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도는 도네이션 시리즈’는 2021년에 일어나는 다양한 기부방식과 현황을 소개합니다. 참여 주체별로 어떤 기부단체와 방식으로 진행되었는지에 대해 3회에 걸쳐 탐구하고자 합니다. 첫번째는 미국의 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2021년 초, 코로나 상황에서도 기업 성장 역사를 써 가고 있는, ‘우아한 형제들’의 김봉진 의장과 ‘카카오’ 김범수 의장이 세계 최고 부자들의 기부클럽으로 불리는 ‘더기빙플레지(The Giving Pledge, 이하 더기빙플레지)의 기부서약에 참여했다. 스타트업을 국내에서 많이 사용되는 배달앱으로 성장시킨 김봉진 의장은 아내인 설보미씨와 함께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이자 더기빙플레지의 회원으로는 219번 째 멤버가 되었다. 또 다른 스타트업의 선두주자 카카오 김범수 의장도 220번 째 기부자로 아내인 형미선씨의 이름을 먼저 서명하며 선언에 동참했다. 카카오는 청년들이 취업을 희망하는 회사 중 1위이고, 배달의 민족의 경우 해외 배달업체에 합병되어 국제 시장을 앞두고 있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기에 두 의장의 이 행보는 한국사회에 큰 이슈가 되었다. 뉴 슈퍼리치라 할 수 있는 이들이 선택한 기부방식인 더기빙플레지에 대해 알아보고, 어떤 의도와 의미를 가지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더기빙플레지란?

더기빙플레지는 궁극적으로 세계가 훨씬 더 나은 곳이 되도록 하기 위해 자선활동이라는 근사한 전통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의미로 시작되었습니다.” 
– 빌 게이츠

2010년 8월, 전 마이크로 소프트 회장인 빌 게이츠와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워렌 버핏이 재산의 절반을 사회로 환원하겠다는 약속에 약 40여 명의 미국의 슈퍼리치들이 대대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더기빙플레지는 시작되었다. 세계 각국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는 슈퍼리치들이 자선활동에 참여하여 기부자들이 자발적으로 생전 혹은 사후에 본인 순자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들의 기부서약(Giving Pledge)은 사실상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서약에 참여한 회원간의 도덕적 약속과 세계인을 대상으로 쓴 서명서를 기반으로 하여 구체적인 자선활동을 독려한다. 살아생전, 혹은 사후까지 이어져 기부 서약에 밝힌 기부는 진행되며, 회원들은 본인이 선택한 기부방식을 통해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적 제약에 구애받지 않고 자선활동을 하게 된다. 더기빙플레지 홈페이지는 서약을 선언한 기부자들의 리스트와 기부선언문을 공개하고, 또 참여한 기부자들이 기부에 관해 지식을 얻는 방법에 대한 내용을 간략하게 업로드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누가 어떤 과정을 통해 기빙플레지에 참여했나
?

‘’기부 서약 선언 리스트’
(이미지 출처 : 더기빙플레지 공식 홈페이지, https://givingpledge.org)

 더기빙플레지 홈페이지에 공지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4월 현재, 김범수 의장이 220번째로 가장 최근에 기부서약에 참여하여 총 220명의 기부자가 기부서약문을 게재했다. 미국을 시작으로 영국, 호주, 브라질, 캐나다, 중국(본토 및 대만· 홍콩 등 포함), 인도, 인도네시아, 키프로스, 독일, 이스라엘, 말레이시아, 모나코, 노르웨이, 포르투갈, 러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슬로베니아, 남아프리카, 스위스, 탄자니아, 터키, 우크라이나, UAE 다음으로 한국에서 참여함으로써 총 25개국, 220개의(부부나 가족이 서약에 참여하는 등 공동명의의 경우에는 1인으로 산정됨) 기부서약문이 게재되어 있다. 90세의 워렌 버핏부터 30대의 마크 주커버그 등 30대부터 9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을 선두로 하여,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코인베이스의 브라이언 암스트롱 또 최근 미국에 상장된 쿠팡 주식을 기부한 것으로 보도되어 유명세를 탄 퍼싱 스퀘어 캐피탈의 빌 애크먼 등이 서약에 참여하여 자선활동을 펼치고 있다. 회원의 75% 이상이 자수성가한 슈퍼리치라는 점도 특이한 점이다.

서약선언을 참여하는 과정도 쉽지만은 않다. 기본적으로 10억달러(한화로 약 1조원)이상의 순자산 중 절반을 기부할 것을 선언해야 하므로, 우선 슈퍼리치에 포함되어야 한다. 재산의 절반 혹은 그 이상을 기부해야 하므로, 실질적으로 개인이 기부하는 금액은 약 500억원 이상이다. 심사기간과 내용을 살펴보면, 김봉진 의장의 경우, 2020년 10월에 국내 기부기관의 추천을 통하여 기부의사를 밝히고 난 후 2021년 2월 서약선언문이 발표되어 심사에 소요되는 기간이 약 3개월 이상이 걸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홈페이지에서는 자세히 설명하고 있지는 않지만, 기빙플레지와 관련된 보도에서 기부자는 서약선언 전에 기빙플레지에서 진행하는 기부심사과정을 거쳐야만 하는데, 기부자의 재산 형성과정에 대한 실제 조사를 시작으로, 기부의지에 대한 진정성을 사전 기부 활동을 토대로 점검하며, 기부자와의 심층 인터뷰, 추천인을 통한 평판 조회 과정을 거치게 된다. 서약자가 기부서약 이전에 참여한 자선활동, 기부내용에 대한 조회도 진행되는데 이는 통상적으로 미국의 자선활동을 위해 진행하는 기관심사보다 소요기간이나 추천인과 평판 조회, 기부자의 재산에 대한 조사보다 더욱 섬세하고 치밀하게 진행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봉진
, 김범수 의장은 왜 더기빙플레지를 선택했을까?


(이미지 출처 : 더기빙플레지 공식 홈페이지)

“마지막으로 10년 전 창업 초기 20명도 안되던 작은 회사를 운영할 때 빌게이츠와 워런버핏의 기사를 보면서 만약 성공한다면 더기빙플레지 선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꿈꾸었는데요. 오늘 선언을 하게 된 것이 무척 감격스럽습니다. 제가 꾸었던 꿈이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도전하는 수많은 창업자들의 꿈이 된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김봉진 설보미 기부서약 선언문 사진 및 서약선언문 내용 중 발췌

 

(이미지 출처 : 더기빙플레지 공식 홈페이지)

“1995년 마이크로소프트 창립 20주년 특집 기사를 보고 창업의 꿈을 키웠던 청년이 이제 ‘기빙플레지’ 서약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 기사를 처음 접했던 때만큼이나 설렘을 느낍니다.” 
– 형미선, 김범수 기부서약 선언문 사진 및 서약선언문 내용 중 발췌

두 의장이 서약선언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IT기반의 스타트업으로 시작하여 굴지의 기업으로 일군 김봉진, 김범수 의장이 젊은 시절 우상처럼 여겼던 빌 게이츠가 시작한 것이 기빙플레지 활동에 참여한 가장 큰 계기 중 하나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들이 활동에 참여하여 슈퍼리치 네트워크에 동참함으로써 향후 자선활동에 대한 지식공유가 가능한 것이 중요한 결정요소 중 하나였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더기빙플레지 회원들은 연 1회의 모임을 통해 다양한 논의 및 워크숍에 참여하여 자선활동에 대한 내용을 구체화하고 연간 이 내용을 각자 실행하게 된다. 기부 단체, 규모, 방법, 기간 등은 기부 서약에 참여한 기부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며, 더기빙플레지에서 기부자들이 자선에 대한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지식 공유 활동을 다방면으로 제공하고 있다. 기부자들은 더기빙플레지에 서명 서약 후 기부를 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부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실질적인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뿐 아니라, 서명에 참여한 세계적인 슈퍼리치와의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기부를 구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기빙플레지는 기부자가 자발적으로 서약 참여 의향을 공식적인 기부약속을 시작함으로써 본인의 관심사와 해결하고 싶은 사회문제에 따라 세계의 적합한 자선 기부재단, 비영리 단체, 사회적 기업 등을 통해 자유롭게 기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 또한 두 의장의 이전 기부 행보를 이어가는 데에도 매력적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두 의장은 기빙플레지 참여 이전에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젝트에 대한 후원을 지속적으로 진행하여 자선활동에 대한 소신이 있고, 향후에도 이러한 프로젝트에 관한 관심을 가지고 지원을 진행할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김봉진 의장의 경우, 교육불평등 문제 해결, 문화 예술 지원, 자선단체 역량강화 지원을 계획하였고, 김범수 의장은 100명의 사회혁신가 지원 및 교육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한 지원을 약속했다. 기부를 진행하게 될 지원 방식이 단체 후원, 재단 설립 혹은 사회적 기업 창업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의장이 국내에서 많은 영향력을 끼치는 인물인 만큼 이들이 선택한 기부방식인 기빙플레지와 더불어 향후 진행될 실제 어떻게 자선활동을 펼쳐가며 어떤 기부문화를 형성하게 될 것인지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또 마지막으로, 김봉진 의장이 기부방식을 결정하기까지 겪은 ‘기부 과정의 실무적인 어려움’에 대한 언급은 현재 기부단체들이 고액기부자와 개인 및 단체 기부자의 참여를 위해 적극적으로 개선하여 할 과제로 인식하고 기부문화 인식을 제고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길 바란다.

글 | Give2Asia 강현주 어드바이저

Give2Asia는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자선재단으로 아시아 지역에 사회공헌 기금을 지원하는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을 합니다. 아시아 지역을 위한 지원을 2000년부터 시작하여, 현재 중국, 일본, 대만뿐 아니라 캄보디아 미얀마 등 25개국 아시아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각 국가에서 직접사업을 수행하기보다 풀뿌리 단체와의 파트너십을 통한 프로젝트를 지원하며, 전략적 모금 및 배분을 실행합니다. 주요 지원 분야는 긴급구호, 교육/ 및 보건사업 등입니다. Give2Asia에 대한 궁금증이 있으시거나, 협업을 제안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강현주 한국 어드바이저(hkang@give2asia.org)로 문의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