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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는 사람이 한다.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기부를 이해하는 것이다.
모금을 담당하면서 모금을 잘하려면 기부자를 이해해야 함을 깨달았다. 『기부자의 7가지 얼굴』이라는 책에도 7가지 기부자 유형별 소통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 『타인의 해석』은 모금 개발을 위해 낯선 기부자를 만날 때 도움이 될까 하여 집어 들게 되었다. 『타인의 해석』을 읽고 나면 ‘사람’을 누구보다 더 잘 이해하고 파악하게 될 줄 알았다. 혹은 ‘사람’을 파악하는 심리학적 비법을 전수받을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 책이 말하는 바는 그와는 정반대였다. 이 책은 상대방의 말과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우리가 매우 오랫동안 갖고 있던 편견과 고정관념을 벗어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가 ‘사람’을 참되게 파악하려면 역설적으로 ‘상대방의 말과 행동이 진실일 것’이라는 전제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우리가 느끼든 느끼지 못하던 우리에게는 ‘사람을 쉽게 파악하고 간주해버리려는 고약한 습관’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낯선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탐색에 실제적인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절대 진실의 전부를 알지 못할 것이다. 온전한 진실에 미치지 못하는 어떤 수준에서 만족해야 한다. 낯선 이에게 말을 거는 올바른 방법은 조심스럽고 겸손하게 하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이런 교훈을 가슴 깊이 새겼다면, 지금까지 내가 묘사한 위기와 논쟁 가운데 얼마나 많은 것을 막을 수 있었을까?”
– 타인의 해석 311쪽.
저자는 타인을 잘못 해석했던 몇 가지 사례를 이론과 연결 지어 설명한다. 그중에서 상대방의 행동과 태도가 그의 내면까지도 보여준다고 믿는 ‘투명성 가정’이 타인에 오해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실제로 판사가 범죄자의 행동과 태도로 인해 잘못된 판결을 내리는지 보면 ‘투명성 가정’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를 보여준다. 기부자를 만날 때 한 번쯤은 생각해볼 수 있을 만한 고민이다.
복지관에서 ‘정기기부자’를 모집하기 위해 2주 정도 주변 상가들을 방문했던 때가 기억난다. 그 당시 코로나가 한창일 때라 사람 만나기를 반갑지 않게 생각하던 시기였다. 그날도 어김없이 여러 상가들을 방문하며 복지관의 사업을 알리고 ‘정기후원’을 안내해드렸다. 그러던 중 10평 남짓한 작은 카페에 들어갔다. 아직 카페가 오픈하지 않아 분위기가 어두컴컴했고, 사장님의 표정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우선 들어왔으니 준비한 멘트와 후원에 대한 설명을 했다. 사장님의 계속적인 무표정과 관심 없는 태도로 당연히 후원해줄 것이란 생각은 못하고 서둘러 나오려고만 했는데 안내를 마치자마자 사장님은 “후원 신청서 줘보세요”라고 한 후 직접 읽어보고 싸인하셨다.(물론 이때까지도 웃지는 않으셨다.) 보이는 행동과 태도가 그 사람의 내면(생각)과 일치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 사례였다. 그러므로 상대방에게 행동과 태도만 보고 섣부르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 사람 간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주제로 한 잡지 <피플(people)>은 이 책을 이렇게 평가했다.
“타인을 이해하는 법에 관한 강력한 조언, 말콤 글래드웰은 이제 우리가 섣부르게 추정하는 것을 멈추고, 사람은 누구나 투명하게 드러나지 않음을 깨달으며, 행동이 보이지 않는 상황과 연결되어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고 명쾌하게 주장한다.”
#나의 결론
기부는 ‘사람’이 한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모인 곳이 곧 ‘문화’가 된다. ‘사람’들이 모인 사회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과 상생하려면 ‘사람’을 깊이 이해하려는 나만의 장치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한다. 먼저 나의 판단이 틀릴 수 있음을 항상 염두 해야 한다. 사람을 보는 나의 뛰어난 ‘혜안’도 단지 ‘편견’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자. 두 번째로, 상대방을 정확히 알 수 있는 객관적인 정보가 없는 한 결론을 성급히 내리기보다는 알기까지 끊임없이 질문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혹시라도 모든 대화가 틀어졌을 때 무조건 타인을 비난하는 ‘틀에 박힌 태도’를 고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부자를 만날 때 나의 경험과 생각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부자의 삶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낯선 이와 이야기하는 법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가운데 만약 낯선 이와의 대화가 틀어졌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할까? 그 낯선 이를 비난한다.”
– 타인의 해석 401쪽.
우리는 오늘도 타인을 만날 수 있다. 만나는 타인을 이해하고자 한발 가까이 다가서자. 그 타인이 곧 기부자가 될 수도 있다.
최계명 | 세상의빛 작은도서관 관장
어두워져만 가는 세상에 한줄기 빛이 되어보고자 열심히 ‘선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열정 메신저이다. 복지관 모금담당자로 있을 때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총서’를 즐겨 읽고 적용했던 것이라고 한다. 책 속에 보석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난 후 비영리활동 동료들과 ‘연대북스’라는 독서모임을 3년째 운영하고 있다. 또한 지역에 다음세대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전달하기 위해 세상의빛 작은도서관을 개관하여 운영중에 있다.
읽어보고 싶은 책 리스트에 올립니다. 복지관과 연대북스, 그리고 작은책방으로 이어지는 최계명 관장님의 활약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