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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들여다보는 창문 같은 책
한 때로 지나갈 것이라고 생각한 코로나19는 생각보다 장기화되었고, 정치, 경제, 사회면을 강타한 것도 모자라 우리 집 안방과 일상생활까지 바꾸어 놓았다. “밥 먹고 가라”는 잔소리는 “마스크 쓰고 가라”로 바뀌었고, “코로나 끝나면 꼭 보자”라는 인사는 기약 없는 약속이 되어버렸다. 처음 기부문화도서 추천위원으로 발탁되었을 때, 어떤 책을 추천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었다. 결국 책을 고르고 고르는 데 시간이 꽤 걸린 것 같다. 그러다 문득, 지금 사람들이 책을 통해 궁금해 하는 것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택근무와 사회적 거리두기와 외출 자제로 인해 강제 집순이, 집돌이가 되어버린 우리 집 밖의 이야기를 궁금해 하지 않을까? 코로나로 인해, 그리고 코로나에 의해 세상은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어떻게 돌아가고 있을지, 나는 거기서 어떻게 적응해야할지 그런 것들이 궁금해졌다. 필립 코틀러의 마켓 5.0은 코로나19라는 시기와 맞물린 우리 모두의 시장에 대해 얘기하는 책이다. 비영리 분야에서 일을 하면서 한 가지 느꼈던 점은, 이 일은 ‘참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Pre-코로나 시대에서는 사회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모아두고, 아니면 길에서 붙잡고, 그것도 아니면 잠깐의 호소라도 얼굴을 맞대고 사람들의 온정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가 터지면서 우리는 온라인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고, 미래 상상 그림그리기 대회에서나 볼법한 재택근무와 화상회의가 일상이 되었다. 디지털 기술과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사물 인터넷(IoT) 등 갑자기 쏟아져 나온 기술들은 코로나로 집 문을 꽁꽁 닫은 이에게 미래로 타임머신을 탄 기분을 선사한다. 갑자기 세상이 바뀐 느낌, 나 빼고 다 앞서가는 느낌.
그럼 우리는 이제 ‘참 좋은’ 이 일들을 어떻게 알리고,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 내야할까. 이 일을 지속가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는 기술과 결코 무관할까? 결국 비영리 시장은 영리 시장보다 더 영리하게 시장을 파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이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공동체의 이익을 이끌어 내야하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책에서도 휴머니티를 강조하면서 기술과 디지털, 온라인 세상 속에서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정과 따뜻함의 필요성을 제안한다는 점이다. 아 그래서 이거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니가 젊으니까 한번 알아봐라 라는 상사의 오더에 진땀 빼기 전에 이 책을 추천한다. 우리 집 밖은 이렇게 흘러가고 있었군. 그래서 우리 집 상황은 어떻지? 하며 자연스레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창문을 열어주는 책이 되길 바라며.
이예림 | 연세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석사과정
게으른 완벽주의자. 누군가의 아내이자 엄마이자 딸. 그 모든 모습을 완벽하게 해내고 싶어서 이리 저리 기웃대며 다양하게 경험을 쌓는 중입니다. 걱정이 많은 게 걱정이지만, 그 걱정들을 양분삼아 뭐든지 해냅니다. 그리고 해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