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싣는 순서> (1) 덕윤리 (2) 모금가와 윤리 (3) 유덕한 모금가 |
2020년 3월, 신천지의 120억은 처음에는 공동모금회에서, 다음은 전국재해구호협회에서, 세 번째로는 대한적십자사에서 기부를 거절당했다. ‘그런 돈’은 받을 수 없다는 이유였다.
윤리
윤리는 인간관계의 이법(理法)이다. 행위와 방향에 대한 도덕적 가치 판단과 규범이다. ‘무엇을 가치 있게 볼 것인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다(김태길, 1987).
고전 윤리학에서 윤리는 목적론과 의무론으로 구별된다. 의무론은 단순하게 중요한 원칙과 가치, 의무를 옳음의 기준으로 놓고 판단한다. 목적론은 이익을 옳음의 기준으로 놓고 판별한다. 그러나 윤리적 갈등에 마주섰을 때 칸트의 의무론이나 벤담의 공리주의적 목적론으로 윤리적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앞의 사례에서 ‘그런 돈’은 무엇일까? 신천지 120억 기부와 같은 사회적 이슈가 아니더라도 자원의 출처로 윤리적 갈등을 겪고 있는 모금 현장이 있다. 자원의 출처뿐 아니라 기부자 관계, 수혜자 보호, 모금 환경, 모금 조직에서의 딜레마(이민영‧윤민화, 2015)를 비롯하여 선물 받기, 기부자 개인정보 보호, 모금가의 보상, 정보의 완전하고 정확한 공개, 이해관계자와의 충돌 등 비영리조직이 겪는 모금활동의 대표적인 윤리적 딜레마(Tim, 2003)까지 모금 활동에 있어서 매우 다양한 윤리적 갈등이 곳곳에 포진해 있다.
덕윤리
이러한 윤리적 갈등을 목적론과 의무론이라는 대립적 기준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없다. 윤리는 옳음과 그름에 대한 판별이 아니다. 옳음과 옳음 혹은 옳음과 좋음에 대한 선택이다. 선택의 주체인 개인과 조직이 처한 사회, 정치, 경제, 문화의 맥락뿐 아니라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그래서 제3의 대안인 ‘덕윤리’가 필요한 것이다. 인간 내면의 도덕성과 개인의 인성이 무시된 채 도덕적 의무와 도덕 법칙만이 강요되거나 쾌락과 이익의 총량이 윤리로 강조되는 것에 한계(박찬구, 2006)가 있기 때문이다.
덕윤리는 의무, 규칙, 행위의 결과보다는 개인의 덕에 초점을 맞춘 행위자 중심의 윤리이며 공동체 구성원의 삶을 동시에 강조한다. 여기에서 덕(德, virtue)이란 선(善, good)에 대한 의지를 지향하고 실현하는 능력(네이버 두산백과)이다. 유교에서의 오상(五常)*이, 서양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미덕(니코마코스 윤리)이 대표적이다.
* 오상(五常): 인(仁), 의(義), 예(禮), 지(智), 신(信).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행위가 지향하고 있는 최고의 선은 ‘행복’이며, 행복을 위한 탁월함에 이르는 실천적 행동을 ‘덕’이라 하였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는 중용의 덕을 강조하였는데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며 용기는 비겁과 만용의 중용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덕목
덕목(한국어) | 덕목(영어) | 의미 |
---|---|---|
용기 | courage | 두려움과 태연함(무모)의 중용 |
절제 | temperance | 무감각과 무절제(방종/방탕)의 중용 |
관후(寬厚) | liberality magnificence |
인색과 흥청댐의 중용 |
긍지, 포부 | magnanimity pride/proper ambition |
비굴과 허영(오만)의 중용 |
온화 | patience | 성마름과 무기력의 중용 |
진실성, 참됨 | truthfulness | 거짓 겸손과 허풍의 중용 |
재치 | wittiness | 촌스러움과 익살의 중용 |
우애, 사랑 | friendliness | 비굴함/아첨과 심술궂음의 중용 |
염치 | modesty | 숫기 없음과 몰염치의 중용 |
의분(義憤) | righteous indignation | 시샘과 심술의 중용 |
☞ 우리는 왜 유덕한 모금가에 주목하는가(2): 모금가와 윤리로 이어집니다.
참고문헌
- 김태길. 1987. 『윤리학』. 서울: 박영사.
- 박찬구. 2006. 『개념과 주제로 본 우리들의 윤리학』. 파주: 서광사.
- 이민영·윤민화. 2015. “비영리조직 모금실무자의 윤리적 갈등에 관한 질적연구”. 『한국사회복지행정학』. 17(2): 247-275.
- Tim J. Burchill. 2003. “Seven ethical dilemmas in philanthropic fundraising”
정현경 | 성공회대학교 사회적기업센터 연구교수
비영리컨설팅 웰펌 수석연구원, 한국공익법인협회 전문위원, 한국모금가협회 전문위원이다. 아름다운재단 물품기부 마스터를 맡았다. 『모금가노트』, 『사회복지와 모금』, 『스크루지의 마음도 여는 한국의 모금가들』 등 다수의 저서와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는 <연대공작단>과 <연대북스>를 통해 동료들과 현장의 고민을 풀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