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동료들로 하여금 홈페이지나 블로그에 글을 쓰게 할 수 있을까?”
비영리조직에서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담당하는 담당자들은 이런 고민에 종종 부딪힙니다. 담당자 혼자만 책임지고 가기에 분명히 한계가 있지만 다른 사업이나 활동의 우선 순위에 밀려 조직에서 협업 시스템을 만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조직에서 홈페이지나 블로그, SNS 채널 등을 운영하는 경우, 조직이 함께 움직이지 않는다면 커뮤니케이션의 효과를 제대로 보기가 어렵습니다. 이제 온라인과 모바일 세상은 시민들의 지지와 공감과 만나는 가장 중요한 공간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하나의 사업 영역으로서가 아니라 조직의 기회와 가능성을 바라보며 큰 틀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조직이 함께 고민하고 함께 실행하는 조직의 협업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만약 조직 내부에서 협업 시스템을 만들기 어려운 조건이라면 외부의 자원이나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입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협업 시스템과 관련하여 슬로우워크(slowalk.tistory.com), 서울그린트러스트(seoulgreentrust.tistory.com), 아름다운재단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구성원 모두가 블로거!
슬로우워크는 사업 초반에 연말에 주로 일이 몰리고 여름에는 비교적 한가해지자 직원들과 뭘하면 좋을지 고민하다가 블로그를 시작하게 됐다고 합니다. 블로그는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운영이 가능했고, 또 소통의 툴로써 유용하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이지요. 슬로우워크는 블로그를 시작할 당시 몇 가지 원칙을 정합니다.
1. 하루에 포스팅을 2~3개 한다. 2. 해외자료를 수집한다. 3. 다같이 한다.
여기서는 세 번째 원칙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모두가 매일 글을 쓴다는 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글쓰기 훈련이 어느 정도 되어 있는 사람들은 포스팅이 비교적 수월했지만, 글쓰기 경험이 많지 않거나 글쓰기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경우는 포스팅이 굉장한 부담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슬로우워크는 원칙을 약간 수정해서 글쓰기를 원치 않는 직원의 경우, 다른 방식으로 블로그 운영에 기여하도록 역할을 부여했습니다. 가령 트랙백을 건다거나 포스팅을 퍼다 나르는 등 블로그가 잘 노출될 수 있도록 전략을 짜고 수행하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이죠. 따라서 모두가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원칙은 지킬 수 있었고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 블로깅이 익숙해지고 방문자 유입이 늘어나면서 월별로 통계가 잡히기 시작합니다. 슬로우워크는 누가 어떤 내용으로 포스팅을 얼마나 했고, 또 어떤 컨텐츠가 조회수가 높았는지 달마다 정리를 합니다. 그러면서 가장 블로깅을 열심히 하고 좋은 컨텐츠를 생산한 직원을 선발해 ‘문화상품권’을 지급합니다. 직원들은 외부적으로는 늘어나는 방문자 수와 피드백에 자극을 받고, 내부적으로는 블로깅을 잘 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조직의 문화에 지지받으면서 점차 블로깅에 재미를 붙이게 됐다고 합니다.
아름다운재단도 비슷한 사례가 있습니다. 현재 재단 간사들은 사업별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한 달에 한번 블로그 회의를 통해 콘텐츠 계획을 발표하고 월별로 어떤 포스팅이 인기가 많았고 유입자가 많았는지 분석 자료를 서로 공유합니다. 최근에는 ‘BF 콘텐츠 어워드’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월별 통계를 통해 포스팅 수, 구독 수, 댓글 수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그 달의 금메달 수상자를 선정, 상금을 지급합니다. 지금까지 2회 진행되었는데, 이 사업을 추진한 홍리재희 팀장은 “처음에는 이 사업이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시상을 통해 격려하고 함께 박수쳐주면서 분명히 동기 부여되는 측면이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슬로우워크는 이제 블로그 통계를 분석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갑니다. 직원들이 그동안 써온 포스팅들을 세밀하게 분석하여 블로깅을 할 때 각각 어떤 성향이 있는지, 어떤 주제에 관심이 있는지를 뽑아냅니다. 가령 어떤 직원이 요리에 관심이 있다면 요리라는 주제와 슬로우워크의 키워드와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 살펴봅니다. 그 직원은 예를 들어 슬로워크의 키워드 중 하나인 ‘인포그래픽’을 요리와 접목시켜 컨텐츠를 쓰도록 독려받습니다. 그렇게 되면 쓰는 입장에서도 관심 분야의 주제를 다룰 수 있어서 즐겁고 또 컨텐츠의 질도 높아지게 되는 것이지요.
이제 슬로우워크는 블로그 시작 때 세웠던 위 세가지 원칙을 조금 수정합니다.
1. 좋은 컨텐츠 생산 2. 지속적인 포스팅 3. 지지자 확보
이 원칙을 지켜나가기 위해 슬로우워크는 매 주 블로그 회의를 하고, 매 월 문화상품권을 지급하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블로그 교육을 합니다. ‘매일 평균 방문자 수 1400명’, ‘2011 티스토리 우수블로그 선정‘ 등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이러한 협업 시스템이 뒷받침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블로그를 성공적으로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슬로우워크는 블로그 관련된 강의나 재단의 온라인 컨설팅,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워크숍 등의 사업에 참여하는 등 사업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외부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라!
“저희는 원래 홍보 담당자가 없었는데 SNS, 블로그를 활용한 온라인 홍보의 중요성을 느끼고 2010년에 사람을 뽑아서 제가 들어오게 됐습니다. 이후에도 다른 실행업무로부터 거리를 두고 최대한 온라인 홍보에 매진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조직분위기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하지만 협업과 관련해서는 각자 맡은 업무 이외의 일에 함께 하는 것이 쉽지 않아요. 초기에는 다른 팀의 활동가들에게 글을 써달라고 하고 댓글이나 추천 눌러주기 등의 방법으로 참여해주기를 권유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몇몇 활동가는 참신한 포스팅으로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지만 꾸준히 이어지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처음엔 저도 블로그를 활성화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정말 하루 3~4시간 걸려 글을 하나 쓰더라도 매일매일 썼는데 한달 정도 지나니 힘들어졌습니다. 그래서 대학생 자원봉사자를 온라인 홍보분야로 뽑아서 포스팅을 하도록 했고 결과는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아무래도 관심 있는 친구들이 많다 보니, 학생들의 시각에서 재밌고 참신한 컨텐츠를 잘 만들어내더군요. 내부에서 협력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면 주변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 서울그린트러스트 김민혜
2011년 아름다운재단 온라인 컨설팅 사업에 참여했던 서울그린트러스트는 여러 실험과 시행착오 속에서 협업 시스템을 구축해나가고 있습니다. 서울그린트러스트도 슬로우워크와 마찬가지로 모두가 포스팅한다는 원칙을 정하고, 이 시스템이 안착될 수 있는 조직적인 분위기나 환경을 만드는 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둡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담당자가 매일 포스팅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에 주변의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시작합니다. 서울그린트러스트는 환경과 숲, 그린 비지니스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들을 모집, ‘온라인 홍보단‘을 운영합니다. 그리고 온라인 홍보단에 참여한 대학생들에게 자원활동 증명서를 지급합니다. 참여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관심 분야의 정보를 수집하고 공부할 수 있다는 점과 자원봉사 시간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단체의 입장에서는 재밌고 신선한 컨텐츠를 제공받는다는 점에서 서로 win-win하는 좋은 사례로 현재 타단체들에게 소개되고 있습니다.
비영리임팩트의 블로그도 아름다운재단 인턴들이 해외 사이트 리서치, 해외 컨텐츠 번역 등 블로그 운영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재단과 네트워킹을 맺고 있는 전문가들로부터 칼럼을 받아 소개하거나 중복 게재하는 등 컨텐츠 제휴를 맺기도 합니다(예- 이노레드의 박재우 부장 칼럼글 http://blog.naver.com/winnovation/80169459175). 슬로우워크도 서울그린트러스트와 컨텐츠를 서로 공유하는 등 몇몇 단체나 기관들과 협력 관계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물론 조직 내부의 활동이나 사업을 깊이 있게 다뤄야 하는 컨텐츠들은 조직 내부에서 역할 분담해서 소화해야 하지만, 조직의 이슈와 연관된 좀 더 폭넓은 소재를 다루고자 할 때 외부의 자원과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좀 더 컨텐츠가 풍성해질 수 있습니다.
온라인홍보 협업시스템의 진화를 보는 듯. 재밌습니다. 그리고 또. 필이 꽂히는 걸요^(^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초창기부터 보아왔지만, 슬로우워크처럼 내부직원 참여의 팀블로그가 잘 되어있는곳이 흔치않죠.
무척 부럽습니다. 🙂
말씀대로 아름다운재단도 점점 그 콘텐츠의 참여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것 같아서~ 앞으로 더 기대가 되네요~
슬로우워크는 구성원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원칙을 세우고, 그 원칙을 실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계속 더 나은 전략을 세우고 실험과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강점인 듯 해요. 저희도 제노님의 기대에 힘입어 더 분발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