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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설을 반박하고 성선설을 입증하는 역사적‧과학적 근거를 찾아서
“공익을 위한 자발적 행동”을 지향하는 우리 분야의 명칭은 분명하지 않다. ‘비’영리, ‘비’정부처럼 ‘무엇이 아닌’ 것으로 정의되곤 한다. 『필란트로피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페이튼과 무디는 이런 이름들이 우리가 지향하는 가치를 담고 있지 못하다면서, 우리 분야를 가리키는 명칭으로서 필란트로피(philanthropy)를 제안했다(그러나 한국어 사용자 입장에서 이 용어는 생경하기만 하다). 페이튼과 무디의 주장에 동조하는 한편으로, 나는 우리 분야의 ‘이름 찾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한다. 인간의 앎이 아무리 확장되어도 신의 섭리(혹은 부처님 손바닥)를 크게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이 일일이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하듯, 아무리 권력(제1섹터의 원리)이나 인간의 이기심(제2섹터의 원리)이 갈수록 확대되는 세상이라도 이런 것으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인간 행동이 존재하는 이유는 권력욕구나 이기심이 (그것이 인간의 속성임을 부인하지 않더라도) 아닌 인간의 근원적 속성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 근원적 속성이란 우리 분야의 핵심 원리이고 보니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제 논리로만 돌아가는 듯 보이는 자본주의 세상이지만, 자발적이면서 대가를 바라지 않는 네트워크(연구, 오픈소스 등)가 없다면 시장 경제는 절대 돌아가지 않는다고 한다. 인류가 다른 종들을 따돌리고 지구의 굳건한 최강자가 된 이유도 개체의 능력이 출중하거나 경쟁을 통해 우세한 개체를 가렸기 때문이 아니라 협력의 기술을 발전시켰기 때문이라고 한다(가장 우호적인 자가 생존했다). 자발적으로 서로 돕는 능력 – 간혹 오작동하기는 하지만 – 이야말로 인류 발전의 핵심 역량이고, 그 기반 위에 제1섹터나 제2섹터 또한 발전할 수 있었다고 보는 것이 맞겠다.
이 책 『휴먼카인드』는 인간의 자발적인 우호 지향성을 부정하는 기존 통념들이 사실이 아님을 하나씩 논파한다. 간혹 이런 근원적인 속성이 오작동(인간 본성이 아닌)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충분히 설명한다. 비영리 분야에서 신념을 갖고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면서도 우리 분야의 원리에 대해 의구심을 가져본 적이 있는 분에게 이 책을 권한다. 본인의 신념을 안심하고 간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비영리 분야에서 신념을 갖고 일하면서 의구심을 가져본 적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 같아요. 책 읽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