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 나눔북스 제18권 《기부금품법 함께 읽기: 기부금품법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는 기부금품법의 역사, 기부금품법 조문 해설 및 적용 사례(판례, 행정해석), 기부금품법에 관한 연구자와 현장의 논의 등 기부금품법의 모든 것을 담은 책입니다. 이 책 출간을 기념하여 지난 12월 5일 목요일 오후 2시부터 ‘기부금품법, 이제는 극복할 때’라는 주제로 북토크가 열렸습니다. 40여 명의 참가자가 모인 이 자리에서 박훈, 강남규 두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게 된 뒷이야기를, 현장 실무자들은 기부금품법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뜻깊은 자리가 되었습니다. 참석을 못 하신 독자 분들을 위해 저자들과 참가자들이 들려준 이야기들을 간단히 소개합니다.
박훈 작가의 말: “이 책의 원래 제목은…”
기부금품법은 법학을 전공하는 사람들 중에 다루는 사람이 많지 않은 법입니다. 그래서 저는 기부금품법 전공자가 아닌데도 기부금품법을 지난 10년 동안 – 자주는 아니지만 – 강의해 왔습니다.
기부금품법이 ‘기부금지법’에서 ‘기부규제법’으로, 그리고 오늘날의 ‘기부활성화법’으로 바뀌어 왔습니다. 이 법의 주무부처는 행정안전부입니다. 담당 공무원을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이 법이 기부문화 활성화에 기여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기부금품법은 없애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원래 이 책은《기부금품법 폐지론자의 기부금품법 강의》라는, 다소 과격한(?) 제목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책 제목이 너무 과격해도 책을 쓴 뜻이 잘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는《기부금품법 함께 읽기》로 정했습니다.
이 책을 쓴 가장 중요한 뜻은 이겁니다. 사회에 기여하는 좋은 활동을 하는 분들이 다만 이 법을 몰랐다는 이유만으로 벌을 받으면 안 된다… 많은 활동가들이 이 책을 통해 그런 일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비록 이 법이 짧은 편이기는 하지만, 법이라서 딱딱한 건 어쩔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제목에 ‘함께 읽기’를 넣었고, ‘함께 읽기’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약을 선전할 때에는 ‘공포’와 ‘구원’을 줘야 한다고 말합니다. 공포는 ‘너, 심각한 병에 걸렸어’라며 겁주는 거겠죠. 구원은 ‘이 약을 먹으면 나을 수 있어’라는 희망을 주는 거겠죠. 그러나 제가 이 책을 쓰면서 생각했던 것은 이겁니다. 이 책이 기부와 모금에 대한 공포는 주면 안 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기부나 모금에 관한 부정적 인식이 우리 사회에서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인식이 없어지도록 노력해야죠. 이런 인식을 오히려 강화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구원’만을 드리려고 합니다.
활동가와 단체들의 한목소리만이 기부금품법의 밝은 미래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
이 책 마지막 장에서는 ‘기부금품법의 미래’를 짧게 다뤘습니다. 마침 시행령이 또 바뀔 예정이라고 하네요. 그리고 아마도 계속 바뀔 것입니다. 이 책의 목적은 독자들이 책 내용을 숙지하여 실무를 문제없이 처리하도록 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현장에 계신 많은 분들이 이 책을 통해 기부금품법에 대해 잘 알고 개선을 주장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도 있습니다. 그래야만 이 법이 ‘기부문화 활성화’에 기여하는 법으로 바뀔 것이기 때문입니다. 작년 1월 이 법이 개정되면서 ‘기부문화 활성화’의 이름을 달았음에도, 이 법에는 기부문화 활성화에 저해되는 요소가 여전히 많습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기부문화 활성화’에 걸맞게 없어지거나 고쳐지려면 모두 함께 주장해야 합니다.
정부는 문제가 생기면 제재를 통해 해소하려는 관성이 있습니다. 기부단체의 ‘투명성’을 예로 들자면, 모집된 기부금품을 그릇되게 사용하여 사고가 터지면 정부는 기부금품 모집에 관한 규제와 위반 시 처벌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식으로요. 이런 식으로 해서는 절대 ‘투명해질’ 수 없습니다. 활동가들과 단체들의 고통만 늘어날 뿐이죠. 따라서 문제에 대응하는 정부의 관성을 막아서기 위해서라도 우리 모두가 이 법에 대해 잘 알아야 합니다.
기부금품법의 발전은 기부문화의 긍정적 변화를 선도하며, 투명하고 공정한 기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지속적인 법적 검토와 사회적 인식 개선이 필요합니다.
강남규 작가의 말: “함께 읽으면 더 재미있는 책”
흔히 사람들은 법적인 문제에 봉착하면 ‘그런 법이 있는 줄 몰랐다.’고 말합니다. 변호사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매우 위험한 말이에요. 무고함을 호소하려는 말인 건 알겠습니다. 하지만 법을 집행하는 사람들은 ‘그런 법을 위반한 사실을 순순히 인정하는구나’ 이렇게 받아들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관련된 법을 잘 아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이 책은 재미가 없는 책입니다. 일반적인 방법으로 읽으면 그렇다는 말이죠. 하지만 읽으면서 실무를 하면서 겪었던 일, 혹은 겪게 될지도 모르는 일을 떠올리면서 읽는 ‘적극적 독서’ 방법을 통해 읽는다면, 이 책은 좋은 책입니다. 기부금품법에 관한 관심을 가진 여럿이서 같이 읽으면 더욱 좋은 책일 것입니다.
독자의 말
김희정 사무총장한국자선단체협의회 기부금품법을 위반하면 바로 형사 처벌이 됩니다. 사회복지에 관한 다른 법에 있는 ‘시정명령’ 같은 것이 기부금품법엔 없습니다. 법 위반에 대한 리스크가 이렇게 큽니다. 그런데도 행정안전부는 기부금품법에 대해 적극적으로 교육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단순 실수로 인한 문제에 대해서도 봐주지 않고 곧바로 형사 고발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도 행정안전부를 감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류홍번 위원장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개정된 기부금품법에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으니까요. 저자께서 책의 마지막에 기부금품법 폐지에 대해 짧게 다뤄주셨는데요. 실제 이 법이 폐지된다면 기부금품 모집과 사용이 어떻게 운영될 수 있을지. 이 문제에 대해서도 다음 개정 때 좀 더 자세히 다뤄 주셨으면 합니다.
이희숙 변호사재단법인 동천 실무자가 착오로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하지 않는 경우에는 시정명령조차 적용될 여지가 없습니다. 모집 등록을 하지 않은 경우 형사 처벌하는 현행 규정은 다른 법률과의 형평에 맞지 않죠. 이 문제에 대해서는 위헌 소송을 시도해 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기부금품법에서는 기부금품 모집 등록 절차와 공시에 대해서만 규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어떨까 합니다. 기부금품 사용에 대해서는, 개별 모집 건에 대해서는 규제 대신에 공시를 통해 기부자가 판단하도록 하면 좋을 것입니다. 전체 모집 금액에 대해서는 지금도 세법에 따라 보고하고 있잖아요? 따라서 중복 규제를 해소한다는 측면에서도 기부금품법에서 규제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노연희 소장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미국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하면서 공익활동에 관한 법률을 따로 배우거나 공부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 법이 미국에는 별로 없기 때문일 겁니다.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규제들이 발목을 잡는 것 같습니다. ‘투명성’에 관한 규제 개선에 대해 고민하기에 앞서 생각해 봅시다. 공익활동의 본질을 원칙과 가치 측면에서 따져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공익활동은 ‘자율성’에 기반을 둔 활동이 아닌가요. ‘자율성’이라는 가치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국가의 과도한 규제라는 ‘족쇄’에서 벗어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김진아 사무총장아름다운재단 기부금품법과 관련한 실무자의 어려움이 큽니다. 기부금품법 개정을 맞아 시의적절하게 책을 써 주신 두 분 저자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