 등이 있었다. 순수한 의도에서 기부를 진행해도, 나쁜 기부결과가 이어지는 것이 과연 기부자의 책임일까? 좋은 의도로 기부를 했는데 기부 결과가 나쁘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기부를 하면서 나도 기부금을 내는 것으로 할일을 다 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의 분위기가 기부자들에게 좋은 일에 써달라며 기부금을 내고 그 이후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이 미덕이라고 은연중에 생각한 것은 아닐까? 2013년 7월 <메디피스>는 우리나라 국민들의 기부 행위의 특성을 분석하기 위한 자료로 활용하고자 480명의 시민들에게 설문조사를 하였다. 조사결과, 자신이 기부하는 대리 기관의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기부 과정을 모니터링하는 기부자의 비율은 나이가 젊을수록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부과정에 대한 관심이 향후 더욱 높아질 것을 기대하게 한다(103쪽). 이렇게 기부과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면 좋은 기부의도를 이용하는 나쁜 사례는 발디딜 수 없을 것이다. 우리의 기부가 즐겁고 행복한 일이 되기를 바라며 기부하는 곳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정연희 | 나눔북스마스터

자원봉사자에서 활동가로 그 다음은 연구자를 꿈꾸는, 매일 크는 연희입니다. 매순간 여행하는 마음으로 삶의 과정을 즐기며 제가 받은 것들에 보답하고자 오늘도 길을 나서는 길동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