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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안 사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안 사고 싶다
나는 ‘패션’에 대해서는 관심도 감각도 없다. 걸쳐서 편하면 입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미 옷을 안 사고 있다. 그런데도 이 책이 눈에 들어왔다. 과잉 소비의 문제는 옷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는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자본주의에서 자본은 그 자신의 증식을 위해 수요를 부추기기도 한다. 이렇게 부추겨진 과잉 소비는 과잉 생산으로 인한 자원 낭비와 착취‧오염‧학대‧고갈 같은 문제를 낳는다. 한편으론 마약이나 도박처럼 인간의 뇌를 중독에 빠뜨려 소비를 더 많이 갈구하게 만든다. 현대 선진국의 풍요 혹은 과잉 소비의 전형적인 모습이 이렇다.
사람으로 태어나 소비자로 자랐다. (168쪽)
누구나 어렴풋이라도 알고 있는 과잉 소비의 문제점을 이 책은 ‘옷’의 소비를 통해 설명한다. 옷차림과 환경 모두에 관심이 많은 저자가 꼼꼼하게 조사하여 모은 자료들을 친근한 글을 읽어가다 보면 과잉 소비에 대해 기존에 우리가 느끼고 있던 문제 인식이 보다 깊어지게 된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됐거나 새삼 다시 생각해 본 문제들도 있었다.
첫째, 옷도 ‘플라스틱’이라는 사실. 전부는 아니지만, 싼 값에 대량으로 팔리는 옷들의 소재는 대부분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에스터이며, 그 부작용은 언론이나 환경 캠페인에서 보아 오던 플라스틱의 부작용과 다르지 않다. 이미 알다시피 플라스틱은 생산 과정에서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은 물론 대량으로 소비된 후 버려지면서 미세플라스틱 같은 큰 문제를 일으킨다.
둘째, 정말로 제대로 된 옷, 제대로 만든 물건이 설 자리를 잃고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사실. 싼 것을 빨리빨리 쓰고 버리는 소비 습관이 자리 잡으면 아무도 꼼꼼히 만든 물건을 적당한 값을 주고 사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중에 가서 제대로 만든 물건을 찾아 봐야 없게 될 것이다. 값비싼 브랜드는 여전히 존재하겠지만, 진짜 명품은 사라진다.
플라스틱 빨대 대신 종이 빨대를 쓰거나 아예 쓰지 않으려고 의식해본 사람. 종이컵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해본 사람. 고장 나거나 해진 물건이나 옷을 바로 버리기보다 고쳐서 쓰거나 입으려고 한 번쯤 시도해본 사람. 소유물의 지배에서 벗어나 나답게 살고 싶다고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사람. 이런 사람이라면 이 책이 자신의 노력에 보다 깊고 또렷한 생각을 선사할 것이다. 그럴수록 무엇을 실천해야 할지도 또렷해지고, 그런 우리가 하나둘 늘어나다 보면 과잉 소비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잡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