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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비영리단체 재무분석서

책이 나오자마자 메신저에 불이 났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책 표지에도 불이 났다. 표지를 제목과 같이 보고 있자니 ‘이런 그림, 전에 어디서 본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든다. 맞다!

예수 천국, 불신 지옥!

책의 강렬한 첫인상과는 달리, 저자가 쳐다보는 독자가 누구인지 알기 어렵다. 그리고 무얼 어떻게 하라는 건지도 모르겠다. 예수 믿고 천국 가라는 건지. 아니면 예수를 믿지 않는 거기 당신, 지옥에나 가라는 건지.

Lord Jesus Heaven No Jesus Hell 666 2 (ⓒAmaury Laporte)

이런 강렬한 외관을 한 꺼풀 벗겨내고 나면, 이 책이 비영리단체의 공시자료를 열람하고 분석하고 종합하는 데 상당한 공을 들인 재무분석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공개되어 있는 자료의 각 항목의 의미를 이해하고 그 수치를 처리하는 데에는 품이 많이 들기는 해도 아주 높은 수준의 전문성이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우리나라에서 이를 시도한 첫 책의 자리를 차지했다. 책이 어떤 주장을 하든, 그 주장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이 책을 읽어볼 필요성은 분명하다.

운영비 비율의 함정 (107~146쪽 요약 정리)

운영비 비율은 투명성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도록 도와주지만, 투명성 지표로서 전적으로 신뢰하기에는 문제가 적지 않은 지표다. 특히 둘 이상의 단체를 비교할 때에는 그 사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지목하고 있다(알 만한 사람은 이미 다 알고 있었겠지만).

  •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사업을 직접 수행하는 비중이 높은 단체는 자금을 배분하는 비중이 높은 단체에 비해 운영비 비율이 높을 것이다(운영비 지표를 ‘개선’하고 싶다면 직접 사업을 줄이고 배분 사업을 늘리면 된다).
  •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해외 사업 비중이 높은 단체는 국내 사업 비중이 높은 단체에 비해 운영비 비율이 낮을 것이다(운영비 지표를 ‘개선’하고 싶다면 국내 사업을 줄이고 해외 사업을 늘리면 된다).
  •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외주 비중이 높은 단체는 그렇지 않은 단체에 비해 인건비 비율이 낮을 것이다(인건비 지표를 ‘개선’하고 싶다면 외주 비중을 높이면 된다).
  • 현물 기부를 수령하고 사용하는 데 소요되는 운영비는 현물 기부자가 운영비를 별도로 기부하지 않는 한 다른 재원에서 충당해야 한다.
  • 기업 기부자나 고액 기부자가 운영비를 별도로 부담하지 않는다면, 이 기부를 수령하고 사용하는 데 소요되는 운영비를 다른 재원에서 충당해야 한다.
  • 국가나 지자체가 운영비를 별도로 지원하지 않는다면, 이 지원금을 수령하고 사용하는 데 소요되는 운영비를 다른 재원에서 충당해야 한다.

 

기부자가 알고 싶은 것 ‘그래서 아름이네는 어떻게 됐어요?’

이 책에서 저자는 기부 투명성에 관한 주장을 펼치는 데에 기부단체를 영리기업에 대입하는 방법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기부금 사용의 투명성을 영리기업이 만들어내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품질과 나란히 놓는 것이다. 하지만 기부금 사용의 투명성과 나란히 놓을 만한 것은 엄밀히 말해서 영리기업에게 ‘원가 공개’가 아닐까 싶다.

소비자가 기업에게 원가를 공개하라고 요구하는 일은 흔치 않다. 대부분의 경우에 소비자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에만 관심을 가질 뿐 그 원가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아이폰만 줄곧 사용하는 소비자가 애플에 아이폰 원가 공개를 요구한다는 뉴스는 들어본 적이 없다. 반면 아이폰을 찬양하는 팬덤의 목소리는 많이 들어봤다.

간혹 원가 공개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곤 한다. 예컨대 제과 회사나 건설 회사가 품질은 그대로인 것 같은 과자나 아파트를 팔면서 원가 상승을 핑계로 과자 값이나 분양가를 슬금슬금 올리면, 소비자는 회사가 소비자의 피 같은 돈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하면서 ‘원가 공개’를 요구한다. 물론 소비자의 이런 요구에 응하는 회사는 거의 없다. ‘영업 비밀’이라며 거부하면 그만이다.

영리기업의 경우와의 이런 비교를 통해서 얻게 되는 결론은, 결국 우리 비영리가 투명성을 확보해야 할 궁극적인 부분이 기부의 ‘결과’가 아닐까 하는 점이다. 기부자는 단체가 제기하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보태고자, 그 단체가 그 일을 해낼 거라는 믿음으로, 단체에 기부한다. 단체가 과연 그 일을 해냈음을 확인하고 이해했음에도 불구하고 ‘운영비 과다’ 같은 문제를 의심하는 기부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