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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비영리단체 이사회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부분 이사회의 모금 기능이 약하다는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종종 이사회와 사무국간의 갈등 쟁점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비영리단체의 이사회는 어떤 권한과 책임을 갖는 단위일까요?

비영리조직은 공익을 위해 활동하고, 민간 기부 때문에 자원을 취득하며 특정한 소유주가 없다는 특징을 갖습니다. 그러므로 비영리조직의 이사회는 다음의 4가지 역할을 부여받게 된다고 합니다.(Bradshaw, Murray, & Wolpin 1992)

  • 비영리조직이 달성하고자 하는 미션과 관련된 활동으로 신용보증책임 및 조직의 기능수행과 관련된 역할, 조직 임무의 설정, 조직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대한 책임, 정책형성, 윤리적 책임 및 조직의 정관 실행
  • 재정 관련 기획, 예산수립, 인적자원 관련 기획, 장기전략의 수립 등을 포함한 기획 기능
  • CEO의 선출 및 고용, 업무수행평가 그리고 법적인 책임과 관련된 활동
  •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활동을 프로그램 및 서비스 개발 및 전달, 조직 관련 집단의 이해 대변, 모금, 조직권익 옹호 등

전통적으로 비영리단체의 이사회에 대한 양대 이론은 대리인 이론(Agency Theory)과 자원의존 이론(Resource Dependency Theory)이라고 합니다. 이런 이론들은 영리조직 거버넌스 연구에서 시작되었고, 비영리 조직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보시면 됩니다. 이런 이론적 배경에 따라 영리나 비영리 모두 거버넌스의 특징과 조직의 성과 간의 관계를 밝히기 위한 연구가 진행됩니다.

1. 대리인 이론(Agency Theory)

이는 이사회와 조직 경영진 간의 갈등이 거버넌스의 핵심이라고 보는 관점입니다. 이사회는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경영자가 자기 이익을 위한 행동을 하는지 모니터할 의무를 가진 조직으로 인식됩니다. 대리인 이론에 따르면 비영리조직의 이사회는 조직이 법적, 지위적으로 벗어난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재무 뿐 아니라 전반적인 활동을 관리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사회는 조직의 기존 역사에 기반을 두어 조직의 방향을 설정하고, 모니터링 기능을 통해 그 방향대로 나아갈 수 있게 합니다.

Olson(2000)은 비영리 대학 연구에서 이사회 규모가 크고 평균 재임기간이 긴 경우, 그리고 이사회 멤버들이 경영 전문가일수록 단체의 재무성과(모금, 자산운용)가 높아진다고 했습니다. Callen, Klein, and Tinkelman(2003)은 고액기부자가 이사회에 참가하면 조직의 효율성이 높아진다고 했으며 Green and Griesinger(1996)은 재무경영 활동과 사업 모니터링이 조직성과와 강한 연관관계를 갖는다고 했습니다. Herman and Renz(1997)은 효과적인 조직일수록 이사회에서 CEO(사무총장)의 성과 평가를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2. 자원의존 이론(Resource Dependency Theory)

비영리 이사회와 관련하여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이 자원의존 이론입니다. 이사회는 비영리조직이 필요로 하는 사회적 정당성을 획득하는 것, 조직운영에 필요한 조언이나 노하우, 다른 조직과의 네트워크, 그 외 다양한 자원을 얻는 데에 도움을 주기 위해 존재한다는 관점입니다. 

Green and Griesinger(1996)은 개인적으로 재무적 기여를 하는 이사회일수록 조직개선을 위한 성과측정을 하는 경향이 높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Provan(1980)은 자원을 끌어들이고 기금을 모을 강한 이사회의 능력을 조사하였는데, 이사회의 권력이 클수록 (특정 시기 동안) 기금모금이 잘된다는 관계를 발견하였습니다. 

자원의존이론에서 자원은 재무적 측면, 정치적 측면, 그리고 전략적 측면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사회의 모금기능이 재무적 측면이라면, 정치적 측면은 이사회가 지역사회와의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즉 이사회를 통해 (잠재) 기부자와의 접촉면을 늘릴 수 있을 뿐 아니라 비영리 단체가 활동하는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이사회를 통해 기부금이 늘고 핵심 이해관계자를 통한 조직의 정당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전략적 측면은 이사회가 가진 경험적, 전문적 지식을 통해 조직의 방향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Nonprofit Governance(2017년 기부문화총서 번역발간예정도서)

Nonprofit Governance(2017년 기부문화총서 번역발간예정도서)

이 두 가지 이론에 이어 최근에는 민주적 관점(Democratic Perspectives)과 비판적 관점(Critical Perspectives)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는 조직의 거버넌스에서 대표성, 참여, 그리고 권력 관계에 초점을 맞춘 이론적 접근입니다.

3. 민주적 관점(Democratic Perspectives)

민주적 관점은 Alexis do Tocqueville(1956)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는 미국의 민주주의와 높은 자발적 협회 참여율이 관계가 있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그는 자발적 협회 참여가 두 차원에서 미국의 민주주의에 기여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첫 번째가 조직 내 차원으로 이러한 협회 활동이 개개인에게 ‘민주주의 학교’의 기능을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가 조직 밖 차원으로 이러한 협회들이 시민의 이익을 대변하고 정부나 기업 권력에 맞서 균형을 이룰 수 있게 해준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민주적 관점은 대의권 강조 학파(The Representation School)와 참여 강조 학파(The Participation School)로 나뉩니다.

3.1. 대의권 강조 학파(The Representation School)

Hanna Pitkin(1967)은 대의권을 다음 네 가지 측면으로 정의합니다.

  • 공식 대의권(formal Representation) : 조직 리더가 구성원들에 의해 선출되는 방식. 구성원들의 투표 때문에 선출된 이사회가 구성원의 이익을 더 잘 대변할 뿐 아니라 사회자본 형성이나 조직원의 시민성 교육에 더 유능하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 기술적 대의권(descriptive Representation) : 조직 리더가 구성원들의 정치 관련 특성  반영 여부와 그 방식, 이사회 구성이 실제 구성원의 연령, 성별, 인종, 성향 등의 특징을 반영해야 한다는 관점입니다. 해외의 경우 인종 할당이나 수혜자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것이 이러한 관점과 관련됩니다. 이사회와 직원과의 관계에서 일반회원이 잘 반영되지 못한다는 문제제기도 있습니다.
  • 상징적 대의권(Symbolic Representation) : 조직이 정당한 대의권자로서 구성원들로부터 신뢰받게 되는 방식
  • 실체적 대의권(Substantive Representation) : 조직이 구성원의 이익을 위해 어떻게 활동하고, 구성원의 요구에 응답하고자 하는 태도를 보이는가.

이들은 비영리조직의 거버넌스는 대의권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즉 조직 거버넌스는 조직구성원들의 관점과 조직이 위치하는 더 큰 공동체의 관점이 조직 안에서 어떻게 잘 반영되게 하는가의 문제인 것입니다. 따라서 비영리 조직의 이사회는 공동체의 이익을 구현하고 대변할 뿐 아니라 각기 다른 그룹들간의 이익들을 통합하거나 선택하고 전반적인 조직의 정책을 만들어내는 기능을 갖습니다. 

3.2. 참여 강조 학파(The Participation School)

이 학파는 비영리 조직에 대한 시민 참여의 내부적 발전 효과를 강조합니다. 즉, 비영리 조직에 대한 참여를 통해 정치적 행동과 태도(Almond and Verba 1963), 그리고 시민으로서의 기술과 민주적 가치(Brady et al. 1995)를 형성하게 되기 때문에 민주주의에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조직 구성원들이 조직의 미션, 비전, 전략 수립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거버넌스구조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Guo and Saxton 2010, McCambridge 2004)
그런데, 실제 비영리 기관에 대한 조사에서 구성원들의 참여가 매우 적다는 것이 지속해서 문제제기 되어 왔는데, 최근 이에 대해 더 확장된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공동체 참여 거버넌스”로 이름 지어진 이 주장은 구성원과 지역사회, 직원과 이사회 모두가 거버넌스의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Freiwirth 2011) 최근의 정보통신의 발달이 이러한 직접 상호작용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Saxton et al 2007)

4. 비판적 관점(Critical Perspectives)

비판적 관점은 비영리 거버넌스를 권력관계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입니다. 이들은 특권과 억압의 이슈를 다루는데, 경제적 사회적 시스템, 문화, 역사화 조직구조가 거버넌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주로 연구합니다. 이 관점을 통해 전통적인 거버넌스 구조가 조직 내에서 주변화된 소수자를 어떻게 억압했는지를 밝힐 수 있습니다.

4.1. 계급 헤게모니 이론(Class Hegemony Theory)
계급 헤게모니 이론은 기본적으로 상류층 인사들이 사회 각계각층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함으로써 이들의 이익과 세계관이 지배적이 된다는 것입니다. 비영리 단체의 운영에 성공한 기업가들이 참여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영리/비영리에서 모두 이러한 기업가 네트워크가 기업간 이사회 자리를 서로 맡아준다거나, 여러 비영리 이사회에 참여함으로써 상호 간의 이익이나 관점을 강화해 가는 것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이론적 관점은 다음의 측면에서 비영리 거버넌스를 연구합니다.

  • 엘리트들이 비영리 이사회 참여를 통해 얻게 되는 권력(권력이 있을수록 비영리 참여율 높음) 
  • 엘리트 이사회 구성원이 자원배분에 미치는 영향력(자원을 배분할 때, 수혜기관의 서비스보다 그 기관의 이사회의 사회경제적 권력을 우선시함)
  • 엘리트들이 문화예술 비영리단체에 미치는 영향력(문화예술기관을 통해 계급을 공고화함)
  • 엘리트가 비영리 이사회에 참여하는 동기(회사 커리어에 도움이 되거나 단순한 이타주의이기도 함)
  • 엘리트 이사회 구성원을 통해 비영리단체가 얻는 이익(모금 등의 이익)

최근 엘리트의 비영리 이사회 참여율 감소나 비영리 환경 변화로 인한 영향력 감소, 다양한 이해관계자 참여로 인한 상대적 권한 감소 등이 발견되지만, 엘리트는 비영리 이사회의 강력한 힘을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4.2. 여성주의 비판이론(Feminist Critical Perspectives)과 비판적 인종 이론(Critical Race Theory)

여성주의 비판이론은 여성주의 이론적 뿌리와 관련되어 여성주의 조직연구, 여성과 국제NGO 연구, 그리고 비영리 분야에서 여성활동의 기원 등을 연구합니다. 비영리 거버넌스와 관련하여서는 거버넌스와 리서십에 대한 여성의 참여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쉽게 이사회 중 여성 비율을 떠올릴 수 있는데, 조직 내에서의 업무가 어떻게 성별 분업화되는지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결국 여성주의 비판이론은 계급과 젠더가 어떻게 중층적으로 작용하여 비영리 거버넌스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추적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관련된 연구가 매우 적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비판적 인종 이론을 한국에서는 생소합니다. 그러나 여성주의 이론과 마찬가지로 인종, 인종으로서의 역사, 어느 인종의 시각으로 사건이 기술되는가, 누가 지식을 생산하는가의 이슈를 비영리 거버넌스에서 함께 다루는 것입니다. 여기에서는 계급, 젠더 뿐 아니라 인종의 이슈가 중층적으로 함께 다루어집니다. 

 

참고자료
1. 노연희(2003)  “비영리조직의 이사회 활동에 관한 탐색적 연구:사회복지서비스 조직을 대상으로”, 한국행정학보
2. William A. Brown(2005) “Exploring the Association Between Board and Organizationa;l Performance in Nonprofit Organizations”, Nonprofit Management & Leadership
3. Chris Cornforth and William A. Brown(2014) Nonprofit Governance – 기부문화총서 2017년 번역 출간예정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