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비영리단체들을 성공적으로 이끄나?

비영리단체에서 일하는 분들이라면,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더 ‘잘 하는’ 조직으로 성장할지 늘 고민하게 마련이죠.

비단 한국만이 아닙니다. 전세계적으로 제3섹터, 비영리부문이 성장하면서 위 질문은 전세계 비영리단체들에게 늘 화두입니다. 특히 비영리부문이 소매업과 도매업의 뒤를 이어 세 번째로 큰 산업으로 급속도로 성장한 미국에서는, 많은 교수와 전문가 그룹들이 어떻게 하면 비영리조직들이 성장하고 사회 변화를 더 많이 이끌어낼 수 있을지 연구합니다. 한국에서도 한창 떠오르고 있는 이슈인 비영리 경영, 모금, 조직 운영과 같은 주제들은 미국에서 많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뛰어난 활약을 벌이고 있는 단체들은 어떻게 해서 그런 성과를 거두게 되었는지를 분석한 자료는 많지 않았죠.

2004년 미국의 레슬리 크러치필드와 헤더 머클로우드 그랜트가  책<Forces for Good(번역: 선을 위한 힘)>(출판사 소동)을 기획한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당시에 미국을 넘어 전세계적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성장한 비영리단체들이 많이 등장했는데, 무엇이 그들을 그렇게 위대하게 만들었는지 궁금했던 것이지요. 그들은 2년에 걸친 연구 끝에 가장 영향력 있는 미국의 단체 12개를 선정해, 그들이 성공한 비결을 밝히는 작업에 착수합니다. 

 

 

 


12개 대표적인 비영리단체

 단체 이름 활동분야 
 피딩 아메리카(Feeding America)

기아 구호 

예산과정책우선순위센터(center on Budget and Policy Priorities) 

연방과 주 정부 예산 분석 

시티 이어(City Year)

전국 봉사단체, 청소년 리더십 

환경방위(Environmental Defense) 

환경 문제 

익스플로라토리움(Exploratorium) 

박물관, 과학교육 

해비타트(Habitat for Humanity) 

빈민 주택 문제 

헤리티지재단(The Heritage Foundation) 

보수주의 공공정책 

전미라라자위원회(National Council of La Raza) 

남미계 미국인 지원 

셀프헬프(Self-Help) 

주택과 경제적 자립 지원 

셰어 아워 스트렝스(Share Our Strength) 

기아 구호 

티치 포 아메리카(Teach For America)  교육 개혁 

유스빌드 유에스에이(Youth Build USA) 

청소년 지도자 양성, 주택, 직업 훈련 

 

그들은 단지 경영 능력이 뛰어나거나 인지도가 높거나 많은 수입을 거둔 단체들을 선정하지 않았습니다. 혁신적인 방법으로 사회문제들을 해결하고 미국 더 넘어 전 세계로 확산시키며 진정한 사회 변화를 만들어낸 단체들을 선정[footnote]1. 조직 형태-미국에서 설립된 단체 2. 영향력- 근본적,지속적 성과를 거둠/더 커다란 전체 시스템의 변화 3. 규모- 전국적, 세계적 규모의 영향력 4. 설립시기- 1965~1994년 설립 5. 최종자료- 지역, 지리적 위치, 규모, 사업 모델 등[/footnote]해 그들을 면밀히 분석했습니다. 

 
처음에 그들은 MBA에서 배운대로 조직 경영을 구성하는 요소인 리더십, 지배력, 경영 전략, 사업 계획, 개발 마케팅 등을 조사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선정된 12개 단체들 중 절반은 경영 평가 순위로 볼 때 낮은 등급에 속해 있었습니다. 몇몇 단체들은 완벽한 관리 체계를 가지고 있지도 않고, 전혀 단체 활동을 홍보하지 않는 곳도 있었으며, 대규모 예산으로 운영되지 않는 곳들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연구를 시작하며 가정한 전제에 오류가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들은 비영리단체 성공의 비밀은, 정부, 기업, 비영리단체, 일반 대중 같은 사회의 모든 분야를 얼마나 잘 동원해내느냐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즉 조직 내부 운영보다는 조직 외부에서 어떻게 활동하느냐와 더 관계가 깊다는 것이지요. 물론 대부분의 단체들은 ‘충분히 좋은’ 조직을 구축하고 있었지만, 더 큰 영향력을 만들어내기 위해 그들은 외부에 더 많이 집중해 있었다는 것입니다.

출처: http://www.socialstrand.com

그들은 선정된 단체들의 활동 방식에 일관된 어떤 행동 양식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고, 그것들을 여섯 가지 습관으로 정리합니다. 그 여섯 가지 습관에 대해 여기서 간략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1. 정책 활동과 현장 활동을 함께 하라
영향력이 큰 단체들은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훌륭한 프로그램으로 사업을 시작할 수도 있지만, 마침내는 그런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만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올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따라서 그들은 관련 정책 발의나 지지 활동을 추가로 한다. 정부 지원을 받거나 관련 법률을 개정하고, 따라서 영향력을 확대해나간다. 사업이나 정책 홍보에 먼저 힘쓰고 나중에 풀뿌리 사업을 전개함으로써 전략을 최대화하는 단체도 있다. 결국 이들 단체는 사업 수행과 관련 정책 지원이나 홍보 활동을 동시에 진행한다. 그리고 그 두 가지를 모두 잘 수행한다. 자신의 주장을 더 널리 알리고 사업 수행을 잘 하면 잘 할 수록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진다.
 
2. 시장을 움직이게 하라
순수한 이타주의에 호소하기 보다 개인의 이익 추구나 경제학 원리를 자극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위대한 비영리 단체들은 더 이상 전통적인 자선 개념에 기대지 않으며, 기업 부문을 적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이들은 시장과 함께 작동하고 ‘기업 활동에 이익이 되면서 사회적으로 좋은 일을 하도록’ 돕는 방법을 찾는다. 이들 단체는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동시에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고 수익사업을 개발한다. 더 거대한 규모로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시장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다.
 
3. 열성 지지자를 양성하라
위대한 비영리단체들은 자원봉사자를 무보수로 일해주는 사람 정도로 생각하지 않는다. 회원으로서 의무를 수행하는 사람보다 훨씬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 이들 단체는 자원봉사자들의 서로 다른 감성적 경험들을 자기 단체의 사명이나 핵심 가치와 연결시키는 중요한 방법들을 찾아낸다. 이들 단체는 자원봉사자, 기부자, 자문위원을 시간과 돈, 지식으로 단체에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만 보지 않는다. 단체의 대의를 자발적으로 널리 알리는 사람으로 생각한다. 이들 단체는 이들과 강한 공동체 관계를 맺고 유지하면서 단체의 더 큰 목표 달성을 돕게 한다.
 
4. 다른 비영리단체와 연대하라
비영리단체 대부분은 서로 협력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서로를 희소한 자원을 두고 다투는 경쟁자로 본다. 그러나 성공한 비영리단체들은 다른 비영리단체와 네트워크를 만들고 연대하며 활동 영역을 넓히는 데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그 경쟁이 좋은 성과를 이루게 한다. 이들 단체는 다른 단체와 자금, 전문기술, 재능과 능력을 자유롭게 나눈다. 특별히 덕이 높아서가 아니라 각자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5. 완벽하게 적응하라
이 책에서 소개하는 비영리단체는 자신들의 재능을 성공에 필요한 것으로 바꿀 줄 아는 적응력이 특별히 뛰어났다. 이들은 변하는 환경에 대응해서 한 가지 혁신을 또 다른 혁신으로 연속해서 바꿀 줄 알았다. 그 과정에서 실수도 있었고 좌절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 단체는 일반 비영리단체들과는 달리, 외부 요소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에 관해 남의 말을 귀담아 들으며, 거기서 배우고 수정하는 능력이 뛰었났다.
 
6. 리더십을 공유하라
이 책에 나오는 지도자 가운데는 카리스마가 엄청난 사람이 많지만, 그렇다고 자기중심적인 것은 아니다. 이들 지도자는 전략적으로 사고하며 기업가 기질을 타고났지만, 선을 위한 더 강력한 힘이 되려면 다른 사람과 능력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들은 자기 단체뿐 아니라 다른 비영리단체와 네트워크를 만들어 리더십을 공유하고 다른 단체들이 따라오도록 이끈다. 또한 힘 있는 후계자를 키우고, 오랜 기간 동안 단체를 이끌 강력한 집행부를 구성하며,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열심히 활동하는 이사회를 만든다. 
 
이렇게 요약해서 보면, 누구나 알고 있고 당연한 것을 언급하는 듯 보이지만, 책의 각 챕터들을 찬찬히 읽어보면 12개 단체들의 구체적인 사례들과 함께 우리가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지점들을 콕 짚어내고 있습니다. 물론 미국을 배경으로 씌여진 책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현실과 잘 맞지 않는 부분도 있고, 또 연구자들의 관점이 논쟁적일 수 있으나, 오랜 기간에 걸쳐 비교적 객관적으로 단체들을 분석하고 연구자들의 편향된 의견이 연구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애쓴 흔적이 보입니다. 저는 책 읽으며 한국의 상황, 그리고 몸 담았던 단체들과 비교해보는 재미가 쏠쏠했답니다 🙂
 
이상 비영리단체 활동가라면 한번쯤 읽으면 좋을 책<선을 위한 힘>을 소개해드렸습니다. 다음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