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팩트’란 말은 비영리 생태계에서도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비영리단체의 이사회, 기부자뿐만 아니라 조직 내부에서 일을 하는 활동가들도 일을 통해 어떤 사회적 성과를 창출하고 있는지 분석하길 희망한다. 이에 2015년부터 사회적으로 만들어낸 성과를 개념화하고 측정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오고 있으며 최근 더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다양한 주체의 고민을 함께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아름다운재단은 2025년 기빙코리아를 통해 임팩트 측정과 관련된 여러 주체들이 임팩트 측정을 통해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논의하였다. 기빙코리아 2025 패널인 현장기관, 임팩트 측정기관, 중간지원기관의 ‘임팩트’ 사례를 소개한다.
현장기관과 임팩트 사례 1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 “임팩트 측정은 조직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묻는 과정.”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의 정민석 이사장은 “임팩트 측정은 단순한 평가가 아니라, 우리가 왜 이 일을 하는가를 다시 묻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띵동은 2023년 첫 임팩트 측정을 진행하며, 지난 10년의 활동을 돌아보는 계기를 가졌다. 청소년 성소수자 상담과 위기 지원, 역량 강화 등 다양한 사업을 수행해온 띵동은 이번 측정을 통해 정량적 성과뿐 아니라, 청소년과 활동가가 함께 만들어온 변화의 의미를 기록했다. 정 이사장은 “상담 건수가 늘어나는 것이 정말 임팩트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숫자 뒤에 가려진 사람들의 이야기와 감정, 현장의 변화를 함께 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임팩트 측정은 결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를 어떻게 공유하고 사회적 대화로 확장하느냐가 핵심”이라며, 단체 내부의 학습과 기부자 소통을 연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익 활동 중 임팩트를 만들지 않는 일은 없습니다. 다만 그것을 어떻게 보여주고,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조직의 의지에 달려있습니다.”
정 이사장은는 실패와 한계를 감추지 않고 드러내며, 그것을 학습의 일부로 삼는 것이 진정한 임팩트 문화라고 전했다. “성과는 숫자가 아니라, 우리가 세상에 어떤 변화를 남기고 싶은가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실천의 결과”임을 다시한번 강조했다.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똥 2024-2025 활동보고서
현장조직과 임팩트 사례 2
아름다운재단 ‘열여덟 어른’ 캠페인 “이미 우리에게는 데이터가 있다”
“만약 우리가 캠페인의 임팩트를 정리하고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아름다운재단 서지원 매니저는 ‘열여덟 어른 캠페인’ 캠페인 임팩트 측정이 선행되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의견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2019년,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시작된 열여덟 어른 캠페인은 당사자의 사례를 단순히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직접 자신의 목소리로 사회 변화를 이끄는 주체가 되도록 기획한 것이 핵심이었다.
임팩트 측정의 시작은 “이 모든 변화의 진짜 동력은 무엇일까? 우리는 사회 변화에 얼마나 기여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됐다. ‘변화이론(Theory of Change)’에 따라 캠페이너의 변화, 당사자들의 변화,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 ‘열여덟 어른 캠페인’이 만들어낸 진짜 임팩트였다.
서 매니저는 측정 과정을 통해 데이터의 중요성을 다시 확인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측정할 만한 자료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캠페인 기획안, 결과 보고서, 콘텐츠 속에 이미 수많은 데이터가 숨어 있었다”며 자료를 찾고 정리하는 데만 약 4개월이 소요됐다고 말했다.
“임팩트 측정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과정입니다. 현장에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든 시도 속에 이미 변화는 존재합니다.”
임팩트 측정을 경험해본 비영리단체들은 대체로 만족도가 높은 편이었다. 단체가 만들어낸 성과를 구체적으로 측정해 사회변화를 이끌었음을 확인하고, 대외적으로 이를 알림으로써 다시 변화의 동력으로 삼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됐다. ‘우리 조직도 한 번 해볼까?’하는 생각이 있다면 지금부터는 임팩트를 측정하는 전문기관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볼 때다.
측정 기관과 임팩트 사례 1
한국사회가치평가 김수진 이사 “측정의 핵심은 다른 언어를 연결하는 것.”
김수진 이사는 “측정은 객관식 점수가 아니라, 상대가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하는 언어이자 대화입니다”라고 말했다. 즉, 서로 다른 맥락의 ‘언어’를 연결하는 것이 곧 현장–기업–기부자 사이의 임팩트 측정이라고 설명했다. 숫자만이 답이 아니라, 현장에서 체감하는 이야기·감정·행동 변화를 함께 번역해야 한다는 뜻이다.
폭력상담에서 안전함·자기결정권, 주민사업에서는 외로움 지수처럼 현장이 중요하게 여기는 변화를 지수화하도록 돕는 것이 전문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지원자에게 상담이나 자조모임과 같은 서비스형 지원을 측정하는데는 (자기효능감·우울도 등) 도구가 충분하지만, 정책·인식 변화, 긴급지원의 가치(존엄·안전)를 표현하는 언어는 더 개발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또한 조직 내부의 다국어 문제—리더, 중간관리자, 실무자의 이해가 다른 현실—를 해결하기 위해, 보고서를 함께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완성물을 보내는 데서 끝내지 말고, 작은 모임이라도 결과를 설명하고 대화하는 자리를 자주 열어 공감·학습·의사결정으로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김수진 이사는 “기업과 기부자가 숫자를 원하더라도, 여러분의 언어로 중요한 변화를 꾸준히 가르치고 익숙하게 만들라”고 당부했다. 숫자만이 설득의 전부가 아니며, 현장이 지향하는 변화가 곧 임팩트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하며 현장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측정 기관과 임팩트 사례 2
임팩트리서치랩 대표 김하은 “임팩트 측정은 문제 해결을 위한 학습과정”
“저는 오늘 ‘나는 왜 임팩트 리포트가 불편할까’라는 제목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임팩트리서치랩의 김하은 대표는 자신을 ‘연구자이자 현장에서 고민하는 활동가’라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임팩트 리포트가 때때로 불편한 이유는 숫자나 결과의 문제가 아니라, 그 속에서 우리가 배우고 실천할 여지가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라며 “임팩트 측정이 단순히 결과를 정리하는 일이 아니라 문제를 더 잘 해결하기 위한 학습 과정이어야 한다”고 했다.
“다양한 임팩트는 다양한 학습에서 시작됩니다. 평가의 목적은 완벽한 리포트가 아니라, 더 나은 협력과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에 있습니다.”
불편함 속에는 현장의 진짜 고민이 있고, 그 고민을 함께 나누며 배우는 과정이 바로 ‘임팩트’의 시작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두 전문가의 이야기는 임팩트 측정이 단순한 결과 보고서와 같은 결과물의 집합이 아니라, 현장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학습의 과정이어야 함을 공통적으로 보여준다. 숫자가 아닌 ‘경험의 언어’로, 완벽한 리포트가 아닌 ‘대화와 협력의 장’으로서 임팩트를 이해할 때, 비로소 변화는 현실이 되는 것이다. 비영리생태계 다양한 기관의 임팩트를 연결해온 중간지원조직은 이 과정을 어떻게 경험했을까? 그들의 사례 속에는 현장을 잇고, 변화를 키워낸 또 다른 배움의 여정이 담겨 있다.
중간지원조직과 임팩트 사례 1
사회적가치연구원 “임팩트 측정은 조직의 성장수단입니다.”
사회적가치연구원 유미현 팀장은 “임팩트 측정 그 자체는 목표가 아니라, 조직이 배우고 성장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유 팀장은 지난 4년간 비영리 조직들과 함께 ‘임팩트 파운데이션 러닝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현장 실무자들이 스스로 임팩트를 설계하고 측정하는 ‘자가 측정’ 방식을 실험해왔다고 설명했다.
유미현 팀장은 “전문가 자문도 중요하지만, 실제 사업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현장의 담당자”라며 “실무자가 직접 지표를 만들고 측정해보는 경험이 두려움을 줄이고, 임팩트를 자기 언어로 이해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임팩트 파운데이션 커뮤니티는 6개 재단으로 시작해 4년 만에 30여 개 기관으로 확대됐으며, 매월 스터디와 현장 학습을 통해 학습과 실천의 네트워크로 성장했다. 참여 재단들의 조사 결과, 가장 큰 변화는 실무자 역량 강화와 조직 내 임팩트 관리 기능 향상이었다. 또한 임팩트 측정 결과가 단순한 보고용 자료를 넘어, 조직 의사결정과 이해관계자 소통에 실질적으로 활용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유미현 팀장은 “완벽한 측정보다 작게라도 시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두려워하지 말고, 각자의 방식으로 임팩트를 말해보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측정의 목적은 숫자가 아니라 학습과 성찰, 그리고 공통의 언어를 만드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중간지원조직과 임팩트 사례 2
브라이언임팩트 “데이터를 읽고 대화하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
카카오임팩트 조상욱 디렉터는 “성과 측정은 결과를 평가하는 절차가 아니라, 조직이 스스로의 미션과 성과를 다시 정의하는 학습의 여정”이라고 말했다. 김범수 의장의 개인 기부로 설립된 카카오임팩트가 지난 4~5년간 진행해온 ‘임팩트 그라운드’ 프로젝트를 소개하며, 비영리 생태계에 ‘빅벳 필란트로피(Big Bet Philanthropy)’ 개념을 실험해왔다고 밝혔다. 임팩트 그라운드는 사회문제 해결에 도전하는 21개 혁신 조직을 지원하며 총 250억 원을 기부했다.
조상욱 디렉터는 “단기 성과가 아닌, 스케일업이 가능한 조직과 아젠다를 찾는 것 자체가 성과 측정의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성과 측정은 외부 전문기관과 협업해 진행됐으며, 보고서와 사업계획서 등 모든 자료를 공개해 투명성과 학습 공유의 생태계를 확산시켰다.
그는 특히 해양 쓰레기 문제를 다루는 민간 연구소 ‘오션’ 사례를 언급하며, “AI 기술과 시민참여를 결합해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이를 정책 제안과 연구 성과로 연결한 것은 성과 측정이 곧 혁신의 촉진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의미 있는 데이터가 곧 신뢰”라며, 성과 측정은 조직 내부의 공감과 학습, 외부와의 소통을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과정임을 강조했다.
조상욱 디렉터는 “완벽한 수치보다 중요한 것은, 그 데이터를 함께 읽고 대화하는 시간”이라며 “지원 조직 역시 비용과 노력을 들여 이 과정을 동반자로서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영리 생태계에서 ‘임팩트’는 협업의 언어가 되고 있다. 현장의 경험, 연구자의 분석, 지원조직의 연결이 맞물릴 때 비로소 숫자 뒤에 숨은 진짜 변화의 이야기가 드러난다. 따라서 임팩트를 이루고 이를 측정해 나가는 과정은 결과가 아니라 대화의 시작이며, 조직이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시작된 작은 실험들이 모여, 한국 비영리의 임팩트 문화는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기빙코리아 2025 참여자 Q&A
기빙코리아 현장에서 오고간 참여자들의 답변을 아래 모았다.
🙋비영리조직이 임팩트를 스스로 측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띵동은 어떻게 접근하셨나요?
띵동 : 정답이 있는 건 아니지만, 우리 조직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성과를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까 를 중심으로 접근했습니다. 2024년 연간보고서를 준비하면서, 기부자에게 한눈에 보여줄 수 있는 핵심성과를 헤드라인 요약(2~3줄) 형식으로 정리했습니다. 또, 단기성과가 어려운 캠페인은 ‘향후 계획’과 ‘다짐’을 함께 제시해 의미를 살렸습니다. 전문가와 함께한 정식 임팩트 측정은 아니었지만, 활동가들이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성과를 정리한 과정이 큰 의미였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의 경우 열여덟 어른 캠페인을 통해 사회 인식 변화가 확장되었다고 하셨는데, 그 근거는 무엇인가요?
아름다운재단: 캠페인 전후로 내부 데이터, 미디어 빅데이터, 캠페이너 설문을 활용했습니다. ‘자립준비청년’ 관련 검색량은 216배, SNS 게시글은 67배 증가했습니다. 이 확산은 언론보도 증가로 이어졌고, 결국 정책 의제화까지 연결되었습니다. 이 변화의 이유는 캠페이너들이 직접 기획·운영하는 당사자 중심 구조 덕분이었습니다. 당사자의 목소리가 곧 캠페인의 내용이 되었고, 사회의 공감을 이끌어낸 것이죠.
🙋 아름다운재단의 임팩트 정의와 측정이 캠페인 운영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아름다운재단: 임팩트 결과를 공개 행사에서 공유하면서 캠페이너·기부자·시민이 함께 변화를 체감했습니다.결과를 시각화한 웹사이트를 통해 변화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며, 향후 사업 방향을 설명했습니다. 이 과정이 내부적으로도 각 사업이 의도하는 변화(임팩트)를 명확히 하는 계기가 되었고, 임팩트 측정과 관리의 필요성이 재단 전반으로 확산되었습니다.
🙋한국사회가치평가에 질문드립니다. 임팩트 정의와 측정이 정책/입법이나 옹호 활동을 주로하는 조직에게 힘들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래서 녹색연합과의 작업 결과물을 참 인상깊게 보았습니다. 질문은 해당 작업이 녹색연합활동의 중장기적 관점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 거라고 바라보고 계신지요?
한국사회가치평가 : 녹색연합과 임팩트 측정 방법을 논의할 때 가장 많이 토론했던 부분이 직접적이고 정량적으로 계수되는 성과와 정책옹호활동 중에 어느 쪽에 방점을 찍을 지였습니다. 사업부문별 데이터 취합과 이해관계자 인터뷰 등 많은 활동가분들이 각자 활동을 정리해주셔야 했구요. 우선 이런 측정경험 자체가 측정에 대한 두려움을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녹색연합이 쉽게 드러내고 관리하고 확인할 수 있는 성과와 정책옹호같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변화의 누적과정을 살펴야 하는 성과가 자연스럽게 구분되기도 했습니다. 또 성과 측정을 계기로 이해관계자들이 생각하는 녹색연합의 차별성을 직접 청취하면서 장기적으로 단체의 아이덴티티 중 어떤 부분을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앞으로 무엇보다 녹색연합이 활동계획을 세울 때 활동 결과와 임팩트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논리 체계를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