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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먹었느냐’는 말과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 그 사이 어디쯤에서

내가 20대 사회 초년생 때 목격한 어느 싸움의 한 장면이다. A가 B에게 다가왔다. 흥분을 가라앉힌 A가 이렇게 말했다.
‘인생 그런 식으로 살지 마라.’
이 말을 들은 B는 A에게 이렇게 받아쳤다.
‘그래가지고 밥은 먹고 다니냐?’
이 말에서 B는 A에게 ‘밥벌이나 할 줄 아는지’ 힐난하고 있다. 이 말에 A가 긁히는 바람에 제법 큰 (말)싸움이 되고 말았다.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형사 역할을 맡은 송강호 배우가 용의자 역할을 맡은 박해일 배우에게 던진 애드립,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은 뜻이 좀 다르다. 송강호 배우는 ‘그런 짓을 저질러놓고도 밥이 넘어가냐?’며 인간의 자격을 따져 묻는 말이라고 했다.*
* ‘살인의 추억’ 송강호 “‘밥은 먹고 다니냐’ 진짜 의미는..”

이처럼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에서 밥을 먹는다는 것은 ‘사람의 몫’이나 ‘사람다움’을 나타낼 정도로, 밥은 우리 삶 깊숙이 들어온 문제이다. 이 말이 늘 날선 비난으로만 쓰이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먹어야 할 밥이기에, 표현을 살짝 달리한 ‘밥은 먹었어?’라는 말에는 배려와 연대의 따뜻함이 배어 있기도 하다.

스스로를 농촌사회학자라고 부르는 정은정 작가의 책 <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에는 밥으로 밥벌이하는 농민과 외식 자영업자, 조리 노동자, 밥을 배달하는 플랫폼 노동자, 그밖에도 따뜻한 점심 한 끼 제대로 챙겨먹는 일조차 고단한 우리 이웃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설마 밥 얘기로 책 한 권을 엮겠나 하며 책을 열었다가, 밥의 관점으로 풀어낼 이야기가 이렇게 많구나 깨달으며 책을 덮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