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에서 출판을 담당하고 있는 신성규 매니저입니다. 아름다운재단은 2001년부터 기부문화총서 <나눔북스>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나눔북스는 기부금품법, 모금 글쓰기, 비영리 이사회 등 비영리 활동가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식을 담은 책으로, 국내 비영리 부문의 역량 강화와 기부 문화 발전을 위해 꾸준히 발간되고 있습니다.

2024년부터 <나눔북스>는 ‘아름다운북’이라는 출판사에서 펴내고 있습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겠지만 ‘아름다운북’은 아름다운재단의 출판 브랜드입니다. 현재 책을 펴내고 있는 비영리 단체 중에서 출판사로서 직접 책을 펴내고 유통하는 곳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나눔북스의 담당자로서, 기회가 닿으면, 책을 펴내는 단체의 담당자들에게 ‘출판사로서 책을 펴내고 주요 서점을 통해 유통하는’ 체제(상업 출판)를 도입하기를 권유하고 있습니다. 상업 출판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오늘 이야기를 참고해보세요. 

비영리와 상업출판, 낯설게 느껴진다면?

상업 출판을 시도하는 비영리 단체는 많지 않다. ‘출판사로서 책을 펴내고 주요 서점을 통해 유통하는’ 출판 방식을 흔히 ‘상업 출판’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영리’에 대한 ‘비영리’라는 개념이 존재하는 것과 달리, ‘상업 출판’에 대한 ‘비상업 출판’이란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상업 출판’은 모호하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상업 출판과 구분해서 쓰이는 용어가 있기는 하다. 바로 기성 출판사를 통하지 않는 ‘독립 출판’이나 저자가 출판 비용의 일부 혹은 전부를 부담하는 ‘자비 출판’이다.

비영리 단체들은 어떻게 출판하고 있을까? 책자를 만들어서 무료로 배포하거나 단체 홈페이지에 올려두고 누구나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형태의 출판이 보편적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나눔문화총서>나 재단법인동천의 <공익법총서>처럼 ‘자비 출판’의 형태와 유사하게 단체가 출판 비용의 일부 혹은 전부를 출판사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출판을 하기도 한다. 아름다운재단의 <나눔북스>(아름다운북)나 재단법인숲과나눔의 <생명자유공동체총서>(도서출판풀씨)처럼 단체가 출판사로서 직접 도서를 기획, 제작, 유통하는 경우도 있다.

이 글에서 고려하는 상업 출판은, 비영리 단체가 (1) 출판사로서 책을 펴내고, (2) 기성 출판 유통망을 통해 판매하는 형태의 출판을 일컫는다. ‘비영리가 상업 출판을 도입해야 하는 3가지 이유’를 함께 살펴보자.

※참고

1) 독립 출판: 일반적으로 기성 출판사를 통하지 않는 형태의 출판을 가리킨다. 독자에게 도서를 판매하여 수입을 얻을 목적으로 출판하는 것은 상업 출판과 같지만, 기성 출판 유통망이 아닌 별도의 유통망을 통해 책이 판매된다는 점에서 상업 출판과 차이가 있다.
2) 자비 출판: 저자가 출판 비용의 일부 혹은 전부를 부담하는 출판을 말한다. 기성 출판사와 유통망을 통해 책이 판매되지만, 일반적으로 판매를 크게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점에서 상업 출판과 차이가 있다.

첫 번째, 사업 재원 확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비영리의 사업으로서 상업 출판 활동에 대해 생각해 보자. 비영리가 (궁극적인 목적으로서) 이윤을 추구하지는 않지만, 목적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이 정도 사실은 활동가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비영리가 ‘상업 출판’을 하겠다고 하면 ‘그럼 이제부터 우리가 영리처럼 수익 사업을 시작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상업 출판이 수익 사업이라고 생각하는 대신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출판이 단체가 수행하는 목적 사업 중 하나라면, 사업 수행을 통해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수입은 사업비를 줄여준다고 말이다. 출판을 통해 그에 소요된 비용 이상의 수입, 즉 이윤을 추구하지는 않더라도 그 일부를 수입으로서 회수하여 이를 사업 수행에 재투입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형태의 사업 방식은 비영리에서 낮선 것이 아니다.

두 번째, 우리 콘텐츠에 대한 사회적 승인을 확인할 수 있다

책이 팔려 발생한 수입은 앞에서 말했듯이 이 수입은 사업에 재투입됨으로써 사업 수행의 소중한 재원이 된다. 여기에 한 가지 의미가 더해진다. 수입은 이를 가져다준 책이 담은 콘텐츠에 대한 독자의 반응을 나타낸다. 책 판매 수입이 많다는 것은 이 책이 많이 팔린 책이며, 책에 담은 우리 콘텐츠에 호응한 독자가 많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출판 수입은 기부금과 성격이 비슷하다. 모금 활동의 결과로서 기부금의 의미는 사업 수행을 위한 재원에 그치지 않는다. 사회적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단체의 파트너로서 시민의 마음을 모으고 힘을 결집하는 적극적 과정으로서의 모금 활동의 결과물이다*. 앞의 두 문장을 출판 수입에 관한 문장으로 바꾸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 이원규. 『이야기 모금 원리』. 208쪽.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우리가 무조건 책을 많이 팔수록 좋다는 말을 하려고 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사업 목적에 따라 널리 알리고자 하는 콘텐츠가 많이 팔릴 때, 그 결과로 수입이 많이 발생할 때 이를 ‘우리 콘텐츠가 다수의 시민들의 호응을 받고 있구나’라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여도 된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다.

현실에서 우리의 콘텐츠가 한강 작가의 소설만큼 팔리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으므로, 책이 너무 많이 팔릴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세 번째, 상업 출판으로 더 많은 시민들과 접점을 만들 수 있다

서울을 비롯한 우리나라 주요 대도시의 경우 교통카드 한 장으로 버스와 지하철을 모두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버스카드와 지하철카드를 각각 준비해야 한다면 어떨까?

매우 불편할 것이다. 왜냐하면 버스 이용자가 따로 있고 지하철 이용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출발지에서 목적지에 이르는 가장 빠른 방법은 때로는 버스, 때로는 지하철, 그리고 때로는 ‘버스+버스’, ‘버스+지하철, ‘버스+지하철’의 조합이기도 하다. 따라서 버스와 지하철을 통합하여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 시스템이 이용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준다.

마찬가지로 우리 콘텐츠를 읽는 독자와 한강의 소설을 읽는 독자와 다르지 않다면 두 종류의 책을 하나의 플랫폼, 즉 시중 서점에서 구입하는 것이 독자에게 더 큰 편의를 제공할 것이다. 한강의 소설책을 구입하면서 우리 책을 같이 구입하는 식으로 말이다.

물론 독자 입장에서 단체에 신청해서 받거나 단체의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받을 때에는 지불하지 않아도 될 ‘책값’을 지불해야 하겠지만, 이 경우에도 다수의 독자는 서점에서 구입하는 쪽을 편하게 여길 것이다. 우리 콘텐츠를 널리 확산하고 싶은 단체 입장에서도 독자가 우리 홈페이지를 찾아오지 않아도 되는 서점 판매 방식이 훨씬 유리할 것임은 두말 할 나위도 없다.

지금도 비영리의 많은 좋은 콘텐츠들이 ‘비매품’으로 배포된다. 이런 ‘책자’가 시중에서 구입할 수 있는 ‘도서’로서 유통된다면 더 많은 독자가 그 콘텐츠를 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비영리단체의 상업 출판. 이래서, 이럴 때 도전해볼 만하다

이 글을 통해 (1) 콘텐츠를 가급적이면 (‘자비 출판’의 형식으로라도) 기성 도서 유통망을 통해 유통할 것 (2) 가급적이면 단체가 출판사로서 직접 책을 펴낼 것을 제안했다. 그래도 아직 상업 출판에 대한 허들을 느끼시는 분들을 위해 비영리가 상업 출판을 할 수 있는 이유, 상업 출판을 고려하기 좋은 상황, 그리고 상업 출판의 이점을 이야기하면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비영리도 상업 출판이 가능해진 이유

‘비영리가 상업 출판을 할 수 있을지’가 불안할 때에는 ‘지금도 많은 1인 출판사가 책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된다. 물론 1인 출판사의 상황이 녹록지 않기는 하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출판 분야에의 진입 장벽이 높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과거에 비해 출판에서 외주가 매우 발달했다. 출판 기획안만 있으면 편집, 교정교열, 디자인, 제작, 도서 보관 및 물류, 마케팅 등 거의 전 과정을 외주로 해결할 수 있다. 물론 외주가 많으면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들고 조정해야 할 일도 많아진다는 점을 아울러 고려해야 하기는 하다.
  • 제작비 중 디자인, 인쇄, 제책 등의 비용은 거의 오르지 않은 반면, 종이 값은 크게 올랐다. 전자는 고정비이며 후자(종이 값)는 변동비임을 감안할 때, 이러한 변화는 제작비 중 변동비의 비중이 커졌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고정비의 비중이 작으면 제작 부수를 많이 잡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과거에 비해 소량 제작이 가능해졌다.

비영리, 이럴 때 상업 출판을 적극 고려해야

상업 출판을 시작하면 서점에서 주문이 들어오는 경우 책을 발송하고 재고 도서를 보관하는 비용이 다달이 발생하므로 일시적으로 책을 낼 경우에는 자비출판 형식으로 기존 출판사를 통해 책을 내는 것이 낫다. 그러나 비영리가 장기적으로 꾸준히 출판할 계획이 있는 경우에는 책을 독자에게 직접 교부하거나 출판사에 외주를 주는 방식보다 출판사로서 직접 책을 발행하는 것이 더 낫다.

상업 출판의 이점

종전에 ‘교부’나 ‘자비 출판’ 형식으로 출판하던 단체가 상업 출판으로 전환하는 경우 다음과 같은 이점이 있다.

  •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상업 출판을 통해 이익을 얻지 못하는 경우라도 사업비의 일부를 회수함으로써 사업비를 절감할 수 있다. 기성 서점과의 직거래를 통해 서점으로부터 독자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받는다. 이 정보를 통해 독자에 대해 더 많이 알고, 독자와 보다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다.
  • ‘자비 출판’의 형식으로 출판하는 경우 단체는 ‘저작권자’도 ‘출판권자’도 아니면서, 어떤 법적인 지위도 없이 비용만 지불하는 어정쩡한 입장이 된다. 이러한 단체가 상업 출판으로 전환하여 발간하는 저작물에 대한 ‘출판권자’로서 법이 보호하는 권리를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