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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장애 운동을 보다 대중적인 사회운동으로 만든 동력이 된 책

지금은 보기 힘들지만 지하철이나 시장에서 장애인이 구걸하거나 TV에서 장애아동을 보여주고 후원문자를 유도하는 광고를 접할 때가 있었습니다. 장애와 관련된 일을 하는 거의 모든 기관과 단체는 후원이나 기부와 무관하지 않으므로 <이달의 기부문화도서>로 이 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장애학 함께읽기」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특수」와 「보호」라는 이름 아래 비장애인과 분리된 환경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의 통합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그 답을 제시해주는 책입니다. 이 책은 2009년에 나왔습니다. 소위 장판이라고 하는 장애계는 2000년대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시작으로 기존의 주는 대로 받는 시대에서 싸워서 쟁취하는 시대로의 변화에 도전했습니다. 전문가가 사회복지를 계획하면 복지관으로 대표되는 공간에 모여서 후원과 정부지원으로 마련된 자원을 나누고 만족해하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지하철을 막고 목에 사다리를 걸고 쇠사슬로 자물쇠를 채우며 장애인도 지하철을 타게 해 달라고 외치던 시기입니다. 이후 장애계는 교육권 투쟁, IL(독립생활) 투쟁으로 그 영역을 넓혀 나갔으며 2007년 장애인 차별금지법과 장애인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정이라는 결실을 보았습니다. 최근에는 발달장애인과 정신장애인 등 당사자성이 약해 스스로 자기주장이 어려운 이들을 위한 권익활동으로 그 영역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대형마트의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된 고급차량을 보며 장애인 혜택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고속도로 통행료도 할인해주고 입학과 채용 시 가점도 있고 심지어 가족에게도 지원을 한다며 장애인에 대한 불편한 시선을 감추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 개봉한 영화 「학교 가는 길」에도 소개된 것처럼 특수학교를 짓기 위해 장애부모들은 눈물로 무릎을 꿇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두 개의 부와 7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부 장애학과 사회적 장애이론은 영국의 올리버(Michael Oliver)라는 사회학자가 쓴 ‘장애의 정치’에 소개된 역사유물론의 관점에서 장애문제를 다루고 있고, 2부 진보적 장애인 운동과 장애학의 쟁점에서는 노동 진보적 장애정치라는 쟁점으로 저자가 경험하고 고민한 내용과 결합시켜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장애 운동은 이 책이 출간된 이후 보다 대중적인 사회운동의 동력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소수의 장애인권운동가들의 전유물처럼 여기던 사회행동 이론이 진보적 장애운동을 동경하던 사회복지 전문가들에게도 전파되기 시작했고 외곽에서 제3세력으로 존재하던 장애운동단체가 당당히 정부와의 협상 테이블에 참여하여 주도권을 뺐기지 않고 정책과 법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대형 장애인 거주시설을 폐쇄하자는 탈시설 운동에도 그 당위성과 사회적 가치를 인정받는 논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pixabay.com

이 책은 장애 자체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진 않습니다. 발달장애인이나 정신장애인의 이야기까지 설명해주기엔 부족함도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왜 장애문제를 사회문제로 봐야하는지에 대한 답은 잘 제시해주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자는 이 책 이후에도 「장애학의 도전」이나 「철학, 장애를 논하다」 등의 번역본을 국내에 소개하면서 장애학에 대한 고민의 깊이를 더하고 있습니다. 이들 책이 다소 어렵다고 생각되면 오늘 소개하는 이 책을 먼저 읽어보길 바랍니다.

고명균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홍보팀장과 총무부장, 한국지적장애인복지협회 사무처장을 거쳐 현재 한국장애인개발원 중앙장애아동발달장애인지원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