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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래된 미디어, 데모의 미래
예전에 어느 단체에서 주관하는 짧은 교육에 참가한 적이 있다. 교육의 주제는 집회하는 법이었는데, 이 교육에 참가한 활동가의 참가 동기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한 부류는 집회나 시위의 경험이 없는 주니어 활동가로서, 집회를 어떻게 준비하고 실행해야 하는지, 집회 신고 등 관련 행정 절차는 어떻게 하는지, 그리고 주최하는 입장에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법률 리스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 실무적인 내용에 관심이 있었다.아직 이 주제를 다룬 실무서가 없는데, 비영리의 주요한 사업 수행 방법인 집회 실무에 관한 책이 곧 나오기를 기대한다.
다른 부류는 집회나 시위를 오랫동안 주최·운영하거나 참여한 경험이 많은 활동가로서, 앞서 언급한 주제들에 대해서는 이미 잘 알고 있겠지만 갈수록 줄어드는 참여나 사회적 반향 속에서 뭔가 좀 새로운 집회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집회를 통해 민주화를 이루고 정권을 교체한 경험을 자랑스러운 사회적 자산으로서 보유한 대한민국이지만, 이와 달리 집회에 관한 사회 전반의 부정적인 인식에 대한 고민도 엿보였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과거 투쟁적인 시위가 비교적 최근의 정권 퇴진 촛불시위, 그리고 퍼포먼스인지 시위인지 애매해진 집회로 바뀐, 이른바 시위 문화의 변천을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와 다양한 모습을 시위의 미디어로서의 특성으로 꿰어 설명하고 있다. 미디어 역시 환경 변화에 따라 민감하게 변화하는 것처럼, 민주주의 제도 정착, 사회적 다양성 증대, 개인미디어와 신기술의 등장에 따라 변화해 온 집회의 모습을 추척하는데, 이를 통해 집회의 미래도 엿볼 수 있다.
이에 더하여 저자는 한국의 시위 문화에 대한 문제점도 진단하고 있다. 사회 변화의 거대한 물결을 만들어 정권마저 바꿔내는 이른바 큰 운동 못지않게, 큰 운동을 통해 만들어진 민주적인 사회 시스템이 잘 돌아가는지 감시하고 요구하는 작은 운동이 중요한데, 이러한 작은 운동이 우리 사회에 많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시위=민주화운동이라는 세간의 인식을 넘어, 이웃과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누구나 주인공으로서 쉽게, 즐겁게 참여하는 시위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