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 ‘잘알못’ 간사의 U2 덕질 후기

43년 만에 한국에 왕림하시는 U2를 보기위해, 6월에 예매를 하고 6개월을 기다려 티켓을 받았다. 좌석은 모두 매진되어서 간신히 스탠딩 석을 구했다. 이제 뛰는 가슴을 진정하고, 이제 U2 아저씨들과 함께 뛰어야지!

U2는 1976년 고등학교 친구 4명으로 구성된 밴드로, 지금까지 멤버교체 없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살아있는 전설이다. 이 사실만으로도 모든 밴드를 뛰어 넘는다. (나의 최애 밴드 R.E.M.은 결성한지 31년이 된 2011년 해체했다. 물론 나는 이들의 결정을 존중한다.) 그 긴 세월동안 해체의 위기가 있었지만,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만든 노래 One을 녹음하면서 다시 결속을 다졌다고 한다.

드디어 공연 당일이다! 불이 꺼지고, 무대 조명이 켜졌다. 오프닝 없이 바로 연주하는 U2는 역시나 엄청나게 대단했다. 드럼, 기타, 베이스, 보컬로만 세팅된 무대를 오롯이 4명이 채웠다. 이렇게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구성이라니! 흐트러짐 없이 힘차게 듣는 사람도 편안하게 노래를 부르는 보노가 진정 한국나이로 60세(59년생)란 말인가! 게다가 시디를 씹어 먹은듯한 사운드는 어떻게 된 일일까? 환상적인 연주를 들으며 무아지경에 빠져 있음에도 정신을 붙잡고 화면의 메시지를 해석하고자 노력하는 동안, 거의 3시간 동안 진행된 공연이 한순간처럼 지나갔다. 재미있는 것을 보면 시간이 금세 지나간 것 같지 않던가.

                                                                                                                                                                                              (출처: 연합뉴스)

자, 이제 공연은 끝났고 이 감동을 이어서 모범적인 덕후로서 U2와 보노의 뒤를 밟아보자. 그들은 나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U2의 프론트맨이면서 싱어송라이터인 보노는 노래 대부분의 가사를 쓰고 작곡도 한다. 그는 밴드 U2를 대변하여 공식적인 자리에서 ‘음악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왜냐하면 (음악은)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가사를 살펴보면, 전통적인 주제에서 벗어나 정치, 종교, 사회문제에 대한 노래가 많다. 예를 들어, ‘The Joshua Tree’ 앨범의 첫 번째 트랙인 ‘Where the Streets Have No Name’은 보노가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에서 이름 없는 거리를 보고 지역으로 계층, 인종, 종교가 달라도 서로 차별하지 않는 세상을 꿈꾸며 만들었다. 네 번째 트랙인 ‘Bullet the Blue Sky’는 1980년대 엘살바도르 내전 당시 정부군을 지원하며 무기를 판 미국을 비판한 노래다.(아니 이 밴드, 어디까지 세계를 걱정하고 있단 말인가!)

U2와 보노는 따로 혹은 함께 여러 가지 정치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U2는 2004년부터 아프리카의 기근과 에이즈 근절을 위한 Band Aid(2004, 2014), Live 8(2005, 8의 의미는 8개 강대국에게 도움을 호소하기 위해)에서 앨범작업 및 공연에 참여했다. 2006년에는 후배 밴드 Green Day와 함께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폐허가 된 미국의 뉴올리언스의 재건을 위해 ‘The Saints Are Coming’을 함께 불렀다. 2008년에는 국제앰네스티와 함께 수단의 소수민족인 다파를 인종청소의 위기에서 구하기 위해 ‘Instant Karma: The Amnesty International Campaign to Save Darfur’ 앨범에 참여했다. 또한 티베트 독립을 위한 공연을 한 뒤에는 중국으로부터 입국금지를 당하기도 했다.

                                                                                                                                                (출처: wikipedia)

개인으로서의 보노는 더욱 열정적으로 쉼 없이, 조직적인 사회운동과 자선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본인의 인기를 전 지구적 문제, 제 3세계의 빈곤, 그리고 에이즈와 같은 질병에 대한 초당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이용한다. 이미 1999년부터 지속적으로 아프리카의 노동착취, 부채, 기근, 에이즈 확산을 개선하고자 진행되는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고, 급기야 2006년 미국의 부시 대통령을 만나 담판을 지어 미국으로부터 50억 달러의 원조를 이끌어 냈다. 2002년에는 DATA(Debt, AIDS, Trade, Africa의 약자)를 설립했는데, 미국인들이 법과 정책 입안자들을 만나 당사자의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노력한다. 2004년에는 DATA, 빌게이츠 재단 등 11개 비영리단체와 함께 빈곤구제를 위한 민간 비영리 단체 One Campaign(One.org)을 만들었다. 이 단체는 미국의 더 많은 국제개발지원을 요구하기 위해 설립되었으며 워싱턴에 본부를 두고 있다. 한편, 2005년에는 배우자 알리와 함께 패션 브랜드 EDUN(nude를 거꾸로 쓴 것. 내추럴로 돌아가자는 의미)를 런칭했다. 특이하게 EDUN는 직접적인 원조가 아닌 공정무역을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고용을 창출하여 노동 착취를 막는 등 아프리카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출처: Britannica)

2006년에는 One Campaign의 일환으로 AIDS(말라리아, 결핵 등)근절을 위한 브랜드인 Product Red를 시작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애플, 컨버스, 모토로라, 마이크로소프트, 델, 갭, 그리고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함께 파트너십을 맺고, 이들 기업에서 Product Red 로고를 단 상품을 출시했다. 이들 상품 판매수익의 일정부분을 기부 받아서 총 8개 아프리카 국가의 AIDS 근절을 위해 지원되며, 2018년 기준 6억 달러 이상 모금되었다. 레드는 AIDS 인권운동의 상징인 붉은 리본을 기리고 있다.

한편 보노는 실내외,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항상 선글라스를 착용하는데, 오랫동안 녹내장을 앓아왔기 때문이다. 그는 거의 항상 브랜드 Revo의 선글라스를 착용하는데, 역시나 Revo와 함께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예방 가능한 시각장애 극복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제 3세계에서 앓고 있는 시각장애의 경우, 치료시기를 놓치지만 않는다면 고칠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2020년까지 Revo 선글라스를 구매할 때마다 10달러가 시각장애 치료비 지원으로 쓰인다고 한다. 이런 활동의 결과, 보노와 U2는 노벨평화상 후보에 2번 올랐고, 보노는 영국 여왕에게 훈장을 받았다. 한때 아일랜드 총리는 긴급 실업대책위원회에 보노를 불렀고, 타임지는 ‘보노가 세계를 구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내기도했다. 현재도 ‘Fusion Philanthropy(비영리단체 네트워크를 넘어, 정부, 종교단체, 자선단체, 정당, 미디어, 유명인, 영리기업 등과 연합한다는 의미)’의 대명사로 불리는 등 찬사를 받고 있다.

                                                                                                                                                                       (출처: Same Jones Photography)

그러나 당연하게도 이런 U2 및 보노의 자선활동에 대한 비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위와 같은 직접적 원조는 아프리카의 국가들이 자력으로 일어설 수 없도록 만들기 때문에, 아프리카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더 위험에 빠뜨린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한 아프리카 활동가는 이들 유명인들의 자선활동은 아프리카 본래 치명적인 문제가 있는 곳이며 외부의 도움이 없이는 스스로를 구할 수 없다는 생각에 기반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나는 여러 가지 비판에도 불구하고 2가지 점에서 보노와 U2의 사회운동과 자선활동에 지지를 보내고 싶다. 첫 번째는 얼핏 보아도 1999년부터 지금까지도 20년간 아프리카의 기근, 부채, 질병의 근절을 위해 사회운동 및 자선활동을 이어오고 있고, 그 활동이 일관성과 지속성을 담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진정성은 활동으로 증명해 보인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였기 때문에 EDUN을 런칭하여, 지속가능한 변화를 도모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 번째는 단순한 자선적인 활동을 원했다면 정기적으로 큰돈을 기부하면 그만인데, 현재는 자선활동을 정교화하고 다양한 비영리단체 및 영리기업과 협업하면서 그야말로 ‘퓨전 필란트로피’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 비영리단체 활동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전혀 다른 배경의 단체와 사람들이 협업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목적과 계획이 구체적이고 치밀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최근 보노는 월드 투어를 위해 방문하는 각국의 리더에게 사이다 발언을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한국 정부가 국제개발 원조를 2030년까지 2배 증액하기로 한 것을 꼭 짚어서 확인하였고, 필리핀 Duterte 대통령에게는 언론을 빌어 ‘그는 내가 필요 없다. 인권에 대해서 (그와) 합의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한 국가의 최고 권력자에게 직접적으로 이런 발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공연이 끝나갈 무렵 눈물이 나올 정도로 감격하여 ‘미쳤다!’를 속으로 외치며, ‘우리 모두가 평등해질 때까지 우리 중 누구도 평등하지 않다.’는 한글 메시지를 보았다. 이건 공연일 뿐만 아니라 U2와 보노가 그동안 해왔던 액티비스트로서의 활동을 집대성하여, 음악으로 전하는 일종의 평화적 집회인 것이다. 음악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U2이기에 현장에서 ‘One.org 가입’이라는 직접적인 메시지를 던졌고, 당연히 나는 바로 사이트에 접속했다. 당시 방문자수 맨 앞자리 수(천 단위)가 바뀌는 것을 보았다. 음악은 사람과 세상을 바꾸고 있었다.

*참고한 글과 웹사이트

  1. https://en.wikipedia.org/wiki/Bono
  2. 문대통령 “평화에 음악 역할 커” … U2 보노 “음악은 파워풀” (2019.1.09. 인터넷 한겨레)
  3. 남쪽과 북쪽이 ‘떼창’ 한다면 (2019.12.15. 한겨레21)
  4. https://www.biography.com/musician/bono
  5. https://www.one.org

글 | 변화사업국 직접사팀 신문용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