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법 제32조에서는 학술, 종교, 자선, 기예, 사교 기타 영리아닌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사단 또는 재단은 주무관청의 허가를 얻어 법인으로 설립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영리법인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기 위한 조직 또는 사람이 본격적으로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선택하는 법적 형태이다. 따라서  공익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의 활동은 사회문제 해결과 공동체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며, 이러한 활동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나 공익활동을 제도적 형태로 시작하는 과정에서 비영리법인 설립허가 절차는 중요한 관문으로 작용해왔다.

비영리법인 설립제도의 현실 : 복잡한 구조와 혼동되는 절차 

2018년 아름다운재단 연구사업팀은 ‘한국 비영리조직의 수는 몇 개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하여 국내 비영리조직의 현황을 개괄적으로 분석한 바 있다. 당시 전수조사를 진행하며 확인된 놀랍고도 중요한 사실은 비영리조직이 약 43개 부처와 17개 지방자치단체에 분산 등록되어 있었고,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자료의 형식과 기준 또한 기관마다 모두 달랐다는 점이다. 이 경험은 비영리법인 설립과 관련된 제도가 여러 행정기관에 분산되어 있고, 절차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분산된 구조는 설립 과정에서 조직 당사자뿐 아니라 행정기관에도 행정적 부담을 발생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출처 : Pixabay

한국 비영리법인 설립, 허가주의

비영리법인 설립제도는 크게 허가주의, 인가주의, 준칙주의로 구분된다. 이는 한 사회가 비영리활동을 어떻게 바라보고, 시민사회의 자율성을 어느 정도 신뢰하는지를 반영하는 제도적 틀이며 이 안에서 비영리법인의 활동은 크게 영향을 받는다. 

허가주의 현행 법령상 비영리법인의 설립허가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이 정하여 있지 않으며, 주무관청의 정책적 판단에 따른 재량에 맡김
인가주의 법률이 정한 요건을 갖추고, 행정관청의 인가를 얻음으로써 성립할 수 있게 함
준칙주의 법인설립에 관한 요건을 법률로 미리 규정해 놓고 그 요건을 충족하게 되면 법인격을 취득하게 함

                                                                                                                출처 : 고상현, 2010

한국은 약 60여년간 허가주의에 따라 비영리법인 설립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당시 단체 형성에 대한 국가의 통제적 인식이 반영된 제도라는 해석이 제시되어 왔다(고상현, 2010). 그러나 비영리 환경과 주체가 변화하고 자발적으로 활동하며 역량을 발휘해오는 동안, 허가주의로 인한 행정적 비효율과 혼선이 설립 과정에서 부담으로 작용하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설립 과정에서 나타나는 행정적 차이와 사례

① 부처별 설립 기준의 차이 : 현재 비영리법인 설립 시 주무관청별로 요구하는 기본재산 액수나 서류의 차이점으로 비영리조직의 설립 허가에 있어 혼동을 초래하고 있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기획연구 2024에 따르면, 한 단체는 사업장이 위치한 지방자치단체 대신 비영리조직 설립에 비교적 유연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서울시를 주무관청으로 선택해 사단법인 설립을 추진하였다. 기존 지자체에서 기본재산 3천만 원, 운영재산 5천만 원의 증빙을 요구한 것과 달리, 서울시는 기본재산 증빙을 별도로 요구하지 않았으며 사무공간 역시 임대차 계약서 대신 공유오피스 좌석으로 갈음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 인해 설립 절차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완화된 사례로 소개된다.

② 부처별 심사 및 절차의 차이 : 설립 허가가 행정청의 허가주의에 맡겨져 있어, 특정 사회적 의제를 다루는 단체는 설립 허가에 어려움을 겪었던 사례도 발생하였다. 기획연구 2024에 보면, 성소수자 관련 의제를 다루는 한 사단법인은 법무부 인권과를 주무관청으로 하여 설립 허가를 신청했으나, 해당 업무가 법무부 소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유로 불허 처분을 받았다. 이후 행정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소관 업무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받은 뒤에야 설립 허가가 이루어졌으며, 전체 설립 절차에는 약 4년이 소요되었다. 또 다른 사례로, 서울시 OO문화축제는 설립 허가까지 약 2년이 걸렸고, 허가 조건으로 ‘시민의 정서에 반하지 않도록’이라는 부대 조건이 부과된 바 있다.

비영리 법인 법제 개선으로 향한 연대와 논의의 확장

비영리 섹터를 둘러싼 환경은 지속적으로 변화해왔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는 비영리조직뿐 아니라 시민, 기업 등 다양한 주체로 확장되었고, 협업 방식과 조직 형태 또한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비해 설립 제도는 개선 논의가 충분히 이어지지 못한 측면이 있다. 활동을 지원하고 지지 해야 하는 설립 제도는 60여 년간 큰 틀의 변화 없이 유지되어 왔다는 점에서, 변화된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재단법인 동천,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한국공익법인협회는 비영리 사단법인 설립불허가 처분을 다투는 공익소송 과정에서 민법 제32조의 위헌성을 제기했다. 이에 2025년 11월 서울행정법원은 위헌제청 결정을 내렸고, 2025년 12월 헌법재판소에서 위헌법률심판(2025헌가20) 심리가 개시됐다. 관련하여 비영리 공익법인 법제 전반을 점검하고 비영리 활동의 자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기관이 연대하여 오는 3월 31일 ‘위헌 심판대에 선 비영리법인 허가주의 긴급토론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는 이러한 논의의 기반을 마련하고자 비영리법인 설립 허가 과정에서 나타나는 행정적 차이와 실무적 비효율을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중앙부처 및 지자체단체의 비영리법인 설립 실태에 관한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향후 헌법재판소의 판단과 제도 개선 논의는 비영리법인 설립제도의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변화하는 생태계의 현실을 제도 설계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가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

[함께 보면 좋은 글]

기획연구 2024 비영리법인의 설립 및 조직 변경관련 법적 쟁점
이슈페이퍼 2018 한국 비영리조직의 개괄적 현황 분석
66년간 유지된 비영리법인 설립허가제, 위헌 심판대 오른다
규제혁신 앞에서 66년 비영리법인 설립허가제도
글로벌 사례와 지표로 본 한국 비영리법인 설립 환경의 과제

 

[참고문헌] 고상현(2010), 「민법상 비영리법인의 설립에서 인가주의와 준칙주의에 관한 시론」, 서울대학교 법학 51(2): 103-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