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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일을 이해하는 기준, “공익을 위한 자발적 행동”
필란트로피Philanthropy를 한국어로는 뭐라고 옮겨야 할지에 관해서 우리 안에서 아직 합의된 의견은 없다. 그 결과 우리는 우리 일을 잘 모르는 한국인에게 우리 일을 정확히 설명하는 데 애를 먹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필란트로피가 뭔지에 대해서는 (이 용어를 아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필란트로피는 공익을 위한 자발적 행동voluntary action for the public good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 정의는 이 책의 저자들이 내린 것이다.
필란트로피에 대해 사고하고 실천한 경험을 토대로 우리 또한 ‘필란트로피란 무엇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면서 이 책을 집필했다. 우리의 답 또한 간단했고 그 답 또한 결코 변하지는 않았다. 그것은 (중략) 필란트로피란 ‘공익을 위한 자발적 행동(voluntary action for the public good)’이란 것이다. (27쪽)
이 정의는 정부 부문(제1섹터)이나 시장 부문(제2섹터)과는 필란트로피(제3섹터)가 어떻게 다른지 깔끔히 구분해 준다. 필란트로피는 그 목적에서 사익보다는 공익을 추구하며, 그 방법으로 공적 수단이 아니라 자발적 행동이라는 사적 수단을 동원한다. 반면 정부 부문은 강제적 수단을 동원하여 공익을 추구하며, 시장 부문은 사적 수단을 동원하여 사익을 추구한다.
‘공익을 위한 자발적 행동’이라는 정의는 또한 필란트로피에 관한 다양하고 풍부한 담론을 포용할 융통성까지 갖고 있다. 어디까지가 공익이고 어디부터가 사익인지, 어떤 목적을 공익적이라고 할 수 있는지, 혹은 어디까지가 자발적인 것이고 어느 선부터가 강제적인 것인지, 필란트로피가 본질적으로 자발적이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고, 시대나 장소에 따라 다를 수도 있지만 이 정의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가 하는 일이 어떤 수단을 사용할지와 무엇을 추구해야 할지에 관하여 궁금한 독자라면 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이 책은 정답을 알려주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독자가 나름의 결론을 내리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