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버킷 챌린지를 처음 접했던 것은 페이스북 공동 설립자이자 회장 겸 CEO인 마크 쥬크버그의 지목을 기발한 방법으로 받아친 마이크로소프트 이사회 의장인 빌 게이츠 영상이었습니다. 그 영상을 볼 때만 해도 단지 ‘재밌는 모금 캠페인이다, 엄청난 영향력을 가진 유명인이 저렇게 재밌게 참여하며 기부를 독려하는 기부문화가 참 부럽다’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우리나라에도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기 시작했고, 온 세상이 아이스버킷이야기로 들썩일 정도로 엄청난 열풍을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름다운재단의 간사들과 함께 아이스버킷 챌린지를 주제로 스터디를 했고, 함께 읽었던 글과 나눈 이야기들을 토대로 아이스버킷 챌린지 현상에 대해 정리해보았습니다.
<빌 게이츠의 아이스버킷 챌린지 영상>
아이스버킷 챌린지란?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루게릭병으로 알려진 ALS(amyotrophic lateral sclerosis,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환자들을 위한 모금 캠페인입니다.
이는 참가자가 동영상을 촬영하면서 시작됩니다. 참가자는 동영상을 통해 도전을 받을 세 명의 사람을 지목하고, 이 도전을 받아 24시간 내에 얼음물을 뒤집어 쓰거나, 미국 ALS 협회나 관련 단체에 기부를 하든 선택하도록 합니다. 이렇게 지목을 받은 사람 역시 도전을 받을 3명을 지목, 태그하며 영상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트브 등에 올리는 것으로 이뤄져있습니다.
매우 심플해보이지만 개인적으로 행동하기를 요청받기 때문에 반드시 참여할 수 밖에 없고, 게다가 계속해서 3명의 참가자를 지목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참가자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엄청난 확산력을 지닌 무시무시한 모금 캠페인이죠.
아이스버킷 챌린지 성공 요인
아이스버킷 챌린지의 성공요인으로는 무엇보다 유명인들의 참여를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처음 이 모금 캠페인을 접했던 것 역시 마크 쥬크버그와 빌 게이츠의 영상이었고, 국내에서도 어떤 연예인이 참여했느냐가 큰 이슈가 되고 있으니 말이죠. 하지만 이 엄청난 성공 요인을 단지 유명인의 참여만으로는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비영리 마케팅 전문가들은 성공요인으로 ‘재밌고, 좋은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타이밍이 좋았으며, 조직 느낌이 나지 않고(it doesn’t feel corporate), 새롭다’는 점을 꼽고 있습니다.
에볼라 바이러스, 이스라엘 사태, 그리고 국내에서는 세월호 참사 등으로 요 근래 비극적인 소식들만 접하면서 슬픔에 빠져있는 사람들이 이런 재밌는 행동과 함께 좋은 일에도 동참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이런 ‘좋은 일’에 얼음물과 영상을 올릴 수 있는 페이스북만 있다면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 많은 이들의 참여를 이끌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다른 성공 요인은 바로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통해서 이런 것들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름다운재단의 ‘노란봉투 캠페인’도 마찬가지였죠? 어떤 조직이 나서기보다는 한 개인이 톡톡 어깨를 두드리는 것이 더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이런 현상에 대해 아름다운재단에서 일하는 간사로서는 참 생각할 지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 효과와 우려
미국 ALS협회의 기부금이 작년과 비교했을 때 2배가 넘게 모금(2014년 8월 24일 기준 530,000,000달러)되었다는 점과 기부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것만 보더라도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루게릭병을 대중들에게 알리고, 신규 기부자들을 발굴하고 모금을 하는 것에 큰 성공을 거둔 모금 캠페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성공 만큼이나 우려되는 점이 있으며, 그에 대한 논의 역시 뜨겁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 중 가장 큰 우려는 바로 ‘기부의 진정성’인 것 같습니다. 기부가 왜 필요한지, 그리고 내가 기부하려고 하는 그 단체가 정말 신뢰할 수 있는 곳인지, 효과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지 등 기부를 하기 전에 충분히 검토할 시간 없이 많은 사람들이 감정적이고, 충동적으로 기부를 하기 때문에 과연 이러한 유행이 지난 후에도 관심을 유지할 기부자들이 얼마나 될까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죠.
사람들이 찍어서 올리는 영상에는 질병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가 거의 없으며, 기부금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쓰일 것인지에 대한 언급이 없으며, 실제로 전체 기부금액을 늘었지만 1인당 기부금액은 오히려 줄었다는 이야기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단지 얼음물을 뒤집어쓰고 영상을 올린 것만으로도 충분히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게 하여 슬랙티비즘(slacktivism)을 조장한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함께 보면 좋은 글> 슬랙티비즘을 바라보는 몇가지 시선들
http://blog.naver.com/impactsquare/191199523
하지만 이런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아이스버킷 챌린지가 기부문화에 많은 부분 기여했다고 생각됩니다. 기부의 진정성과 캠페인 이후의 지속성 그리고 이런 열풍으로 인해 뒷전으로 밀려나는 여러 사회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의 기부문화가 성숙했다는 뜻 아닐까요?
아이스버킷 챌린지의 진화?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단지 우려로만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고, 실제 적용 사례들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1. 사전 ALS와 관련된 단체에 대한 꼼꼼한 조사
얼음물을 뒤집어쓰고, 기부를 하기 전에 ALS와 관련된 단체에 대해서 조사해보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자선단체 감시 및 평가기관인 차러티 네비게이터(Charity Navigator)에서는 재빠르게 ALS 관련 단체 정보와 평가 순위를 간추려서 기부자들에게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도 한국가이드스타에서 관련 단체 검색하여 간략한 단체소개와 회계정보 등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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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비영리기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한국 가이드스타’
http://www.guidestar.or.kr/
2. 다른 이슈와 함께
세월호 참사나 그 외 여러 사회문제들이 아이스버킷 챌린지 열풍으로 인해 덮여지는 것이 불편하다면, 아이스버킷 챌린지에 참여하여 ALS 단체 기부와 함께 평소 관심 있었던 다른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JYJ와 팬들이 함께 이어가는 아이스버킷 챌린지>
3. 노아이스버킷챌린지(noicebucket challenge)
얼음물을 쓰기 보다는 기부를 하는 것을 친구들에게 제안하는 ‘노아이스버킷 챌린지(noicebucket challenge)’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이 때 ALS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와 기부금이 왜 필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쓰일 것인지에 대한 언급을 함께 해주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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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버킷 챌린지 현상에 대한 진단과 논의
http://philanthropy.com/article/VideosLessons-From/148413/
http://www.bethkanter.org/icebucket-challe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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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버킷챌린지의 성공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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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ALS협회 기부금 및 기부자 추이 차트
http://philanthropy.com/article/Chart-Ice-Bucket-Challenge-Is/1484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