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지식네트워크는 아름다운재단,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설립한 3개 연구소가 나눔지식을 교류하고 나눔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지난 2015년 발족되었습니다. 2015년 1차년도 공동기획 포럼은 “미래사회 전망과 싱크탱크로서 민간연구소의 역할”을 다루었고, 작년 2회 포럼에서는 “비영리기관, Outcome을 말하다”라는 제목으로 진행되어 올해로 3년차를 맞았습니다. |
선한 일을 똑똑하게…’인덱스’가 필요하다
3회를 맞은 올해의 나눔지식네트워크 공동기획포럼은 “비영리 Index-지표로 읽는 비영리의 현재와 미래”였습니다. ‘인덱스’라는 말이 좀 어렵지요? 우리말로는 ‘지표’ 또는 ‘지수’인데요. 현재의 상황을 수치로 확인하고, 또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도구입니다. ‘물가지수’라든지 ‘빅맥지수’, ‘미세먼지 지수’ 같은 표현은 이미 익숙할 거에요.
시민의 참여를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비영리단체들에게도 이같은 지수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비영리분야의 지수가 많이 사용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말 그대로 ‘남의 나라’ 이야기입니다. 개발과 측정에 예산과 인력이 많이 필요하니까요. 이 때문에 정확한 근거에 기반한 현실 진단과 해법 모색에도 어려움이 큽니다.
이번 나눔지식네트워크는 바로 이런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각 단체의 지수 개발 사례를 나누고, 또 발전방향도 고민해보는 시간이었어요. 사례는 바로 아래 행사 자료집에 자세히 나와있으니, 이 블로그에는 그날 현장에서 나온 생생한 토론과 질의응답 내용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발제자 토론] 다른 방법으로 한 목소리 내면서 콜라보레이션
송헌재(서울시립대 경제학과 교수/아름다운재단 ‘기빙코리아’ 사례 발제) “기부에 관한 연구를 하다 보니 너무 분야가 넓고 주제가 많아서 지속성이 부족하다. 가장 중요한 이슈를 정해서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계속 듣다 보면 ‘(이 이슈가) 중요한 건가 보다’ 하고 관심을 가지게 된다.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이슈가) 비슷한 같은 이야기’라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는 근거 자료를 찾아야 한다. 자원을 들여서 지수화하고 통계자료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결국 기존 주장을 계속하면서도 새로운 증거를 만들어 제시하는 것이 아닐까.”
정익중(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아동권리지수’ 발제)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지수를 개발했지만 전체 어린이들의 것이 되도록 공개하고 나눌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관간의 콜라보레이션도 나름대로 이미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다. 한 목소리를 다른 방법으로 내는 것도 콜라보라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제약조건이 있어서 못한 게 있다. 예를 들어 (단체가 조사를 할 때 쓸 수 있는) 자원만 많으면 할당표집이 아니라 확률표집을 할 수 있다. 이번에는 조사를 크게 할 계획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마 할당표집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본다. (주 : 할당표집은 성∙연령∙지역 등에 따라 할당된 표본을 모으는 방법으로 확률표집에 비해서 정확도가 떨어진다)
또 우리나라에는 아동관련 지수를 위한 권장기준이 없어서 해외 기준을 활용할 수 밖에 없는데, 나중에는 기초자료를 만드는 의미에서 권장기준과 같은 것을 만들어야 한다. 국제 비교도 중요하다. 국제적으로 우리처럼 아동권리지수를 만든 나라는 없기 때문에 전 세계 자료를 활용해서 우리나라 순위를 발표할 계획을 하고 있다.”
한창근(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사회공동모금회 ‘나눔종합지수’ 발제) “꼼꼼한 이론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의견에 전반적으로 동의한다. 다음 연구자가 3차 조사를 할 때에는 보다 체계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이 (나눔종합)지수는 여러 기관에서 생산된 데이터를 가져와 만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사가 멈출 가능성이 가장 큰 상황은 데이터가 구축되지 않았을 때, 또는 (협력)기관에서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할 때이다. (협력기관이) “자료가 없다. 못 주겠다”고 하면 지속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지수 중의 9개 지표를 구성하면서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던 질문은 ‘나눔이란 무엇인가’이다. 연구자 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는 사람들도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이를 어떻게 측정할 지도 문제인데 다양한 시도∙고찰을 하고 비판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제3차 나눔지식네트워크 공동기획포럼의 열띤 현장
[질의응답①] 관심있는 연구자 많겠지만…발표할 공간이 부족하다
Q “아름다운재단 기빙코리아를 사용하고 있는데, 새로운 연구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더 전문적이거나 깊이 있는, 중고액 기부이나 다양한 채널 기부방식과 같은 주제를 연구할 계획이 있으신지?”
A ” 연구위원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을 거다. 그런데도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결정적 원인은 충분한 보상이 없기 때문이다. 금전적인 게 아니라도 연구를 발표할 공간이 부족하다. 아이디어를 이야기하고 건설적인 토론과 비판을 듣는 자리를 많이 만들면 아마 관심 있는 연구자들이 많을 것 같다.
아쉽게도 ‘한국비영리학회지’가 학술 등재지에서 탈락했다. 교수 입장에서 거기에 논문을 실을 이유가 확 떨어진다. 이런 고충을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굳이 논문으로 발표되지 않아도 이런 자리가 있다면, 기빙코리아를 확장시킨 혹은 별개의 깊이 있는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송헌재 교수)“
“조금 보충설명을 하면 지난 10년의 기빙코리아 연구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앞으로의 10년을 준비하는 많은 회의를 했다. 큰 틀을 유지하되 조사방법을 바꿨다. 샘플 수를 늘리고, 대면조사에서 전화조사로 바꾸고, 문항을 줄였다. 또한 기업 조사의 경우 다른 기관과 중복되는 경우가 있어서 차별화된 연구를 하기 위한 새로운 계획을 가지고 있다.
부족한 것을 메우기 위해 많은 기획연구들도 하고 있다. 좀더 흥미로운 주제, 비영리 사람들이 알고 싶어하는 주제를 심층 연구하고 케이스 스터디도 하면서 노력하고 있다. (박성연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소장)“
Q “(아름다운재단 기빙코리아 사례 발표 중에서) 나눔이 잘되지 않은 이유로 ‘비영리단체에 대한 투명성과 신뢰도가 문제’라고 응답한 설문자들은 기부에 대한 이해가 낮아서 이런 응답이 나왔다고 발표했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 반대로 기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투명성과 신뢰도의 문제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A “기부단체에 대한 투명성∙신뢰성은 합리적 의문이다. 기부단체에 관해 관심이 있고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으면 기부를 하겠지만 찾기 어려우면 포기할 것 같다. 기부자가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기부단체가 스스로 파악해서 기부자들에게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송헌재 교수)“
[질의응답②] 물음표로 남은 질문은 다시 더 연구해야
Q “비영리 홍보가 너무 감성적인 것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되는데, 이를 타파할 참신한 홍보 방법이 궁금하다.”
A “기아에 허덕이는 아이들 광고는 예전부터 많이 봐왔는데 새롭지가 않다. (기부한 뒤에) 아이들이 어떻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주지 않는다. 기부단체에서 어떤 활동을 했고 어떻게 변화했는지는 광고를 안 한다. 전반적인 변화에 대해 즐겁게 표현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송헌재 교수)”
A “사람들이 어려운 모습을 봐야 (기부자의) 마음이 열리기 때문에 단체 입장에서는 이런 광고를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기부자와 단체가 다 같이 서서히 바뀌어야 한다. 성공한 케이스인 아이스버킷 챌린지 등은 SNS를 이용해서 기부하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었다. 이렇게 단체들이 기술과 가시성을 활용해서 기부자들에게 감성이 아닌 측면으로 소구할 수 있다면 너무 감성적이어서 기부 유지율이 떨어지는 부분을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공감과 참여로 바꿀 수 있다면 기부유지율도 늘어날 것이다. 다 같이 노력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박란희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편집장)“
Q “지표 개발도 자원봉사와 관련된 내용이 많은데, 자원봉사계와 협업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법률상에 (자원봉사와 기부의) 충돌 지점이 있더라도 연구 등은 공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참여할 여지가 있었으면 좋겠다.”
A “자원봉사가 큰 비중이니 중요하게 다뤄졌으면 좋겠다. 앞으로 연구에 있어서도 조언을 최대한 잘 받아들여서 업데이트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박성연 소장)“
Q “한국 나눔종합지수의 지역별 트렌드가 인상적이었다. 강원도의 나눔지수가 높게 나온 이유가 궁금하다.”
A “추후 연구가 필요하다. 강원도 샘플 수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참여했는지도 보아야 한다.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상상력을 발휘해 볼 수 있을 것이나, 아직은 물음표로 남아있다. 이론적 근거를 갖고 분석해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한창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