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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도 ‘관리’가 아니라 ‘경영’을 해야 한다
비영리에서는 경영이라는 용어를 쓰기를 꺼려하는 풍토가 있는 듯하다. 예를 들어 사무총장이나 상임이사에 해당하는 CEO를 최고경영자라는 표현 대신 최고관리자로 옮기는 경우가 많다. 영리에서나 비영리에서나 CEO의 기능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음에도, 이러한 용어상 차이를 두면서까지 영리와의 차별을 유지하려 한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비영리 경영이야말로 경영의 본질적 성격에 가장 가깝다고 말한다.
Manage라는 말은 본래 말을 훈련하고 다루다는 뜻에서 유래했습니다. 무엇이든 야생의 것을 다루는 일은 고도의 전문성과 경험이 요구되는 일이며 동시에 시간과 인내가 많이 소요되는 일입니다. 비영리경영은 경영의 본질적 성격에 가장 흡사한 환경 위에 놓여 있습니다. 신념 중심의 자발적 결사체를 다루는 일은 쉽게 복종되지 않는 야생성을 훈련한다는 의미와 같습니다. 이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과 올바른 관점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10쪽)
경영이 말을 다루는 일과 같다고 한다면, 영리와 비영리 중 어느 쪽이 더 야생마에 가까울까. 당연히 후자일 것이다. 영리 경영보다 비영리 경영이 더 어렵다는 말이 아니다. 비영리 경영에 요구되는 전문성과 경험이 영리와는 다른 데다, 비영리 경영에서 고려해야 할 것이 더 많기에 시간이 더 많이 들고 인내가 더 많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관리라는 모호한 용어를 취하고 경영이라는 용어를 포기하면서 이를 영리에 순순히 내어줄 것인가. 그렇게 하기 보다는 영리-비영리라는 구분을 뛰어넘는 경영의 본질을 밝히고, 이를 현장에서 실현하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비영리 경영에 관해서는, 이 책이 나오기 전까지는 경영의 구루인 피터 드러커가 지은 【비영리단체의 경영】이라는 책이 단연 으뜸이었다. 이런 유형의 책을 읽고 실천하려면 영리 중심으로 발전한 경영 지식을 이해하고, 이를 비영리의 현실에 비추어 해석하고 적용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이 책이 나옴으로써 그런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이 책은 비영리와 영리를 넘나들고 CSR, ESG를 포괄하지만, 영리가 비영리보다 우월하다는 인식은 전혀 찾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영리와 비영리를 뛰어넘어 아우르는 진정한 경영학 교과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