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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문화도서에 어울리지 않는 소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이 소설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 소설이 기부문화와 어떤 관련이 있지? 라고 갸우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사회적 이슈에 대한, 타인에 대한 감수성이 없다면 결코 제대로 된 활동을 할 수 있을까?
‘공익을 위한 선한 행위’ 인 기부행위 역시 감수성이 반드시 기반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빈곤포르노적 접근 방식의 마켓팅이 감수성을 배제한 좋은(?) 사례 중 하나일 것이다. 사회적 이슈에 대한 감수성있는 시선을 갖고, 누가 누구 보다 더 나아서 기부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사회 구성원의 한사람으로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바로 기부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체공녀 강주룡’을 통해, 감수성을 키우는 계기를 함께 나눠보고 싶다. ‘체공녀 강주룡’은 1900년대 실존 인물인 강주룡의 이야기이다. 이른 나이에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사는 것이 여자의 인생(?) 이라고 생각했던 강주룡이 어떻게 해서 항일노동운동가가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도 재미있고 쉽게 풀어냈다.
“비록 대단한 일은 아닐지 몰라도 주룡은 평생 처음으로 제가 고른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머리를 풀고 옷을 벗을지 옷을 벗고 머리를 풀지를 선택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다. 부모를 따라서 이주하고, 시집을 가래서 가고, 서방이 독립군을 한대서 따라가고, 그런 식으로 살아온 주룡에게는, 자기가 무엇이 될 것인지를 저 자신이 정하는 경험이 그토록 귀중한 것이다. 고무 공장 직공이 되는 것 말고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것은 일말 서러운 일일지언정”
“다시 시집갈 마음도 없고, 부양할 가족이 없으니 집이니 땅이니 하는 것도 관심이 없다. 그저 제 한몸 재미나게 살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다.”
– 체공녀 강주룡 본문 중–
가뜩이나 코로나 19 로 우울하여 기운 없던 요즘, N번방 사건은 힘없던 내 자신을 벼랑을 아예 떠미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사이코패스의 이야기라고 치부해버렸으나 그 뒤에 함께(?)한 26만명이라는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을 볼때, 우리 사회 성인지적 감수성에 대한 현주소를 보는 것같아 가슴이 턱 막힌 순간이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 책을 통해 여성이 또는 남성이 서로에 대한 잘못된 인지가 마치 보편적인 사실인것 처럼 치부해버리는 사회악을 끊고 여성도 남성도 다시 한번 서로에 대한 역할을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강주룡이 가상인물인줄 만 알았다가 소설읽기를 모두 끝내고 심쿵했던 사진 한장을 함께 나누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