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1일, 아름다운재단과 서울도서관의 ‘나눔문화컬렉션’ 개소식에서 아름다운재단 예종석 이사장님의 특강 ‘나누는 사회를 위한 책과 도서관의 역할’ 중 일부 내용을 공유합니다.
세계 최고의 부자, 강철왕 카네기(Andrew Carnegie)는 기부자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그는 총재산의 90%를 사회에 환원함으로써 ‘부자로 죽는 것은 불명예’라는 자신의 신념을 실천했다.
카네기는 공공 도서관이 없었던 17세기와 20세기 초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에 1509개의 무료 도서관을 설립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그래서 카네기를 ‘도서관의 수호신(Patron Saint of Libraries)’으로 사람들은 기억한다. 그러면 왜 카네기는 그 많은 돈을 굳이 도서관 짓는 데 쏟아 부었을까?
지식의 빛이 흐르는 창을 열었다
카네기의 가족은 카네기가 열세 살되던 해 미국 필라델피아로 이민 온 스코틀랜드인이었다. 가난한 이민자의 아들이었던 그는 면화 공장에서 주급 1달러 25센트를 받고 실패 감는 일을 하였다. 전화가 없던 시절인 열다섯 살 때에는 자전거를 타고 이곳 저곳 소식을 전해 주러 다녔던 전신국의 메신저 보이로 일했다. 그는 자신의 자서전에서 그 시절을 이렇게 회상하고 있다.
“우리 메신저보이들은 모두 즐겁게 열심히 일했다. 매일 전신국이 문을 닫을 때까지 밤늦게까지 일해야 했다. 밤 11시 전에 집에 가는 날이 거의 없었다. 철야근무날에는 새벽 6시나 되어야 교대가 이루어졌다. 우리는 자기개발을 할 수 있는 시간도 없었고, 가족의 생계 때문에 책 살 돈도 없었다.”
바쁜 나날 속에서도 마음 깊이 배움에 대한 열망을 간직하고 있던 어린 카네기에게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코로넬 앤더슨(Col. James Anderson)이라는 은퇴한 상인이 소장하고 있던 400여 권의 책을 모아, 일하는 소년들을 위해 도서관을 열고 토요일마다 책을 빌려 준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도서관은 기술공과 견습공을 위한 도서관이었기 때문에 메신저 보이들은 책을 빌릴 자격이 없었다. 이 말에 카네기는 실망하고 말았다.
그러나 어린 카네기는 책을 읽고 싶은 열망을 접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피츠버그 디스패치>라는 지방신문의 편집인에게 모든 근로 소년들은 도서관의 즐거움을 누릴 권리가 있고, 메신저 보이들도 근로 소년이기 때문에 배제해서는 안된다는 편지를 썼다. 이 소식을 접한 코로넬 앤더슨은 곧 바로 도서관 이용에 관한 자격 기준을 넓혔다.
훗날 카네기는 “코로넬은 그 작은 도서관을 통해 지식의 빛이 흐르는 창을 열어 주었다”고 회상했다. 어린 카네기는 동료 메신저 보이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일하는 틈틈이 도서관에서 빌려 온 책을 읽었고, 늦은 밤 집에 와서도 책을 읽기 위해 불을 밝혔다. 토요일이 되면 새로운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뜨기까지 하였다. 그는 영국의 문호 맥콜리와램의 에세이를 즐겨 읽었으며, 특히 밴크로프의 <미국의 역사>는 심혈을 기울여 정독할 정도로 심취했었다고 자서전에 적고 있다.
코로넬 앤더슨이라는 한 사람의 기부로 만들어진 시골의 작은 도서관은 책을 살 돈도, 읽을 시간도 없었던 어린 카네기에게 문학에 대한 사랑을 심어 주었고 독학의 기회를 제공했다. 또한 카네기의 성공에 소중한 자양분이 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사업가로서 성공한 카네기는 어린 시절 자신과 다른 친구들에게 앤더슨이 베푼 관대함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돈을 불우한 소년 소녀들이 꿈과 능력을 키워 나갈 수 있도록 공공 도서관을 짓는 데 쓰기로 결심하였다.
도서관 설립 기념비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지식과 상상력이라는 소중한 선물을 받은 근로 소년 앤드류 카네기가 감사의 기억으로 이 기념비를 세운다.”
출처 : 메리 제인 라이언, ‘줌 : 행복한 사람들의 또 다른 삶의 방식’, 다우, 2004, pp. 218-221.(서울대 중앙도서관 블로그)
나눔의 정신을 이어가는 카네기 도서관 지원사업
이후 카네기는 1901년 사업체를 전체 매각합니다. 원래 35살에 은퇴를 생각했는데, 많이 늦어진 것입니다. 매각한 금액은 오늘날에 80억달라(8조6천억원)의 규모입니다. 이 돈으로 미국 전역에 3천여개의 공공도서관을 설립하게 됩니다. 위의 사진은 1904년에 설립한 앨리공공도서관(Carnegie Free Library of Allegheny) 맞은편에 세워진 동상입니다. 미국에서 제일 유명한 조각가인 다니엘 체스터 프렌치(Daniel Chester French)에게 주문하여 만들었다고 합니다. 아래에 보면 글자가 새겨진 명패를 볼 수 있습니다.
“웨스턴 펜실베니아의 무료 도서관 설립자인 코로넬 제임스 앤더슨에게 바침. 그는 자신의 도서관(서재)를 일하는 소년들에게 열어주었고, 토요일 오후에 사서로서 활동하여 그의 책 뿐 아니라 그 스스로도 고귀한 역할을 했다. 지식과 상상력이라는 소중한 선물을 받은 근로 소년 앤드류 카네기가 감사의 기억으로 이 기념비를 세운다”라고 쓰여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이 서울도서관 ‘나눔문화컬렉션’에 기증한 첫 도서의 규모가 400권입니다. 카네기를 도서관의 수호신으로 이끈 코로넬 앤더슨의 서가에도 400여권의 책이 있었지요. 이 책들도 아이들에게 나눔의 가치와 꿈을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