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 클라인은 비영리 모금전문가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저자입니다. 아름다운재단의 [기부문화총서] 중 가장 흥행에 성공한 ‘모금이 세상을 바꾼다’의 저자이며 올해는 이 책의 7번째 에디션이 출간될 예정입니다. 킴 클라인이 운영하는 웹사이트는 펀드레이징 관련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Dear Kim’ 이라는 세션에서는 익명으로 받는 질문에 대해 답변하고 있습니다.
비영리 모금 원격강의는 주한미국대사관 후원으로 4월부터 시작으로 매월 1회 총 5회에 걸쳐 진행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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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킴 클라인입니다. 수천 마일 떨어져 있지만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울은 3번 방한한 적이 있는데요.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NGO 영역을 갖고 있기도 해서 저도 많이 배우려 합니다. 지금 입고 있는 제 옷은 12년 전 방한했을때 인사동에서 산 것입니다. 저도 여러분과 많이 가까워지고 싶습니다. 제게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은지 보내주신 질문에 따라 이야기를 풀어나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소규모 NGO가 지켜야 할 4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의 원칙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토론하는 시간을 가지고자 합니다.
원칙1. 왜 모금을 하려는가.
이 질문은 모금의 기본 틀이자 집을 지을 때 주춧돌과 같은 기반입니다. 즉 조직이 왜 존재하는가가, 어떻게, 무엇을 하려 하는지보다 더 중요합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시간을 들여서라도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소규모 NGO의 경우, 이 부분을 간과하는 경향이 큽니다. 한국에도 수천 개 NGO가 존재하고 점점 경쟁이 심해질 것입니다. 그 때문에 이러한 질문은 더 필요합니다.
취지를 설명할 때에는 여러 질문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논리적 질문이 필요합니다. 그 첫 번째로 우리는 왜 존재하느냐는 질문입니다. 무엇을 하는가가 첫 번째 질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누군가 “무엇을 하는 단체인가?”라고 물으면 그에 대한 답을 하지 말고 ‘왜 존재하는가’에 대해 답하십시오. 기부자의 마음을 먼저 얻고서 이성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가 아는 단체 중에서 ‘성장 지연 아이들’을 돕는 단체가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성인이 되어서 잘못된 걸 고치는 것보다 어렸을 때 고치는 게 더 쉽다”고 얘기합니다. 이렇게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후 구체적인 사업을 이야기합니다.
오늘 오신 분 중에서 폭력 관련(가정, 아동, 집단)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은 손을 들어주시겠어요?
네, 몇 분이 계시군요. 또 다른 사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LA필하모니 출신의 유명한 지휘자가 베네수엘라 저소득 아이들에게 악기 가르치면서 한 말이 있습니다. “바이올린을 드는 손은 절대 총을 들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강력한 선언을 하는 것이 다른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출발점이 됩니다. 우리가 왜 이 일을 하는지 선언한 후, 사람들이 생각할 수 있게 한 다음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좀 더 쉽게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면, 나의 목표는 고등학교 졸업률을 100% 달성하는 것이라는 방식으로요. 그리고 얼마나 오랫동안 이 일을 해왔는가를 이야기해야 합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해왔는가를 얘기하면서 기부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어디서 모금을 하고, 어디서 자금을 끌어오는가, 얼마가 필요한가, 누가 이 일을 하는가’를 요약한 모금명분서(Case Statement)가 있어야 합니다. 요약하면 ‘1)왜 2)어떻게 3)실적 4)운영’과 관련된 모든 내용을 적은 한 장의 문서가 있어야 합니다. 사진 등을 추가할 수 있고요. 이것이 일종의 제안서(proposal)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가장 기본이 되는 모금명분서를 갖고 있어야 합니다.
원칙2. 기부자들과 관계를 형성하는 것.
두 번째로 탄탄한 모금을 위해 필요한 부분을 말하겠습니다. 한국에서는 성인 10명 중 7명이 기부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미국과 비슷한 수치인데, 이 수치는 투표자보다, 자원봉사하는 사람보다도 기부를 많이 한다는 것입니다. 즉, NGO에 관해 신뢰가 있다는 것입니다. (-> 역주 : 실제 한국의 기부율은 30%가량)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것은 한 번도 기부하지 않는 사람들을 첫 기부자로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SNS, 특별행사, 면대면 요청 등이 있을 것입니다. 기부할 수 있는 기회와 환경을 만드는 일입니다. 첫 번째 기부는 소액기부일 가능성이 큰데 거절하기 힘들게 해야 합니다. 만찬이나 댄스파티에 초대한다든지, 영화를 본다든지, 기부를 쉽게 할 수 있게 하고 꼭 감사 표시를 하세요.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합니다. 한국문화에서 잘하는 것이 ‘감사’를 표시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감사편지도 빨리 보내구요. 제가 미국에 와서 이런 한국의 문화를 주변에 많이 알렸습니다.
첫 번째 기부자를 만든 다음에는 지속해서 기부하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 년에 두세번 기부를 요청하세요. 교회는 일 년에 52번 요청하기 때문에 일년에 2-3번은 많지 않은 듯합니다. 기부자 리스트를 살펴보아서 더 큰 금액을 기부할 수 있는 사람을 알아야 합니다. “귀하께서는 우리 단체에 100달러를 기부해주셨습니다. 이번에는 200달러, 1,000달러, 2,000달러는 어떤지요”라고 권유할 수 있습니다.
절대 기부자들을 ATM 기계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면 바로 기부자들을 떨어져 나갈 것입니다. 진정으로 그들과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게 핵심입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충분히 알리고, 성공담을 공유하고, 행사에 초대하며 친구가 되어야 합니다. 친구와의 관계에는 공을 들이는 것이 필요합니다.
원칙3. 직접 대면 모금을 할 수 있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많은 분이 직접 대면 모금에 대해 불편해하거나 저항이 심합니다.
저는 “풀뿌리 소규모 NGO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 뭐냐”라는 질문에 이 3번째 원칙으로 대답합니다. 대면모금은 아는 분에게, 대의를 위해서 기부했던 분에게 얘기하는 것입니다. 이미 그 사람은 기부 요청을 받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우리 사업에 대해서도 안다고 가정했을 때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사람이자 신뢰가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모금가가 요청하는 것의 50% 이하로 모금이 가능할 것입니다. 실제로 모금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거절당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건 개인적인 이유로 거절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사람이 이미 다른 단체에 기부할 수도 있고 사업이 어려워졌을 수도 있습니다. 나를 거절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대해서 명확히 알고 있으면 이야기하기 더 쉬울 것입니다. 모금가의 역할은 “다른 단체에 기부할 것을 우리 단체에 달라”라고 얘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우리들의 사업과 활동에 대해 알고 있는 기부자라 할지라도 모금 성공률은 대면이 50% 이하, 전화 25% 이하, 우편 10% 이하, DM/SSN/메일 순으로 퍼센트는 점점 낮아집니다.
원칙4. 도와주는 사람을 꾸려라.
풀뿌리 NGO는 자원봉사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자원봉사자, 이사회가 좋아하는 일을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면 SNS를 잘하는 이사는 SNS를 하도록, 물건을 파는 것이 강점이라면 세일즈를 하도록, 파티를 좋아하는 이사라면 파티를 할 수 있도록 합니다. 각각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을 주는 것입니다. 또한 작은 수의 사람이라도 직접 대면 모금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대면 모금이 싫고 어렵지만, 하다 보면 점차 좋아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팀을 꾸려가는 근간이 되는 것은 ‘사명’입니다. 사명이 동기부여를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말한 4가지를 다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우리에게는 필요합니다. 우리에게 모금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 원인을 파악해야 합니다. 사명이 없는가. 모금명분서를 잘 못 만들었는가. 관계 형성을 못 했는가, 기부 요청을 자주 안 했는가. 나 혼자 모든 것을 다하려고 하면 안 됩니다. 과부하 걸리면 안 됩니다. 한국에 방문했을 때에 한국의 비영리는 이런 경우가 많다고 들었습니다.
패널 토론
진저티 : 이 책의 가치를 알고서 여러 곳에서 이 책에 관해 이야기해왔다. 한국의 비영리단체에서 기본적으로 가진 문제는 한사람,특히 신입 간사가 너무 많은 일을 맡게 되는 문제가 있다. 대표들은 너무 바쁘다. 모금에 관한 생각을 바꾸고 싶어서 이 책으로 여러 조직에 있는분들과 함께 스터디를 추진을 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의미가 있었다.
지금 여기 오신 분들도 활동하는 조직 안에서 한 분 정도씩 오셨을 텐데, 이후 조직에 가보면 바꾸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모금에 관한 생각에 대해 전체 조직이 합의가 안 되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책은 모금에 관해 A-Z까지 얘기하고 있으므로 전체 조직에서 같이 논의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세 가지 사례를 알려드리겠다.
(1) 첫 번째 사례
어떤 작은 단체에서 모금스터디를 만들려고 했는데 대표가 반대했다. 왜냐면 대표는 이미 다 알고 있으니까 이게 왜 필요한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무자들은(특히 신입) 그렇게 같이 공부하면서 “이제 알았어요”라고 한다. 의욕이 있는 실무자라도 남에게 조직의 사명에 관해서 설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꼭 같이 논의(스터디)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2) 두 번째 사례
기부자 변화에 대해 점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스터디하는 과정에서 기부자 증감여부 파악했다. 해지가 증가해서 그 내용을 파악해보니 그 분들은 해지할 의사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기부시 ‘2년만 약정할께요’라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를 파악하지 않아서 해지가 증가하고 있었다. 테이터의 내용을 파악한 이후 다시 연락드리니 그분들은 대부분 재약정을 했다. 이렇게 데이터를 관리해야 한다.
(3) 세 번째 사례
지역아동센터의 운영위원들에게 모금가 역할을 알려드리면 활동할 수 있지 않을까 했다. 대표는 운영위원들이 부담스러워 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런데 운영위원들이 실상 맡으니 모금가 역할을 하셨다. 우리가(조직이) 모금팀에 대해 어떤 역할을 기대한다고 얘기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킴 클라인 : 어떤 일을 하기 두려울 때는 작은 일부터 해보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자원봉사자들이 기부자에게 감사 인사를 하기 위해 전화를 하는 것이다. 자원봉사자들은 기부자들에게 전화해주서 고맙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이것이 앞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작은 모교행사라도 여러 명이 같이 하는 것이 좋다. 책임감을 느끼고 성공적으로 꾸려간다면 앞으로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 힘이 된다.
전현경(아름다운재단) : 일을 하면 할수록 이 원칙이 기본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 오신 분들 중에는 모금을 준비하는 기관, 어느 정도 모금을 해봤는데 생각보다 안 된다, 기본기는 있으나 공격적으로 해봐야겠다는 분 등이 섞여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자리에서 얻을 수 있는 게 모두 다를 것이다.
충분히 요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 한 두명이 아니라 팀 전체가 모금하는 것을 힘들어한다. 예를 들어 아이들을 도우려고 왔는데 생전 모르는 사람들에게 돈을 달라고 해야 한다니… 그 사람이 돈을 줘도 문제다. 그 마음의 짐을 어떻게 할 것인가. 돈을 받으면 받을수록 내가 기부자의 경조사도 챙겨야 할 것 같고…(웃음)
그런데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모금은 사업을 하기 위해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이 일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함께 할 수 있도록 모으느냐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하든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동참하게 할 것인가가 중요한 것 아닐까. 이렇게 모금이라는 것을 다르게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런 원칙 중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팀빌딩’ 같다. 할 일도 많은데 모금까지 해야 한다면, 정말 모금이 뭔지 알아야 한다. 각자의 일을 하면서 모금에 대해 이해를 해야 한다는 것이 첫 번째라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기부문화총서가 여러분에게 도움을 드릴 수도 있다.
저자에게 질문이 있다. 십 년 전에도 뵈었는데 그동안 달라진 것이 무엇이며, 그래도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킴 클라인 : 빚을 진 느낌이라고 했는데, 모금은 ‘교환의 원칙’이다. 기부자 혼자 할 수 없는 일을 대신 해주는 것이다. 샌프란시스코는 부유한 동네지만 동시에 3만 명의 노숙인이 있다. 개인 혼자서는 이 분들을 도울 방법이 없다. 그래서 이 일을 잘하는 단체에 기부하는 것이다. 내 돈을 주면 나 혼자는 할 수 없지만 단체는 할 수 있다. 모금명분서에도 교환의 원칙에 대해 작성해야 한다. (혼자 할 수 없는 일을 단체에서 대신해준다 라고 말이다.)
그동안의 변화점은 SNS의 활용도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12~13년 전, 처음 한국에 왔을 때도 거의 모든 분이 핸드폰 있었고 기부를 하고 있었다. 한국은 기술이 정말 발전했다. 그러나 훌륭한 도구이지만 도구일 뿐 목적이 되면 안 된다. 대체가 아닌 확장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다른 기본적인 것들을 해야 한다.
부정적 변화는 1) 소득 격차 심해졌다는 것과 양극화가 심해진 것이다. 2) 전 세계적 위기가 있다. 예를 들면 시리아 난민처럼 난민 문제로 여러 정부 간의 긴장이 높아졌다. 이는 NGO가 할 일이 많아졌다는 것이지만 NGO 간의 경쟁도 심해졌다. 3) 예산 삭감이다. 한국도 사회복지 예산이 삭감되었다고 들었다. 그럴수록, NGO가 모금을 더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