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조직의 기부자 관리 및 조직에 대한
기부자 인식이 기부행위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노연희_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부교수, 기부문화연구소 연구위원
한국사회복지행정학 13권 제1호(통권 제31호), 2011, pp.1-31
모금교육을 처음 받으면, 대체로 ‘신규 기부자를 어떻게 발굴할 것인가?’ 혹은 ‘특정 모금 캠페인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에 대해 배우게 됩니다. 그렇게 또 몇 년 일을 하거나, 일정 규모 이상의 기부자들과 함께 하는 단체나 기관의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기존 기부자 ‘관리’라는 개념이 생겨나게 됩니다. 이 ‘관리’는 기존 기부자가 기부를 중단하지 않도록 하는 부분과 조금 더 적극적으로는 기존 기부자가 기부금을 늘리거나 다른 기부자를 소개(추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소통까지를 포함합니다.
2009년 제2회 비영리 컨퍼런스에서는 아름다운재단과 함께하는시민행동의 기부자 소통/서비스 프로그램을 사례로 들어 강연이 진행되었었고, 2011년에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총서 6권으로 ‘기부자 로열티’라는 책이 발간된 바 있습니다. 주변 비영리 단체들에서 기부자/후원자 관리, 혹은 서비스 업무를 전담자를 만들었다는 소식이 종종 들려옵니다.
그런데, 작년 노연희 교수님의 연구는 참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그렇게 많은 책에서 기부자 관리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소규모. 그것도 한국에 있는. 단체에서도 과연 그러한가?”
그렇습니다. 외국 책에서 말한다고, 그게 다 내 현실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는 이제 한국에서, 그리고 우리 조직에 적절한 모금관련 지식을 검증하고 만들어가야 할 단계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 연구의 제목이 참 반가웠습니다.
논문을 제가 이해한 방식으로 간단하게 설명해보겠습니다. 기부자 관리활동의 중요성에 대해 수많은 책과 연구물들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일부의 경우 적절하지 못한 관리활동은 기부자의 방어기재나 반감을 불러일으킨다고 보고도 있습니다. 그래서 연구자는 한국의 소규모 사회복지단체 11개의 기존 기부자 242명에게 설문을 받아 보았습니다. 그 결과,
– 기부자들은 기부금을 사회복지조직이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신뢰하는 정도가 높다.
– 그러나 조직의 기부자 관리에 대한 인식은 평균보다 낮았다. 특히, 기부행위를 한 이후 적절한 감사의 표시 등의 반응에 대한 점수가 낮았다. 아마 이것은 대다수 소규모 비영리조직들이 기부자 관리업무 전담자가 없음으로 인해서 아주 기본적인 기부금영수증 발행 정도의 서비스만 제공되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한국은 자동이체와 같이 기부자와 기관의 접촉이 매우 적은 기부방식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 기부자 관리활동이 적절하게 진행되면 기부조직에 대한 신뢰감 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나, 실질적인 기부행위(기부기간, 기부액, 기부회수)에는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는 현재 사회복지조직들이 그러한 영향력을 만들어낼 수 있을 만큼의 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개별화된 상호작용이 되고 있는 기관이 별로 없다.(전담자 없음)
– 조직의 활동에 대한 인식, 기부행위, 그리고 기부자관리와 관련하여 외국의 경험을 기반으로 하는 연구들 자체들도 상이한 결과들을 보이고 있는데, 그 이유는 사회적 상황의 차이에 따라 기부에 대한 인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의 특성을 보면, 본 연구의 조사대상자들의 47%가 자동이체, 신용카드결제, 직장에서의 자동공제 방식으로 기부하는 것 처럼 대면적이지 않고 기부자의 관심도가 낮으면서도 지속될 수 있는 방식이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대개의 학술적 연구와 마찬가지로… ‘그래서 관계가 높다는 거야? 아니라는 거야?’라는 질문에 똑부러지는 답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연구자는 그러한 한계 중 하나가 기부중단자에 대한 설문접근이 불가능했음으로 꼽고 있습니다. 저도 그 부분이 아쉽습니다만, 실제로 중단자들에게 설문을 했더라도 솔직한 답변을 듣기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름다운재단의 기부중단 시 이유를 여쭙게 되면 많은 경우 ‘경제적 어려움’을 꼽으십니다. 만약 이것만을 근거로 사용한다면, 가장 중요한 부분은 ‘기부자 관리’가 아니라 ‘경기회복’이 되겠지요. 그러나, 우리가 궁금한 것은 모두가 다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왜 그 사람만 중단하게 되었을까에 대한 심층원인이겠지요.
자세한 내용은 한국사회복지행정학회를 통해 논문을 요청하시면 가능할 것 같습니다.(이런 학술연구결과가 현장에도 원활하게 소통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앞으로도 한국의 기부자, 기부문화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꼭 학술연구가 아니라도, 실제 현장에서의 경험들이 잘 기록되고 공유되어 ‘한국의 소규모 단체에 가장 효율적이고 적절한 기부자 관리 매뉴얼’같은 것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사족으로, 과연 기부자란 ‘관리’되어야 하는 존재인가? 그 ‘관리’라는 표현이 적당한가에 대한 의문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기부자 로열티’라는 책 제목을 정할 때도 비슷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Loyalty’를 한국어로 직역하면 ‘충성도’인데… 기관이 기부자에게 ‘충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관이 기부자에게 충성한다…는 말은 혹여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아름다운재단에서는 통상 ‘기부자 관리’라 칭하는 업무들을 ‘기부자 지원’업무로 부르고 있습니다. ‘기부’란 기부자가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열정을 실천하는 방법의 하나이고, 기부를 받는 기관은 그 기부자의 열정과 활동을 존중하고 성실하게 지원해야 한다는 나름의 생각을 담아 본 것이지요.
지금 기부자나 회원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니 시민들의 후원에 힘입어 활동하는 어떤 비영리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분이라면…. 한 번쯤 물어보고 싶어지네요.
“당신에게 기부자는 어떤 존재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