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년 어느 날. 한 남성이 길을 걷다가 아름다운재단에 들어왔습니다. 그의 첫마디는 “여기는 뭐 하는 곳입니까?”였습니다. 재단이 하는 일을 곰곰이 듣던 그는 “일이 잘되면 수익금 일부를 기부할게요”라고 말을 한 뒤 홀연히 떠나갔습니다. 약 1년 반 후 그는 다시 재단을 찾았습니다. 영화 수익금의 절반을 들고 말이죠. 그는 다시 말했습니다. “다른 영화 잘 되면 또 올게요”라고요. 2013년 913만 관객을 동원한 흥행 영화 ‘관상’의 제작자 주필호씨의 기부 일화입니다. |
“영리 기업과 공익 재단의 파트너십은 어떻게 맺어지는 걸까?”, “기금은 어떻게 조성되는걸까?” 궁금한 적 없으셨나요? 다양한 기부자 중에서 이번에는 기금, 기업 기부를 통해 나눔을 실천하는 주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합니다. 그럼 기금기획팀의 김수진 간사님을 만나볼까요?
Q. 김수진 간사님 반갑습니다. 기금기획팀을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2015년 아름다운재단에 입사했습니다. 모금 업무는 8년차입니다. 기금기획팀은 개인이 조성하는 기금 관리와 기업 기부 등을 담당합니다. 인바운드나 아웃바운드를 통해 기부 상담이 들어올 때 긴밀하게 소통하는 일을 하고 있고요.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기부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기부자 혹은 기업 담당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기업시민들이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사업을 찾는 등의 업무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
용어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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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기업과 파트너십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합니다.
아름다운재단의 사업을 보고 함께 변화를 만들고 싶은 기업에서 먼저 연락을 주기도 하고, 기금기획팀과 사업을 진행했던 기업에 먼저 제안서를 내기도 합니다. 기업과 소통하면서 사내 기부 행사나 임직원 자원봉사 등을 기획하는 방식의 파트너십을 맺기도 하고요. 기본적으로 기업이 어떤 변화를 만들고 싶은지, 또 어떤 대상에게 기부금을 전달하고 싶은지 등을 파악하는게 선행됩니다. 중요한건 기업의 요구들과 아름다운재단의 목적사업(핵심사업을 의미하는 것으로 재단의 존재 이유이기도 합니다)의 가치가 잘 맞춰져 사업 수행이 가능한지 살펴보는 겁니다. 서로 가치가 맞지 않으면 파트너십이 이루어지기가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Q. 파트너십을 맺은 기업과 재단은 서로 어떤 지원을 하나요?
보통은 재단이 이미 진행하고 있는 사업에 기업이 지원을 하는 형태가 많습니다. 이때 기업은 자신들이 잘하는 마케팅에 초점을 맞추고, 재단 역시 전문 영역인 공익사업에 힘쓰면서 동시에 이 사업이 기업의 이미지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기업의 요구사항에 따라 재단에 없던 사업을, 또한 한 번도 고려하지 않았던 사업을 새로 만들지는 않습니다. 다만 재단이 하고 싶었던 사업인데 재원이 부족해 실행하지 못했던 사업이거나, 민간의 지원이 필요한 사각지대라면 우선순위로 두고 새로운 사업을 개발하기도 합니다.
Q. 파트너십 기간은 얼마나 되나요?
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는 않아요. 한 번에 몇 년씩 약정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1년 단위로 갱신하는 느낌으로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재정적으로 안정성이 보장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열심히 사업을 진행해 임팩트가 좋았다고 판단되면 파트너십을 이어나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통 기업 파트너십 유지기간은 평균 3~5년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재단의 파트너 기업의 약 50%가 10년 이상 기부 기업이구요.
Q. 재단과 파트너십을 맺은 기업들을 소개해 주세요.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 같은 큰 기업뿐만 아니라 다양한 중소 및 중견기업들이 많이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교직원공제회은 아동청소년 문화지원 목적으로 기부를 했고, 최근에는 스타벅스와 KT&G가 보호종료아동 지원사업에 참여했습니다. MBC 프로그램 ‘나혼자산다’팀에서는 달력 판매 수익금을 기부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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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기업이 많은 비영리조직 중 아름다운재단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업 포트폴리오나 수행능력, 평판, 진정성 등 다양한 이유로 아름다운재단을 선택하는 것 같아요.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열여덟 어른’ 캠페인을 예로 들면 보호종료아동의 현실을 알리고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여러 기업들이 관련 사업에 동참했습니다. 재단이 사회가 당면한 과제들을 효과적으로 이슈화하고 사회변화에 꾸준히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한, 중간지원조직으로서 다양한 비영리단체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고, 이들과 협력해서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것 또한 큰 장점 같습니다. “우리가 이런 단체와 이러이러한 사업을 하려고 하는데 적당한 비영리조직을 알고 있습니까?”라고 문의를 하며 인연을 맺고, 이후 파트너십으로 이어진 기업도 있습니다.
Q. 기금 조성에 대해서도 궁금합니다. 기금 조성 절차는 어떻게 되나요?
기금은 기부자의 특별한 나눔의 뜻과 상황에 부합하게 기부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출연하는 것을 말합니다. 소중한 기부금이 지정된 목적에 적절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별도로 기부자 고유의 기금을 만들어 관리하는 것이죠. 가족기금, 추모기금, 유산기금, 커뮤니티기금 등 기금 목적도 다양합니다. 기금을 조성하기 전에 먼저 기부자님과 여러 차례 회의를 하면서 기부 동기와 관심 분야 등에 대한 생각을 듣습니다. 이후 기부자님에게 지원사업을 제안하고, 기부금액에 따라 기금 운용기간도 협의합니다. 기금 개설이 확정되면 소소하지만 진심이 담긴 세리머니(ceremony)를 열어 기금 출연일을 기념하기도 해요. 이후에는 장기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면서 사업 보고도 드리고, 다음연도의 사업지원에 대해 논의하기도 합니다. 또한 재단은 기금의 일반관리비(운영비)를 책정함에 있어 좀 더 합리적인 구조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데요, 사업의 난이도, 기부금액, 기금운용 기간 등을 단계별로 분류하여 운영비율을 차등 적용하고 있습니다.
Q. 기금을 출연한 분들에게는 어떤 혜택이 있나요?
기부자님의 의견에 따라 기금에 고유의 이름을 붙이거나 기금 관리 및 집행에 관한 보고서를 전달합니다. 기부자들이 사업에 대해 깊이 있게 질문하시기 때문에, 정말 많은 공부와 준비를 하고 갑니다. 이 외에도 재단의 크고 작은 행사에 기부자 가족을 초대하기도 하고요. 좋은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매사 진심으로 소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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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기부자들에게는 개별적으로 사업 보고를 하는 건가요?
네, 가능한 개별 보고하려 합니다. 대면으로 할 때도 있고요. 기부자님들이 이해하기 쉽게 자료를 재구성하는 작업도 거치고,용어 역시 모두 쉽고 직관적인 단어로 바꿉니다. 재단의 많은 기부자님들은 공익사업에 대한 관심의 깊이가 정말 남다른 것 같아요. 미팅 과정에서 날카로운 질문도 하시고요. 바로 답변을 드리지 못할 때는 문서로 정리해서 2차, 3차, 혹은 그 이상 답변을 드릴 때도 있습니다.
Q. 기금을 조성하는 분들이나 큰 금액을 기부하는 분들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가치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시다보니 깊은 대화를 나눌 때가 많아요. 그만큼 지속적으로 관계를 쌓고 소통하게 됩니다. 그래서 기부자를 전담하는 담당자가 바뀌면 소통이 어려워질 수 있어요. 또한 기부자의 성향에 따라 추구하는 가치도 다른데요. 개인적인 동기뿐 아니라 가족의 정통을 이어나가는 경우도 있고 재단의 사업 혹은 재단 설립에 관심을 두기도 합니다. 실제로 ‘박기범재단기금’(2013~2917년) 기부자 가족은 5년간 기금을 통해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 기반의 재단을 직접 설립했습니다.
Q. 기억에 남는 기부자가 있다면요?
모두 기억에 남아서 고르기가 어렵지만 ‘커뮤니티기금’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 중에서도 스타와 팬들이 함께하는 연예인 기금이 있습니다. ‘달팽이기금’ ‘뉴키즈유아인기금’ 등이 인상 깊은데요, 공인이 나눔에 앞장서면 그를 지지하는 팬들이 기꺼이 나눔에 동참하는 것이죠. 커뮤니티기금은 오랜 기간 꾸준하게 이어지는 기금들이 많습니다. 같은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함께 나눔을 실천한다는 점에서 더 특별한 것 같아요. 재단의 기부자들이 궁금하시면, 아름다운재단 홈페이지의 ‘기금갤러리’를 방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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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유산기부에 참여하는 분들은 많나요?
유산기부 문의는 꾸준히 있습니다. 수치상으로 많지는 않지만, 이것은 비단 우리 재단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유산기부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니까요. 그래도 사람들이 예전보다는 유산기부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아요. 국회에서 관련 입법 논의도 있고, 유산기부 캠페인도 나오고요. 이런 유산기부 대중화에 아름다운재단이 기여를 많이 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재단 설립 초부터 유산기부에 대한 대중 캠페인을 진행해 왔습니다. 예를 들어 2000년 중반 진행한 ‘아름다운 이별학교’ 강좌에서 저희는 ‘나의 삶 돌아보기’ ‘유언써보기’ ‘가족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정신적은 유산은 무엇인지 말해보기’ ‘자녀에게 득이 되는 유산의 양은 어느 정도인지 토론해 보기’ 등을 진행했습니다.
Q. 그렇다면 유산기부 활성화를 위해 팀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나요?
유산기부는 가족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자산 유형도 다양해서 절차가 까다롭습니다. 현금에 비해서 부동산이나 주식 기부의 경우는 처리 과정이 복잡하죠. 재단 기금기획팀은 계획기부 전담팀으로서 기본적인 회계적, 세무적 식견을 갖추기 위해 공부도 많이 해야 해요. 재단은 자산형태에 맞는 자문을 제공할 수 있도록 금융, 회계, 법무 등 분과별로 기금컨설팅위원회(외부 전문가 그룹)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유산기부 등의 계획기부 활성화를 위해 재단 차원에서 홈페이지 개편, 기금 영상 제작 등을 준비하고 있어요, 담당자의 전문성과 응대 방법이 유지되도록 상담 매뉴얼도 만들었고요. 하반기에 홈페이지를 리뉴얼 할 예정이니 많이 기대해 주세요.
Q. 업무량도 많고 일의 강도도 센 것 같아요. 필요한 역량이 있다면요?
유연성이 중요한 것 같아요. 기업과 비영리조직은 업무 진행 방식이나 사업, 성과 측정 등 여러 측면에서 이해도가 다를 수 있거든요. 사업 현장에 있는 이해관계자들의 입장도 다르고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조율해야 한다는 점에서 유연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비영리조직에 몸담고 있지만 마케팅적인 시각과 트렌드에 밝아야 할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기업에서 할 수 없는, 재단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영역은 무엇일지 잘 발견하고 신시장을 개척해내는 게 필요합니다.
글: 강아름, 장영진 (연세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