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종료 청소년 자립지원 토론회> 자료집이 쌓여있는 모습

<보호종료 청소년 자립지원 토론회> 자료집

지난 10월 29일 <보호 종료 청소년 자립지원 토론회>가 낙원상가 5층 <청어람홀>에서 열렸습니다. 80명이 넘는 분이 참석한 뜨거운 현장 속으로 여러분을 안내합니다.

환영사(권찬 아름다운재단 사무총장)

오늘 환영사가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어제 저녁에 자료를 받아 읽으며 힌트를 찾아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자료를 읽고 그만 말문이 막혀버렸습니다. 기성세대로서 이에 대해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요. 누구나 그러하듯 저도 열여덟의 방황과 고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나누게 될 얘기는 그보다 더 먼저 했어야 할 얘기가 아닐까 합니다.

재단은 프로그램을 실시하기 전에 데이터를 만들고, 공유하고, 반성하고, 현장을 관찰하려는 초심이 있습니다. 이것이 오늘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름다운재단 1호 기금이 김군자 할머니 기금입니다. 이 기금은 아동보호시설 퇴소 대학생의 등록금을 지원하는 기금입니다. 김군자 할머니의 말씀이나 행적을 보면 그분이 철학자이면서 교육자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앞으로 김군자 할머니의 사상과 발자취를 책이나 영화로 만들어서 세계로 공유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가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좋은 시작이 되었으면 합니다. 다른 훌륭한 발표자와 토론자가 이 자리를 빛내 주시러 오셨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신선 토론자에게 환영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발제 1. 보호 종료 청소년의 자립지원 실태 및 민간 지원 필요성
(전현경 아름다운재단 전문위원)

전현경 아름다운재단 전문위원이 국내 보호종료 청소년 실태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전현경 아름다운재단 전문위원이 국내 보호종료 청소년 실태에 대해 발표했다.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시설 보호 중심의 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자료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시설 보호 청소년의 대부분은 원가정이 있는 경우입니다. 그리고 원가정1)을 나온 아이들의 절반 이상은 시설로 보내지고 있습니다. 이 사실을 봤을 때 당장은 아니더라도 원가정이 아이들을 수용할 수 있도록 원가정을 함께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1) 아동이 원래 살던 가정을 말합니다.

어제 해리포터를 쓴 작가 조앤 롤링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젊은이들아, 고아원 가서 자원봉사 하지 마.”2) 왜냐하면 아이는 가장 가정에 가까운 환경에서 보호돼야 하는데 시설에 보내지는 것이 옳지 않고, 또 젊은이들이 시설에서 봉사하면서 아이들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형성하는 것도 옳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2) 「조앤 롤링 “젊은이들아, 고아원 가서 자원봉사 하지마”」. 뉴시스. 

원가정을 나온 아이들이 갈 곳은 시설 외에도 가정 위탁, <그룹홈>3) 등이 있는데요. 자료를 보시면 시설이 수용하는 아이들은 평균 46.1명으로 가정위탁이나 <그룹홈>에 비해 월등히 높습니다. 이 정도면 가정에 가까운 환경과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습니다.
3) 아동이 공동으로 생활하는 가정을 말합니다.

보호 종료 청소년 수는 2017년보다는 다소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중간 보호 종료, 즉 만18세 이전에 시설을 나온 청소년(2018년에 344명)은 빠져 있습니다. 중간 보호 종료 청소년은 현행법에서는 다시 시설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원가정 복귀에 실패하면 갈 곳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 친구들이 이후 어떻게 됐는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보호 종료 청소년 중 4분의 1은 1년 내 연락이 두절됩니다. 일시금이 아니라 월 30만원의 자립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이 이를 해소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보호 종료 청소년이 받는 경제 지원은 평균 700~1000만원 수준이며 지역 간 차이는 많이 해소됐지만 수령 시기에는 아직도 지역 간 편차가 있습니다.

보호 종료 청소년 중 대학진학 경험자는 37.8%로 우리나라 평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취업했다가 다시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 학비 지원을 받을 수 없습니다. 학비는 76%가 국가장학금이며 생활비는 주로 아르바이트로 충당하고 있어, 학교 다니면서 생활비를 충당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취업한 보호 종료 청소년의 72.7%는 정규직이며, 평균소득은 123만원인 데 비해 평균지출은 138만원으로 소득이 지출보다 적은 적자구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가정 위탁으로 보호되던 청소년이 보호 종료 후 주거에 대한 정부 지원을 받는 경우가 전체 평균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가정 위탁이 보호 종료 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정보를 얻는 것으로부터 소외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가정 위탁 청소년은 보호 종료 후에도 위탁가정에 계속 머무르는 경우가 많으며, <그룹홈>에 머물던 청소년은 월세, 시설을 나온 청소년은 기숙사에 머무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호 종료 청소년 자립 지원 정책을 검토하기 위하여 선행 자료와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보면 첫째, 보호 종료 연령을 조정해야 한다. 둘째, 학업을 지원해야 한다. 셋째, 주거를 안정시켜야 한다. 넷째, 보호 종료 후 자립에 어려움이 생겼을 때 다시 지원을 재개하는 등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 다섯째, 자립 지원에는 경제적 지원 외에도 사회․심리적 지원 또한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입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자료를 참조 바랍니다.)

전문가 인터뷰에서 나타난 공통된 지적으로 먼저 자립의 개념을 재정의해야 한다. 최저 생계가 아니라 최소한의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생활을 보장하는 수준의 경제적 보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고요. 둘째 당사자 경험에 기반을 둔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이가 원할 때 원하는 것을 주는 지원, 작은 실패와 성공을 반복하면서 자립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한마디로 보호 종료 청소년에게 버팀목이 될 어른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개선 과제로 제도적인 것 외에, 민간이 정부사업 이전 실험적인 시범사업으로 보호 종료 아동에 대한 사업을 선도할 필요성을 제기하였습니다. 물질적 지원을 넘어서는 공동체 통합과 관계망 강화 등 사회적 지원을 보다 강화하는 것, 그리고 보호 종료 청소년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 등을 통하여 민간이 선도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원가족 지원 강화로 가정 내 양육을 지지하고, 국내 입양과 일반 위탁을 활성화하며, 친부모의 친권에 대응한 사회적 보호 의무 강화, 그리고 구체적인 계획에 따라 시설 중심의 현행 양육 구조를 점차 개선해 나아가야 합니다.

발제 2. 아름다운재단 보호종료 아동 대상 지원사업의 전개 및 작은변화
(권연재 아름다운재단 협력사업팀장)

권연재 아름다운재단 협력사업팀장이 아름다운재단의 보호종료 아동 대상 지원사업를 소개하고 있다.

권연재 아름다운재단 협력사업팀장이 아름다운재단의 보호종료 아동 대상 지원사업를 소개했다.

아름다운재단의 보호 종료 아동 대상 지원 사업은 교육비 지원과 주거 안정 지원 두 가지입니다. 교육비 지원 사업은 2001년부터, 주거 안정 지원 사업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시행하였습니다.

대학생 교육비 지원 사업은 보호 종료 아동의 안정적인 사회 자립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습니다. 이 사업에는 교육비 지원 외에 장학생 MT, 홈커밍데이 등 사업을 진행하는 중간 중간 관계망 형성을 위하여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포함하였습니다. 교육비만 주는 것이 아니라 관계망과 지지 체계 형성을 아울러 도모한 것입니다.

대학생 교육비 지원은 2012년까지는 등록금을 지원하는 것이었으나, 2012년 국가장학금이 확대됨에 따라, 오리엔테이션, 엠티, 연수교육 등을 추가하였습니다. 2013년부터는 모니터링을 통한 사례관리4)를 시작하였으며, 2014년에는 종전에 1년이던 지원 기간을 2년 연속 지원으로 늘림으로써 지원의 안정성을 도모하였고, 학업생활 보조비를 신설하였으며, 대상자 참여 프로그램을 확대하였습니다. 2015년에 장학생 특전 프로그램을 시작하였는데 이듬해인 2016년에는 이것이 더욱 확대되었습니다. 2017년부터 국가장학금이 보다 확대됨에 따라 자기계발비 전면 확대하였습니다. 2018년 종별식에는 졸업생도 참여하도록 하여 이들의 관계망을 강화하도록 하였습니다. 2019년에도 사람책 활동 등 졸업생들도 함께 하는 팀 활동으로 확대하였습니다.
4) 사례관리(case management)란 복합적이고 다양한 욕구가 있는 대상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연계 · 제공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상담하고 평가(monitoring)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 사업의 지원 현황과 성과는 (자료 참조). 2017년 이후 높은 신청률을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사업성과에 대한 인식은, 첫째 교육기회와 체험 격차와 불평등을 해소하고 다양한 배움의 기회 제공을 통한 교육 선택권을 보장하였습니다. 둘째 현재의 성적보다는 사람을 보는 선발제도를 운영하였으며, 고통을 드러내기보다 희망을 발굴하려는 관점으로 접근하였습니다. 셋째 사업의 관점을 지원대상자(수요자, 당사자) 관점에서 바라보았습니다. 넷째 장학생 간 지지체계 형성을 돕는 사업적 장치를 마련하였습니다. 다섯째 이 사업의 혜택을 받은 아동이 기부자가 되는 등 나눔의 선순환을 이루었습니다.

주거 안정 지원 사업은 2013년 양육시설 퇴소 아동의 자립을 위한 <열여덟 어른의 자립 정착 꿈> 캠페인에서 비롯되었으며, 이후 ‘자립정착금 사용실태 및 자립비용 산정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2016년부터 3년에 걸친 시범사업을 진행하였습니다.

이 사업은 보호 종료 아동에 대한 실질적 주거비 지원을 통하여 이들의 자립 기반을 마련하고, 주거 관련 교육을 제공함으로써 자립 역량을 기르고 자립 안전망을 마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습니다. 이 사업에는 주거비 지원 외에도 자립역량강화 교육, 재무상담, 반찬두레활동, 오리엔테이션 사례관리 등을 포함하였습니다.

이 사업의 연도별 주요 진행 내용은 (자료 참조).

이 사업의 지원 현황과 성과는 (자료 참조).

사업성과에 대한 인식은, 첫째 실질적 주거비 지원을 통한 안정적 자립기반을 도모하였고, 둘째 주거 관련 교육 제공을 통하여 자립 역량을 강화하였으며, 셋째 주거환경 모니터링 및 사례관리를 통한 자립안전망을 마련하였고, 넷째 조사연구를 통한 사회적 관심 촉구 및 정부 정책의 변화를 도모하였다는 것입니다.

토론. 실효성 있는 지원을 위한 정책 방향과 민간 지원
(좌장 : 한태윤 아름다운재단 변화사업국장)

토론자 왼쪽부터 신선(아름다운재단 ‘열여덟어른’ 캠페이너), 김성민(브라더스키퍼 대표), 한태윤(아름다운재단 변화사업국장), 이경원(아동권리보장원 아동자립국 국장), 유원선(함께걷는아이들 사무국장), 정익중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토론자 왼쪽부터 신선(아름다운재단 ‘열여덟어른’ 캠페이너), 김성민(브라더스키퍼 대표), 한태윤(아름다운재단 변화사업국장), 이경원(아동권리보장원 아동자립국 국장), 유원선(함께걷는아이들 사무국장), 정익중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토론 1. 신선 (아름다운재단 ‘열여덟어른’ 캠페이너)

오늘은 인터뷰 사례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왔습니다. 보호 종료 청소년의 자립 지원에 있어 경제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당사자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보호 종료 청소년의 자립에 관한 지금의 정책은 자본이나 주거 기반만 고려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사자들이 실제 내고 있는 목소리는 정책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첫째, 지원의 지역별 차이가 큽니다. 지역마다 천차만별이던 지원 금액은 올해가 돼서야 5백으로 맞춰지는 중입니다. 이런 지원은 거의 수도권 위주이며, 정보 전달이 원활치 않은 지방은 지원을 받는 비율이 매우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원 받는 과정이 어려워서 신청하는 도중에 지원받기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원에 관한 정보도 시설로부터 안내받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을 통해 알음알음 듣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자립수당이라는 것이 생겼는데도 모르는 친구가 많아요. 주거 지원 통합서비스는 홍보 미흡으로 대부분의 지역에서 미달되고 있습니다. 주민센터 직원을 누굴 만나느냐에 따라 ‘지원을 받고 못 받고’가 갈린다고들 합니다. 지원 못 받은 친구는 세상과 연락을 끊기도 합니다.

둘째, 수요자의 실제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해 주기 바랍니다. 대부분의 정책이 주거지원에만 몰려 있습니다. 큰돈을 만져본 경험이나 관리 능력이 없는 시설퇴소 아동이 한꺼번에 천만 원을 받으면 탕진해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월 일정 금액을 자립수당으로 지불하는 방법은 큰 도움이 됐지만, 이마저도 이를 당겨쓰면 소용이 없게 됩니다. 자원을 관리 기술이 꼭 필요합니다. 이게 없으면 금전적인 지원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것에 불과합니다. 주거관리 기술도 필요합니다.

셋째, 보호 종료 아동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없어져야 합니다. <악인전>5)이라는 영화에 보면 사이코패스 살인마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이 살인마에 대하여 부모의 학대, 보육원에서 길러졌다는 짧은 설명으로 끝내고 있습니다. 저는 이 영화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고아(孤兒)’나 ‘고아원’이라는 표현을 들어도 불편합니다. 왜 우리는 ‘외로운 아이’라고 부르나요. 왜 예비범죄자라는 사회적 딱지를 붙이나요. 매체나 언론에서 조장하는 이런 그릇된 이미지는 바로잡아야 합니다.
5) 이원태 감독. 마동석, 김무열 등 출연. 2019년 개봉.

넷째. 보호 종료 아동에 대한 심리적 지원이 필요합니다. 처음에 취업 나갔다가 취업한 회사를 그만두고 시설로 다시 돌아오니 취업실패자라는 낙인을 찍은 사례. 병이 걸려도 지원을 받을 방법을 알지 못해서 전전긍긍하는 사례 등이 있습니다. 자립 중에 겪는 이런 저런 어려움 중 어지간한 것은 우리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해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심리상담은 우리끼리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보호 종료 아동을 위한 심리 상담을 따로 하는 기관도 없습니다. 보호 종료 아동은 예기치 못한 상황에 닥치면 의지할 곳이 없습니다. 저는 보호 종료 아동만을 위한 별도의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금 외에도 정보, 지지가 다 필요합니다.

제가 이 자리에 서게 된 이유는 <열여덟 어른> 캠페인에 당사자 캠페이너로 나섰기 때문입니다. 보호 종료 아동 대다수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이 보호 종료 아동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삽니다. 그러나 이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우리 삶, 우리 처우가 나아지지 않으리라는 생각에 나서게 되었습니다. 괜히 잘못 나섰다가 보호 종료 아동에 편견이 심해지면 어쩌나, 걱정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인터뷰에 나선 친구들이 웃으면서 솔직히 자신의 얘기를 해 줘서 힘을 얻었습니다. 저 말고도 박도령, 전안수, 김준형 님이 함께 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6). 이런 일련의 캠페인을 통해 보호 종료 아동에 대한 제도와 인식이 개선되기 바라며, 여러분께서 많은 관심 가져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6) 연극 ‘열여덟 어른’(박도령), ‘원’ 굿즈 디자인(전안수), 김군자 블렌드 펀딩(김준형).

토론 2. 김성민 (‘브라더스키퍼’ 대표)

저 또한 보육원 출신으로, 보육원을 퇴소한 후 너무나 어려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두려운 것은 퇴소한 날을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퇴소 후 어려움을 겪는 선배들 얘기를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제가 퇴소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우리들의 삶과 세상은 전혀 바뀌지 않았고, 이윽고 저에게도 퇴소할 날이 다가왔습니다. 저는 그러나 보호 종료 아동에 관련한 비영리단체에서 7년 동안 이들을 지원하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최선을 다해 일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첫 번째 문제를 겪었습니다. 이들이 교육과 지원을 받는 동안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게 중단되면 문제가 생겼습니다. 남자는 범죄 가담하거나, 여자는 성매매에 연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소식을 매일 매일 들었습니다. 여전히 문제는 심각했고, 후원만으로는 이들이 제대로 자립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왜 해결되지 않을까. 저는 이들에게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들에게 일자리를 주셨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문제. 오래 다니지 못했습니다. 가장 오래 근무한 경우가 3개월 정도. 왜일까. 이 친구들 – 직장에 다니다 그만 둔 – 을 다시 인터뷰했습니다. 인터뷰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는데요. 왜냐하면 직장을 그만두는 친구들 중 90퍼센트 이상이 그만둘 때 잠적하기 때문입니다. 이 친구들이 다시 나타나는 경우는 본인이 괜찮아지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입니다.

아이들이 오래 다니지 못하고 그만두는 것, 그만두면 잠적하는 것. 그 이유는 아이들의 내면의 상처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이들에게 일자리를 주시는 분들은 대개 좋은 분들입니다. 그런데 회사에서 이들에게 잘해주면 내가 보육원 출신이라서 그런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혼이 나는 경우에도 내가 보육원 출신이라서? 모두 이렇게 상황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일자리 이전에 아이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우선임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여러 보육원을 다닐 때, 아이들이 저를 환영해 주었습니다. 아이들이 자존감을 회복하는 것을, 저를 통해 용기와 희망을 얻는 것을 느꼈습니다. 실제로 보육원을 퇴소한 친구들이 보육원에 가서 아이들을 돌봐주면서 자신의 사례를 얘기해 주면 아이들이 자립하고 상처를 보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았습니다. 시설에 있을 때부터 심리치료를 하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보듬으면 이 아이들이 나중에 자립할 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이런 상처는 옛날부터, 부정적인 경험을 통해 오랫동안 누적된 것입니다. 그들이 죄를 짓거나 선택해서 보육원에 간 곳이 아니라는 점은 알려줄 사람은 선배밖에 없겠구나. 그래서 브라더스키퍼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지금 브라더스키퍼를 같이하고 있는 이 친구들도 처음에는 제 눈을 쳐다보지 못할 정도였는데요. 지금은 당당하고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일반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계속 인식시켜야 합니다.

보호 종료 청소년 자립 지원 정책과 관련해서, 지원을 받는 아이들이 계속 지원을 받는 문제를 지적하고 싶습니다. 사각지대 안에서 또 다른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 아이들이 더 걱정입니다. 지금 이상의 사각지대를 만들어내는 제도는 없어져야 합니다. 이 아이들을 보편적으로 지원해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여기에 오신 분들이 함께 고민해 주셨으면 합니다.

아이들이 받는 자립지원금을 어디에 쓰는지 파악해 보면, 대부분은 유흥비로 이 지원금을 ‘탕진’하고 있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원금을 일시금이 아니라 매달 조금씩 줘야 합니다. 이 방법은 아이들이 지원금을 탕진하지 않게끔 하는 방법이면서, 아이들과 계속 연락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나무는 홀로 자랍니다. 그리고 모두를 내주고 이롭게 하지만 아무도 해치지 않죠. 나무의 이런 모습은 우리 아이의 마음과도 같습니다. 이 아이들은 자신이 받은 보살핌을 갚고, 비슷한 처지의 동생들을 도와주려는 고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무는 그러나 홀로 자라지 않습니다. 나무는 땅, 물, 바람과 연결돼서 자랍니다. 그러니 자립이란 나무처럼 홀로 자라지만 또 기대는 것이기도 합니다.

제 얘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토론 3. 이경원 (아동권리보장원 아동자립국 국장)

제가 지금까지 나온 얘기를 들으며 느낀 것은, 이 자리에 복지부 과장님을 모시고 왔어야 하나. (웃음) 이 말씀들을 제가 잘 소화해서 정책으로 연결되게끔 잘 전달하겠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저는 공공과 민간을 연결하는 제 입장에서 생각을 말씀드려 보려고 합니다.

사실 보호 종료 아동에 관한 공공의 지원은 거의 없다시피 했지만, 올해에 많은 지원이 생겼습니다. 자립수당. 주거 지원 사업. 보호 중인 경계선 아이들에 대한 지원사업도 생긴 한 해였습니다. 지원이 생겼다고 다 잘 굴러가는 것은 아니고 재원이 마련되었다 하는 수준입니다. 자립수당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우려의 목소리 때문에 자립수당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 거구요. 좀 더 고민 후 도입됐으면 많은 분들이 말씀하셨던 안타까운 사례가 없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 문제는 앞으로도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공공의 영역에서는 내년에 아이들의 자원관리 교육을 강화하고자 하며, 이와 관련한 예산도 확보하였습니다. 가능한 예정 인원에 대해 전수에 가깝게 교육을 하려고 합니다. (주거) 지원 받는 것이 240호에 불과하지만. 주거지원에는 30호 당 1명의 사례관리사가 붙을 예정입니다. 사례관리사는 자립 지원과 지지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며, 자원연계 역할도 하게 됩니다.

지금까지는 시설을 통해 현금을 지원하는 방식이 주였습니다. 자립과 관련한 확실한 목표도 부재했습니다. 진학률이나 취업률이 목표라면 목표라고 할 수 있는데요, 앞서 여러 토론자께서 말씀하신 심리․정서에 관한 내용은 평가지표가 아니기 때문에 지원이 없었던 것입니다. 공공에서는 이 개념에 변화를 주려고 하고요. 민간에서도 지원의 목표를 무엇으로 보고 지원하실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우수한 인재 육성이 지원 목표는 아니지 않을까요. 그보다는 사각지대 해소 같은 것이 목표가 될 것입니다. 목표가 있어야 사업이 성공할 수 있습니다.

공적부문에서 부족한 것 중 하나가 전달체계입니다. 민간에서도 어떤 전달체계를 활용할 것인지에 관한 내용이 사업 기획 단계부터 고려돼야 합니다. 왜냐하면 전달체계에도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사업의 성공을 위해 전달체계의 고려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 문제에 관하여 후원자를 납득시켜야 하는 고충은 이해됩니다만, 활동가가 나름의 논리를 가지고 후원자를 잘 설득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공공에 존재하는 사각지대에 대한 지원을 민간에 요청 드립니다. 국비가 들어오기까지 민간에서 이를 시범사업 형태로 지원하면 좋겠습니다. 공공에서 하기 어려운, 소수에 대한 과감한 시도를 부탁드립니다. 공공에서 하기 어려운 사각지대가 무엇인지는 다섯 개의 키워드로 말씀드릴 수 있어요. 진로/취업/심리/정서/경계선. 이 부분에 대해서는 민간의 역할을 당부 드립니다.

여기까지 말씀드리고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토론 4. 유원선 (‘함께걷는아이들’ 사무국장)

사회복지법인 <함께걷는아이들>은 (사)들꽃청소년세상과 함께 2011년부터 8년째 거리에서 위기상황에 놓인 청소년을 만나는 <EXIT 버스>를 운영해 왔습니다. 거리에서 새벽까지 ‘탈가정’한 청소년을 만나고 기존의 서비스와 연계하는 일을 해 왔으나 이들 중 상당은 기존 서비스(시설, 유관기관)에서 거부당하고 본인들도 가기를 원하지 않아 그대로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청소년이 청년이 돼도 그 삶이 나아지지 않아서 18-24세 청소년이 임시 거주할 수 있는 주거 공간 <자립팸 이상한 나라>를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청소년을 “보호”하는 형태는 크게 2가지 축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하나는 보건복지부의 정책이고 다른 하나는 여성가족부의 정책입니다.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요보호 아동” 중심의 정책을,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는 “가출 청소년”에 대한 정책을 진행하여 전자는 양육시설, 그룹홈, 위탁가정 등으로, 후자는 일시, 단기, 중장기 쉼터 등으로 정책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복지부는 부모의 보호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해체가정7)의 아동에 대해 18세까지는 정부가 보고하고 18세 이후에는 자립관, 자립정착금 등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반면 여가부는 ‘가출 아동‘을 임시로 보호하고 가정으로 복귀시키는 것을 정책 목표로 합니다. 따라서 자립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이 복지부보다 상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아동 학대 피해 아동이 탈가정 하면 여가부로, 신고가 들어와서 분리되면 복지부로 가는 아이러니. 부모가 못 키우겠다고 양육을 포기하면 복지부로, 방임해도 적극적으로 포기(?)하지 않아 참지 못한 자녀가 탈가정 하게 되면 여가부 또는 거리로 나오는 상황입니다.
7) 보통 부모가 판단하거나 아동 학대 등으로 신고가 들어온 경우입니다.

오늘 발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복지부 요보호 아동에 대한 자립도 미흡하지만 여가부 ‘가출 아동’에 대한 자립 지원은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자립지원금이나 LH 입주 자격 등에 모두 해당하지 않는 것이죠.

그런데 심지어 복지부, 여가부 어디로도 가지 않는 청소년이 거리에 있습니다. 이들은 점점 더 많아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많아질 전망입니다. 가정 내에서의 갈등8)으로 거리에 나왔는데 쉼터에 가면 가출 신고 여부를 확인하여 가정에 연락하거나, 규율이 너무 심해서 답답해서 본인이 거부하거나, 범죄 경력이 있거나 문제를 일으킨 청소년의 경우 시설에서 거부하는 경우 등 다양한 이유로 거리의 청소년은 시설에 들어가려고 하지 않고 또 들어가지 못합니다. 그룹홈이나 양육시설은 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의 입소를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를 다니는 청소년만으로도 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죠. 거리에서 청소년들은 당장의 잘 곳, 생계를 위해 범죄나 성매매 등에 쉽게 노출되고, 이러한 범죄 경력은 다시 또 이들의 자립에 방해 요소가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8) 청소년 가출이유 ‘부모님 등 가족과의 갈등’ 70% / 한국여성정책연구원 통계 DB

거리에서 청소년을 만나는 활동가들은 청소년에 닥친 위기 상황에 대안을 제시해줄 수 없는 막막함을 접하게 됩니다. 가정도 시설도 가지 않는 청소년에게 범죄나 위험한 상황 외에 어디로 가라고 할 수 있을까요? 어떤 희망을 제시할 수 있을까요? 그것이 단순히 그들 개인의 잘못일까요? 그러한 답답함을 가지고 위기 상황의 청소년을 지원하는 현장의 네트워크 모임인 <자몽>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청소년의 자립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청소년에게 심리․정서적 지원을 어떻게 제공해야 하는지. 청소년에게 기본소득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이러한 내용들을 현장과 인권교육센터 <들>과 함께 고민하고 연구한 지 올해로 5년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자몽 네트워크의 고민 끝에 올해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를 결성하게 되었습니다.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는 제목 그대로 청소년의 ‘주거권’을 고민합니다. 청소년이 가정에서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을 때 그들이 갈 곳은 정말 ‘시설’이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그런 면에서 전현경 위원님의 발표 마지막 “시설 보호 중심의 현재 구조에 대한 획기적 변화” 제안에 적극 동의합니다.

청소년에게 ‘가정 외에는 시설’이 아닌 다양한 선택이 주어져야 합니다. 현재 <청소년주거권네트워크>에서는 해외 사례를 연구하고 있는데요. 해외에서는 탈가정 청소년을 ‘홈리스’로 규정하여 ‘Housing First’ 정책을 청소년에게도 적용합니다9). 우선은 청소년이 원하는 여건의 주거를 먼저 제공하려고 노력하는 것이죠. 그 주거는 기존에 살고 있던 지역사회 내의 ‘host home’일 수도 있고, 독립 주거일 수도, 공공 주거일 수도 있습니다. 현재 서울시에서 발달장애인, 정신질환자, 노인 등을 위해 주거+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원주택’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원주택의 대상에 청소년을 포함하는 것을 먼저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9) 우리나라는 노숙자를 18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18세 미만의 청소년은 노숙 정책 적용에서 배제됩니다.

앞에서 언급한 <자립팸 이상한 나라>는 청소년기를 거리에서 보낸 청소년이 18세 이상이 되어도 불안정한 주거, 일자리, 건강의 문제에서 헤어나기는커녕 오히려 더 심각한 어려움 속에 있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단 몇 명의 문제라도 해결해 보고자 5명이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집을 마련하여 5년 넘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청소년은 최대 2년 동안 이 집에서 거주할 수 있는데 현재 이 집에서 “출국”10)한 20여명이 청(소)년들이 쉽지는 않지만 자립하여 지내고 있고 이들을 지속적으로 만나고 있습니다. 이 집은 규칙이나 제재가 없이 함께 살고 있는 청소년들의 공동 주거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당연히 이 안에서는 많은 싸움과 문제가 일어납니다. 때로는 5명이 함께 사는 공간이 아닌 독립적 주거 공간을 절실히 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희의 바람은 <자립팸 이상한 나라>와 같은 대안 주거 공간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주거 공간이 다양한 지역사회 안에서 더 많이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10) 시설에 입/퇴소하는 것이 아니라 “이상한 나라”에 입/출국한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의 청소년 자립 정책은 18세 미만 청소년에게는 ‘미성숙=독립불가’의 프레임으로 어떠한 독립적인 권리(임대차계약 불가능, 독립적 수급 자격 불가 등)도 허락하지 않다가 18세가 넘어가는 순간 혼자 알아서 살라 하며 내팽개치는 형국입니다. 다양한 청소년을 “시설, 관리, 요보호”라는 프레임에 가둘 수는 없습니다. 18세가 넘어섰다고 선을 긋고 혼자 알아서 살라는 식의 자립으로 내몰 수도 없습니다. “함께 서는 자립”으로 다양한 대안들을 함께 고민하며 만들어갈 때 위기 상황에 처한 청소년이 이를 벗어나 건강한 자립에 들어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토론 5. 정익중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올해 몇 번이나 보호 종료 청소년을 주제로 토론을 했습니다. 최근에는 ‘불가능을 강요하지 말라’는 취지의 시론11)을 쓰기도 했습니다. 이제는 말은 그만하고 실행을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하려던 말은 앞서 다른 토론자들께서 다 하셨지만, 그래도 몇 가지만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11) 「[기고] 보호종료 청소년에 불가능 강요 말길/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서울신문. 

어제, 성인 입양에 관한 뉴스가 있었는데요12). 이제 사회에 적응하는 보호자가 되고자 한다고 합니다. 이 기사는 오늘 주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보호 종료 청소년에 대해 선진국은 금전 지원을 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돈이 가장 저렴하게 전달할 방법이기 때문에 금전 지원 위주 정책이 펼쳐지는 것입니다. 이 구조를 ‘가장 어려운 순간에 손 들면 지원하는 구조’로 바꿔야 합니다.
12) 「“대학생 첫째 딸 있는 부모로…” 박시은♥진태현 부부, 자녀 입양 결정」. 세계일보.

있는 지원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돈을 주겠다고 해도 나타나지 않은 아이들이 많은 이유는, 그들이 범죄 현장 등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 아이들을 만날 방법을 찾아야합니다.

지금의 지원 제도는 탕진을 유발하는 구조로 돼 있습니다. 그리고 지원의 시기가 지나면 지원이 전혀 없습니다. 국가가 아이들에게 첫 번째 기회를 줬다면, 민간에서 두 번째 기회를 주는 것이 의미 있지 않을까요. 진로와 진학 결정은 나중에 바뀔 수도 있으니까요.

아이들 주변에 있어야 할 사람들, 사례관리자, 개별 지원자 같은 분들이죠. 이런 부분의 지원도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이 분들이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합니다. 쌀포대는 혼자 다니지 않습니다. 사람이 지고 다닙니다. 사람을 지원할 제도가 필요합니다.

지금 보호 종료 청소년에 대한 지원은 아동 정책과 청소년 정책이 분리돼 있어서 문제입니다. 이것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하며, 안 되면 내년 총선에서 심판해야 합니다.

원가정에 대하여, 어떤 아이들에게는 원가정이 암적 존재이기도 하지요. 이 원가족에 대한 지원을 같이 한다면 아이들에게 선택지가 더 많아질 것. 이런 지원은 국가가 나서기 어렵기 때문에 민간에서 해 주기를 희망합니다. 원가정 지원 사업에 모금이 물론 어렵겠지만, 단체의 결단을 바랍니다.

중복지원 문제에 대하여, 재단들끼리 제발 의사소통을 좀 하세요. 지원에 관한 정보 격차 없이 지원이 필요한 아이들이 골고루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이에 관한 민간 네트워크가 필요합니다.

제가 토론회에 온 이유 중 하나는, 이 부문에 대한 연구가 정말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보호 종료 청소년 자립 지원에 관하여 저 말고 다른 분들의 연구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만나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이것이 어려운 이유는, 과거에도 연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그래봐야 변화가 없더라는 인식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저는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저의 연구에 아이들의 협조를 유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세상을 바꾸는 연구. 열심히 하겠습니다.

질의응답

(김성민) 사회적기업의 고용 대상이 되는 취약계층에 보호 종료 아동은 원래 포함돼 있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제가 여러 번 말씀드려서 지금은 드디어 인정됐다. 다만 퇴소 후 5년으로 한정됐습니다. 5년 이후에도 계속 기회를 줘야 이들이 정규직으로 직업이 안정될 수 있습니다.

(유원선☞김성민) 조금 전 토론에서 ‘탕진’이라고 하셨는데, 시설에 있는 청소년기에도 매우 적은 용돈 뿐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이 어떤 흐름으로 나가는지를 알고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은 누구든 확 써보고 싶은 게 사실인데 (웃음) 그게 사실 너무 이해가 돼요. 돈 쓰기를 자제할 줄 아는 능력을 키우려면 돈을 손에 쥐어 보는 경험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성민) 확 써보고 싶은 그 마음 충분히 이해하죠. 저도 보육원에 있을 때, 원했던 물건을 사 본 경험이 없거든요. 자기가 원하는 오토바이, 컴퓨터, 이런 것을 사는 친구들을 보면 오히려 감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은 ‘돈을 왜 너희들 마음대로 쓰느냐’고 질타할 수 있지만, 아이들이 갖고 싶었던 것을 사 보는 경험, 막 쓸 수 있는 경험, 참 감사한 경험이죠. 이런 경험이 필요한 것도 사실입니다. 보육원 안에서 경제 교육을 아무리해도 아이들이 알아듣지를 못해요. 경제 관련 활동을 전혀 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요. 아이들이 경제 활동을 할 즈음에 경제 교육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경제 교육은 실제 수입이 생겼을 때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죠.
저희가 아이들에게 긴급자금을 지원해 주는 이유는, 공과금 등 급히 돈 쓸 일이 필요할 때 사채를 쓰기 때문입니다. 사채 쓰는 친구들이 너무 많아요. 그렇게 해결하지 말라는 겁니다. <브라더스 키퍼>가 있다는 걸 알려주는 거죠. 청소년이 자신을 위해 온전하게 돈을 써 보는 경험들, 그 경험을 통해 돈의 소중함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태윤) 말씀 잘 들었습니다. 오신 분들이 슬리도(sli.do)를 통해서 질문해 주고 계신데요. 이경원 국장님께 먼저 질의를 드리겠습니다. 아동권리보장원에서는 퇴소 청소년들의 자립에 필요한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보 플랫폼 구축에 관한 계획이 있으신지?

(이경원) 네 계획이 있습니다. 지역 간 편차, 특히 종사자 역량에 따라 정보 격차 발생을 우려하고 계시죠. 이와 관련해서는 고용노동부에서 지원하는 사이트가 있는데요, 이 사이트에는 자립수당을 비롯해 청년 정책들이 전 부처를 통해 수시로 업데이트 되고 있습니다. 단점은 보호 종료 대상자가 나에 맞는 서비스를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고용노동부와 협조를 통해서 보호 종료 대상자 태그를 만들어서 서비스할 계획으로 논의 중에 있습니다. 정책 안내에 관한 시의성을 고려하여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를 통한 서비스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 서비스가 안정되고 나면 대상자 확보가 필요한 연구에도 실질적 도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보호 종료 대상자의 정보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내년도에도 계속 찾아보겠습니다.

(한태윤) 다음 질문입니다. 경제교육이 아이들에게 좀 더 흥미롭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김성민) 퇴소한 친구들을 통해 계속 듣게 되는 얘기인데요. 보육원에서 경제 교육을 받더라도 퇴소 후 실제 생활하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용돈을 저금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가계부를 적는 것 등 배운 것을 실생활에서 활용하는 법도 함께 알려줘야 합니다.

(정익중) 교육장에서 받는 교육이 재미없기는 우리도 마찬가지죠. 그게 재밌는 사람은 정상이 아니잖아요? (웃음) 아까 ‘탕진잼’ 얘기가 나왔었는데요. 우리가 예방주사를 맞으면 예방이 되죠. 굉장히 대단한 것을 하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탕진하면 어떻게 되는지를 알려줘야 합니다. 도박이나 사채를 통해 한번 무너지고 나면 어떻게 되는지를 알려주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죠. 진짜로 절대 안 되는 것. 이거해라 저거해라가 아니라 네거티브 방식으로 하면 절대 안 되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유원선) 저희는 사실 사채 보증이 문제가 된 청년들에 대한 법률 지원을 했었는데요. 교수님 말씀에 상당히 동의합니다. 아이들 중에는 자신은 통장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하고 은행 거래를 아예 안 하는 아이들도 있어요. 자신의 빚이 얼마나 되는지도 스스로 잘 알아봐야하고, 이 중에는 범죄 피해로 인해 본인이 갚지 않아도 되는 돈도 있을 수 있어요. 대표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닥치기 전에는 본인과 먼 얘기라고 생각해서 귀에 잘 안 들어오는 얘기들이지만 18세가 넘어서고 나면 바로 닥치는 문제입니다. 카드를 만들 수 있고, 사채 쓸 수 있고 경제 활동을 하는 나이. 그런 부분의 교육들이 퇴소 직전에 미리 진행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태윤) 시간 관계 상 모든 패널들의 답변을 듣기는 어려울 거 같고요. 팁으로 저희가 교육을 하면 선배들이 교육을 했을 때 다른 사람이 할 때보다 아이들이 더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한태윤) 신선 님께 드리는 질문입니다.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신선) 아까도 여러 번 나오기는 했지만, 두세 개만 더 얘기를 한다면. 18세 퇴소 전까지 혼자 살아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어려움이 있어요. 어릴 때부터 지속적으로 자기가 선택할 수 있는 경험, 실패의 경험. 이런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에서 편견에 대한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하고 있습니다. 배우자가 될 사람의 부모님이 보육원이나 배경만 두고도 결혼을 반대하는 사례도 있고요. 영화나 매체에서도 왕따라든가 지저분한 친구들은 조손가정이라든가 보육원 출신이라고 한다든지. 이런 걸 보면 굉장히 불편합니다. 보통의 가정에서 자란 친구들도 범죄에 빠질 수 있는 건대 그런 배경은 너무 편견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한태윤) 보호 종료 아동 대상 프로그램을 진행할 경우 어떤 경로로 홍보를 해야 대상자들이 정보를 잘 접할 수 있을까요?

(신선) 저도 스물 넷에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보육원에서 있었지만 자립지원 서비스에 관한 정보를 잘 듣지 못하다가, 현대자동차에서 하는 장학사업, 그리고 아동권리보장원을 알게 되면서 정보를 알게 됐어요. 보육원에서는 정보 접근에 한계가 있었고, 특히 지방이다 보니 정보에 더 취약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정보는 제 블로그를 통해서도 올리고 있는데요, 지원받을 수 있는 금액만 7천만원 정도 됩니다. 그걸 이용하고 확인하는 친구들은 별로 없어요.
제 개인적인 생각인데요. 친구들이 보육원 출신이라는 것을 밝히길 꺼리다 보니 자기들 정보를 공개하기 어려워하니까 오픈채팅방 같은 것을 만들어서 지역별로 운영하면 보호 종료 청소년이 쉽게 이용할 수 있을 거고, 여기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호 종료 아동은 자기들끼리 은근히 커뮤니티 많아요. 선생님들이랑 연락 안 해도 보육원 친구들이랑은 서로 연락하니까 이런 커뮤니티를 이용하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한태윤) 이경원 국장님과 정익중 교수님께 질문 드립니다. 중복 지원을 피하기 위해 잘 하지 못하는 친구들을 지원하게 되면 후원자에 대한 보고에 어려움이 있는데, 민간 영역에서 이를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까요?

(이경원) 중복 지원을 피하는 것이 곧 잘 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지원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업의 목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해주셨으면 합니다. 시설의 추천을 받는 친구들은 시설의 선생님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시설 추천에만 의존하면 그렇지 못한 아이들에 대한 지원 기회가 차단됩니다. 그래서 저희는 접수 경로를 다양하게 열어 두고 있습니다. 시설의 추천도 열어 두지만 아이들이 직접 신청할 수도 있게 하고 있어요. 중복지원을 금하더라도 사업 목적에 부합하는 친구들을 충분히 선발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익중) 항상 성공만 할 수는 없잖아요. 실패한 사례도 후원자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디딤돌에 대해 전달하는 것도 재단의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모금에 문제라면 이는 실패의 문제가 아니라 설득의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태윤) 심리․정서 지원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필요한 자원을 연결하면 될까요?

(이경원) 심리․정서는 공공 영역에서는 사각지대라서 저희도 고민이 많습니다. 현재 사업은 보호 중인 아이들의 경우는 아동복지협회에서 치료 사업을 하고 있고요. 심리상담 바우처, 한 사람 당 10회 정도 상담할 수 있는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공공 영역에서 심리․정서 지원은 굉장히 초기 단계입니다. 민간에서 이 키워드를 고민해 주셨으면 해서 말씀드립니다.

(유원선) 저희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데요. 심리․정서 지원을 고려하는 데 있어 한 가지 고민은 이 지원이 지원 받을 대상자에게 낙인을 찍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지원 받을 청소년들 스스로가 문제가 있다고 낙인찍는 효과가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너무나 필요한 지원임은 두말 할 여지가 없습니다. 이 문제에 관한 전문가는 너무 없어요. 청소년들에 대한 심리 지원 전문가 풀이 굉장히 중요하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태윤) 시간이 많지는 않아서 질문을 계속 받기는 어려울 거 같고요. 가정 학대를 피해 생존하려고 거리에 나온 아이들이 범죄에 노출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이를 생각해 주길 바란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보호 종료 청소년 자립 지원에 관해서는 12월 6일 아동권리보장원에서 토론회를 진행한다고 하니 오늘 못다 한 질의는 그날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정익중 교수님 연구도 많이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한태윤) 오늘 발제를 보면 보호 종료 아동이 한해 2,600명. 2,600명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는데, 해결할 방법이 없겠느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민간에서도 더 많이 소통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실험을 하다 보면 2600명은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려운 걸음 해 주신 참석자 분들, 지금까지 긴 시간 함께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박수로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토론회를 마치며 단체 사진

[다운로드 : 보호종료청소년자립지원토론회_자료집_2019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