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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돌봄 청년의 이야기를 그들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는 책
가족 돌봄 청년young carer은 중증 질환, 장애, 정신 이상, 혹은 가족 구성원의 사망, 가출, 이혼 등으로 가족에게 돌봄을 제공하거나 생계를 책임지는 아동이나 청소년을 일컫는다(이 책 17쪽). 다른 사람의 보살핌을 받아야 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돌볼 무거운 책임을 지고 사는 아동·청소년이 그들이다. 이 사실만으로도 우리 공동체의 각별한 관심과 응원을 받아야 마땅한 그들에 대해 사실 잘 모른다. ‘소년(소녀) 가장’, ‘장하다’는 말이 떠오르지만, 이런 말은 그들이 짊어지고 있는 책임에 무게를 더할 뿐 덜어주지 못한다.
이 책「나는 돌봄하고 있습니다」를 읽으니 가족 돌봄 청년들이 짊어지는 무게가 생생하게 느껴졌다. 그 무게란 그들의 문제를 잘 모르는 입장에서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차이가 있었다. 가족 중 누군가를, 혹은 한 가족을 짊어진 ‘가장’의 비장함 대신, 그 무게가 힘들어 벗어나고 싶은 – 어찌 보면 당연한 – 소망에 대해 가졌을 죄책감에 대한 안타까움이 느껴졌다. 돌봄과 학업을 병행하느라 늘 부족했던 건 시간이고, 그렇게 바쁘게 사느라 추억이 없었다는 말에 삶의 무게를 덤덤하게 견뎌낸 그들에 대한 존경심이 느껴졌다. ‘이제 네가 가장이다’라는 말 대신 ‘힘들면 언제든지 연락해’라는 어른의 말이 듣고 싶었다는 말에, 비슷한 상황에 있던 이들에게 내가 어떻게 말했던가, 하고 돌아보게 되었다.
이 책이 더 뜻깊은 건, 당사자가 직접 작가로서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풀었다는 사실이다. 책을 쓰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대신 쓴 이야기보다는 당사자가 직접 쓴 이야기가 더 생생한 건 당연하다. 이 책은 전안나 작가가 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낼 수 있도록 이끌어 나온 책이다. 새벽, 윤서, 규영. 세 분의 작가 데뷔를 축하하며, 앞으로도 이런 방식으로 나오는 책이 많아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