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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질문에 대답해 보시기 바랍니다.
1. 당신은 혹시 후원하고 있나요? 2. 그렇다면 왜 그 단체, 혹은 그 사업에 후원하고 있나요? 3. 그 단체, 혹은 그 사업이 최선인가요?
3번 질문에 명확한 답변하셨나요? 좀 어려웠나요? 그럼 이번에는 마트에 물건을 사러 갔다고 해볼까요?
가. 당신은 혹시 쇼핑을 하러 오셨나요? 나. 그렇다면 왜 그 마트, 혹은 그 물건을 골랐나요? 다. 그 마트, 혹은 그 물건이 최선인가요?
여기서 다번 질문은 앞의 3번 질문보다 쉬웠던 분이 많으실 겁니다. 우리는 물건을 구매하고, 투자처를 고를 때 명확한 필요와 근거에 입각하여 결정합니다.
물건을 고를 때 : 가성비, 업데이트, 호환성, 인지도, 디자인, 사용기한, A/S시한 투자처를 고를 때 : 시장의 크기, 기업의 제품, 매출액, 점유율, 신제품의 반응
그런데 구매 혹은 투자 결정을 할 때는 최선을 다해 비교하고 고민하면서, 기부를 결정할 때는 왜 비교하고 고민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기부를 결정할 때 감정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는 우리의 기부 결정은 감정이 아니라 구매나 투자를 결정할 때와 마찬가지로 냉정한 이성에 입각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잘하는’ 단체는 당연히 ‘투명한’ 단체이지만, 모든 ‘투명한’ 단체가 ‘잘하는’ 단체는 아니다.
사업을 잘하는 비영리단체란 운영비를 아끼고, 후원금 사용내역을 공개하는 것을 넘어서, 월등한 사업성과를 만들어내는 단체라고 이 책은 주장합니다. 이 책에 나온 사례 중 하나를 문제로 내어 보겠습니다.
다음 중 케냐 지역 학교 출석률을 높이는데 비용대비 효과성이 가장 높은 사업은? A : 학교에 교과서 지원 B : 교사를 추가 지원하여, 학급당 학생 수 줄이기 C : 구충제 지급
답은 C입니다. 구충제로 인해 기생충 감염이 줄어들면서 결석률이 25퍼센트가 줄어들었으며, 총 학생의 출석 일수가 100달러당 총 10년이 늘었습니다. 학생 1명이 하루를 출석시키는데 단 5센트만 있으면 되는 것이었죠. 심지어 10년 뒤 기생충 치료를 받지 않은 학생에 비해 소득도 20퍼센트 더 높아지는 월등한 결과를 가져왔습니다(20p~23p). 그러니 우리는 내가 후원하는(혹은 할) 사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아야 합니다. 다른 예시를 보실까요?
당신은 번화가를 걷고 있다. 젊고 매력적인 직원이 부담될 만큼 열성적인 태도로 길을 막아서며 대뜸 말을 건넨다. (중략) 그 직원은 ‘눈부신 화장품’의 투자자를 찾고 있다고 말하며 화장품 시장 규모가 얼마나 거대한지, 자사 제품이 얼마나 뛰어난지 줄줄 늘어놓는다. 게다가 ‘눈부신 화장품’은 자금의 90퍼센트를 제품생산에 투입하고 임금, 유통, 마케팅에는 10퍼센트도 쓰지 않는데도 매우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므로 높은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당신이라면 이 화장품 회사에 투자하겠는가?
당연히 안할 겁니다. 소중한 나의 돈이 들어가는 결정인데, 이 말만으로는 투자를 결정할 수 없습니다. 더 깐깐하게 검증하겠지요.
당신은 번화가를 걷고 있다. 젊고 매력적인 캠페이너가 부담될 만큼 열성적인 태도로 길을 막아서며 대뜸 말을 건넨다. (중략) 그 캠페이너는 ‘ㅁㅁ사업’의 후원자를 찾고 있다고 말하며, ㅁㅁ의 혜택을 받는 이가 얼마나 적으며, 우리의 단체가 얼마나 유명한지 줄줄 늘어놓는다. 게다가 ‘ㅁㅁ사업’은 후원금의 90퍼센트를 후원 사업에 투입하고 임금, 유통, 마케팅에는 10퍼센트도 쓰지 않는데도 매우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므로 높은 사업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당신이라면 이 단체에 후원하겠는가?
같은 맥락의 질문을 자선사업에 대해 해 보았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나의 기부로 누군가를 도우면, 다른 누군가를 도울 기회가 사라진다
우리는 기부를 결정할 때 최선의 선택을 하도록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이유는 또 있습니다. 모든 선택이 그러하듯이 선택권을 행사하면 선택하지 않은 다른 기회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냉정한 이타주의자가 타인을 도울 기회가 있을 때, 감정보다는 데이터에 입각해 최고의 성과를 고민하는 이유입니다. 2017년 당시 거리 캠페인을 통한 후원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던 나는 이 책을 읽고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내가 하는 방식이 맞을까?’ 결국 그 고민의 답을 찾지 못하고 그만두게 되었죠. 내가 하는 모금이, 모금 하는 사업은 정말 사회복지에 도움이 되는 걸까? 도움이 된다면 얼마나 되는 걸까? 여기가 아니라 지역아동센터에 기부했다면? 의료연구재단에 기부했다면? 이 고민을 지금도 끊임없이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하고 있는 후원단체도 여기에 맞는 기준을 나름대로 정하고 후원하고 있습니다.
1. 환경단체는 전 지구적 문제를 다루는 곳이기 때문에 인지도가 최고인 곳, 즉 캠페인 시 노출도가 높은 곳에 기부한다. 2. 해피빈을 통한 작은 단체 기부는 무조건 더블기부, 그리고 후원금규모가 가장 적은 곳, 즉 후원금의 효과성이 가장 큰 곳에 기부한다.
기부를 결정하는 핵심 질문
여러분들도 자기만의 기부 규칙을 세우면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꾸는데, 더 크게 영향을 끼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혹시 기부가 처음이라면, 이 책 270쪽에 나온 기준을 보고 한 번 정해보는 건 어떨까요?
기부를 결정하는 핵심 질문 기부단체를 결정하는 핵심 질문 -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혜택이 돌아가는가?
- 방치되고 있는 분야는 없는가?
-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 성공 가능성은 어느 정도이고 성공했을 때의 효과는 어느 정도인가?
- 이 단체는 어떤 일을 하는가?
- 사업의 비용효율성이 높은가?
- 사업의 실효성이 객관적으로 검증 되는가?
- 사업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가?
- 이 단체는 추가 자금이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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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주 | 사회복지사
이과 마인드를 가진 문과생으로, 역사를 좋아해 국사학자, 고고학자, 큐레이터를 꿈꾸다 장애인 복지를 위한 사회복지사로 전향하여 모금 전문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5백 명의 후원을 개발하기 위해 3천 명에게 거절당한 사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