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의 글

<첫 여름, 완주>는 배우 박정민이 만든 출판사 무제의 ‘듣는 소설 프로젝트’ 첫 번째 작품으로, 독서에서 소외되기 쉬운 시각장애인을 고려해 기획 단계부터 오디오북을 염두에 두고 집필되었다.  

박정민 대표는 첫 책 <살리는 일>을 사고로 시력을 잃은 아버지께 보여드릴 수 없었던 경험에서 ‘듣는 소설’을 기획하게 됐다며, 시력이 좋지 않은 분들이 독서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는 생각에, 그분들께 책을 선물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그래서 <첫 여름, 완주>는 오디오북으로 먼저 제작되어 2024년 4월, 국립장애인도서관에 우선 기증되었고, 이후 책으로 출판하는 새로운 출간 순서를 택했다. 그동안 오디오북은 많았지만, 오디오북을 먼저 출간한 소설은 <첫 여름, 완주>가 처음인 셈이다. 

작가가 오디오북이라는 형식을 전제로 집필했기 때문에 이야기 형식 역시 독특하다.  대본처럼 인물 간의 대화로 구성되어 있고, 소리와 리듬, 숨소리와 음악같은 청각적 표현이 서사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다. 즉 이 책은 ‘읽는 글’이 아니라 ‘들리는 이야기’로,  누군가를 ‘읽을 수 없는 존재’로 남기지 않기 위해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단지 출간 순서를 바꿨을뿐인데, 문학의 형식이 바뀌고 읽는 내내 새로운 감각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그 감각이 그동안 장애유형에 따라 독자층이 나눠지고 또 누군가는 소외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사실도 깨닫게 한다.  이처럼 <첫 여름, 완주>는 단지 책 한 권의 실험이 아닌,  읽을 수 없는 이들을 위한 연결의 기술이자, 문학의 방향 전환 가능성을 품은 시도이다. 

그리고 이 실험은 비영리조직이 실천해 온 방식 – 말하는 방식, 접근하는 관점을 다르게 하고 기존의 순서를 뒤집어 소외된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는 일 – 과 깊이 닮아 있다. 그렇기에 <첫 여름, 완주>를 기부문화도서로 추천한다. 형식의 전환을 통해 더 많은 이와 연결되려는 시도, 작은 균열을 만드는 실험과 그 변화가 만드는 울림을 함께 나누고 싶다.  우리의 활동이 소리없는 변화일지라도, 누군가에게는 세계를 다시 구성하는 문이 될 수 있다. 이 책이 보여준 작고 단단한 전환처럼. 

 

거짓 없는 사실, 완전한 올바름, 그것은 때로 삶을 수렴하기에 너무 옹색하다. 그보다는 더 수용적이고 오래고 성긴 것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우리가 알아채기도 전에 서로의 어깨 위로 내려앉는 여름의 방문 같은 것.” – ‘작가의 말’ 중에서

 

추가, 어설프나마 <첫 여름, 완주>처럼 추천글을 재구성해봤다. 

(잔잔한 음악이 흐른다. 한 여름의 첫 바람처럼) 

여름  오디오북은 많잖아. 그런데 오디오북으로 먼저 나온 소설은 <첫 여름, 완주>가 처음이래 

완주  처음부터 듣는걸 고려하며 썼다는거지? 그래서인지 글도 좀 달라. 마치 대본처럼 대사가 중심이고 소리가 이야기를 끌고 가 

여름 숨소리, 음악, 침묵까지…읽히는게 아니라 들리는 이야기야 

완주  보면서 생각했어. 우리가 하는 기부도 그렇지 않을까? 커다란 기적은 아니지만 순서를 바꾸는 시도, 익숙한 방식 말고 새로운 접근을 통한 작은 균열을 만드는 일 

여름  맞아. 먼저 말걸기, 다른 방식으로 건네기. 그렇게 누군가의 세계에 스며드는 일. 이 소설이 그랬어 

완주  <첫 여름, 완주>를 기부문화도서로 추천하는 이유야. 그 자체가 조용한 실험이고, 그 실험이 낳은 울림이 있으니깐 

(음악이 잦아들며, 여운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