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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에 대한 철학적 고민이 담겨 있는 책
제목에 들어 있는 ‘기부’, ‘윤리’ 두 단어만 들어도 뭔가 무거운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생각보다 술술 잘 읽히는 책이다. 이미 기부를 하고 있거나 아니면 기부를 할지 말지 망설이고 있는 분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기부 행위에 관한 고민의 지점을 짚어주어 기부의 방향을 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한다. 이 책은 『The Ethics of Giving : Philosophers’ Perspectives on Philanthropy』를 번역한 책인데, 저자들의 다양한 관점이 각 장에 녹아져 있다.
1장 필란트로피 기부의 의무와 선택-칸트주의적 관점에서는 기부가 도덕적 의무인지에 대해 서술하고 있으며, 2장 덕윤리, 두터운 개념, 선행의 역설에서는 용어가 다소 생소할 수도 있지만, ‘두터운 개념 중심주의(Thick Concept Centralism, TCC)’를 제시하면서 충실성, 상냥함, 사랑, 공정성에 대해 짚어보고 있다. 3장 선의 이행과 최대선의 이행에서는 동물 복지에 기부한 사례가 나오는데, 인류 복지를 위해서가 아닌 개를 위하여 기부하는 것에 대해 효율적 이타주의의 관점을 적용하여 옳고 그름을 논증하고 있다. 4장 극심한 빈곤은 부정의한 비상사태에서는 극심한 빈곤에 대해 비교적 부유한 사람들이 기부하는 행위에 대한 담론이 담겨 있으며, 5장 자기충실성 및 정체성과 자선단체의 선택에서는 자기충실성 및 정체성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대부분 선한 행위로서 기부를 하게 되는데 이때 자기정체성에 근거하여 자선단체를 선택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6장 기부는 지나친 요구가 아니다에서는 수입의 10퍼센트부터 기부하는 매우 약한 희생의 원칙을 설명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7장 정의와 자선 기부에서는 기부에 대한 의무는 광범위하고 이행 방식이 다양할 수 있다고 보고 나눔의 책무에 대한 범위 및 공정한 분배에 대해 논하면서 정리하고 있다. 기부 행위를 하는 데 있어서 각자 저마다의 고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 기부를 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는지’, ‘금액을 어느 정도로 하는 게 적당할지’, ‘어느 영역에 기부하는 게 좋을지’, ‘어떤 방식으로 기부를 하면 좋을지’ 등등이 있을 수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면 그러한 고민에 대한 도움을 어느 정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기부 관련 도서가 널리 대중화되어서 이제는 단지 기부 행위로 끝나는 게 아니라 기부함과 동시에 기부자도 함께 성장하고 성숙해질 수 있는 기부문화가 우리나라에도 뿌리내릴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정현탁 | (전)사랑의열매 나눔문화연구소 연구원 2017년부터 NGO에서 기부 및 모금관련 업무를 시작하여 현재는 사회복지영역에서 연구자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