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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게더’는 인류 생존과 번영의 키워드
나눔북스는 이미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지음나 『휴먼카인드』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같은 책들―이 책에서도 인용하는 책들이다―을 추천한 바 있다. 두 베스트셀러 모두 이타주의가 인간이 동물로서의 이기적 본성을 억누르며 성취한 거룩한 신념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다른 수많은 동물들과의 경쟁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둬 지구상에서 아무도 따라잡을 수 없는 우세종이 된 핵심 비결이라는 점을 밝힌다. 그럼 이 책은 다른가?
다르지 않다.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나눔북스의 추천글을 보고 나서 실제로 두 책을 모두 읽은 독자라면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도 이 책을 읽어야 하나.
이타성과 이기성, 개인주의와 공동체주의의 이분법을 넘어
읽어야 한다.
인간의 타고난 본성으로서 이타성을 밝히고자 했던 이전 두 책과 달리, 이 책은 이타성을 본성으로서 전제하지 않고서도 스스로의 이익 추구를 넘어 이웃을 보살피고 자발적으로 연대하는 인간의 행동을 잘 설명한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이기적이고 파괴적인 모습까지도 이타적 본성의 예외가 아닌, 복잡다단한 인간성의 한 측면으로서 포용한다. 말하자면 전에 추천한 두 책을 업그레이드했다고나 할까.
저자는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달리 자신을 넘어 이웃의 고통에 귀 기울이는 능력, 그리고 지구 반대편에 있는 생면부지의 호모사피엔스와 연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능력을 가진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이런 능력이 늘 발휘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타와 연대의 능력은 다음과 같은 조건 하에서 활성화된다.
- 개인 또는 소수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거대한 외부의 압력이나 재앙 앞에서
- 상호 의존의 경험, 또는 연대가 주는 혜택을 누린 경험이 많을수록
- 사람이 불행에 빠지기 얼마나 쉬운지를 깨달을수록
- 타인과의 연결성을 잘 인식할수록
- 사람들 또는 집단 간에 공통분모가 많을수록
- 그리고, 사람들이 더 자주 만나고 교류할수록
네트워크 안에서의 개인과 공동체
기존 통념에 따르면 개인주의와 집단주의는 어느 한 쪽을 강조하면 다른 한 쪽을 침해하거나 약화시키는 모순된 개념이다. 이런 통념을 무너뜨리는 것이 바로 네트워크다.
네트워크는 한 사회 내의 개인이나 집단 간의 연결로 이루어진 집합체를 말한다. 이 연결은 개인에 의해 언제든지 연결되거나, 강해지거나, 약해지거나, 끊어지기 때문에, 개인의 정체성을 반드시 침해하지는 않는다. 물론 이 연결망의 거대한 물결에 휩쓸려 개인의 정체성이 매몰될 위험도 있다. 혹은 각 개인이 모래알처럼 흩어져 공동체 의식이 실종될 위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결이 시대정신을 타면 강한 결속력을 자랑했던 이전의 여느 집단과도 비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고 거대한 연대체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것도 개인의 정체성을 침해하지 않고도 말이다.
네트워크 안에서 개인의 정체성은 다시 정의된다. 본래 개인이 공동체에 강하게 예속되었던 전근대를 벗어나며 새롭게 등장했던 이 개념은, 이제 연결된 다른 존재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조금씩 진화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고유하고 불변하는 개인의 특성으로서의 정체성은 과거의 개념이 되었다.
개인과 집단의 경계가 사라진 네트워크의 시대. 그 핵심인 연결의 힘이야말로 개인이 전례 없는 큰 힘을 발휘하게 되는 원리다. 네트워크는 깨어있는 개인의 작은 힘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점점 더 커지는 전(全)지구적 위기, ‘투게더’의 필요충분조건
앞서 인간의 이타심과 공동체 의식은 외부의 큰 위기 앞에서 잘 발현되는 특징이 있다고 했다. 지금 인류가 처한 위기야말로 전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다. 심지어 점점 더 거대해지는 중이다. 인류에게는 위기이자 기회다. 과연 인류는, 그리고 지구는 어떤 길로 나아가게 될 것인가. 이 책을 읽고 나서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