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조직에서 사업을 기획할 때 참여자, 지역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은 이제 익숙한 이야기죠? 지난 1월에도 관련 사례를 블로그에 싣기도 했었는데요(‘지역과 참여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세요!‘ 글보기), 참여형 모델의 중요성에 다들 공감은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세스로 어떻게 참여자들을 만나 의견을 듣고 프로그램에 반영해야 하는지 감이 잘 안 오기도 합니다. Social impact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 중 이해관계자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되고 있는 요즘, Stanford Social Innovation Review 2013년 봄 호에 관련 주제의 아티클(‘Listening to Those Who Matter Most, the Beneficiaries’ 글보기)이 실렸는데요, 시사점이 많고 실제 사례도 구체적이라 번역 및 발췌해 소개해드립니다.
수혜자(참여자)에게 귀 기울이기
비영리기관들은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합니다. 전문가나 대중은 의미있는 통찰력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영리는 가장 중요한 구성원인 프로그램의 참여자들- 학력이 부진한 학생들, 취업지원 프로그램의 훈련생들-은 종종 간과하곤 합니다. 정보와 경험을 줄 수 있는 이들을 간과함으로써 프로그램 존재 이유인 그들의 경험에서 오는 통찰력을 우리는 종종 놓칩니다.
물론 그들의 목소리를 아예 듣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현장 방문을 통해 의견을 묻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이미 기획된 프로그램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 때문에 그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일부 기관들은 그들의 의견을 조사하기도 하지만 보통 조사의 질이 낮고 결과를 비교할 기준도 없기 때문에 얻은 정보를 해석하기도 성과 향상을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아마 우리는 그들의 관점을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혹은 그들이 뭐라고 말할지 듣기 두려워서인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될까 두렵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어떻게 그들의 의견을 신뢰할만하고 구체적이고 유용한 방식으로 수집할 수 있는지 몰라서일 수도 있습니다.
비지니스 영역에서는 고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을 때 판매와 수익의 하락이라는 즉각적 경고를 받습니다. 하지만 소셜 섹터에서는 참여자를 간과한다고 바로 경고가 울리지 않습니다. 그들은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에 도움을 못 받느니 문제가 좀 있어도 혜택을 받는 쪽을 택합니다. 비영리기구 자문사 Bridgespan Group의 Daniel Stid는 “그들은 서비스를 구매하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제 3자가 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라고 돈을 지불하는 셈이죠. 그래서 초점이 혜택을 받아야 할 대상의 필요나 요구를 충족시키기보다는 돈을 내는 사람의 요구에 맞춰져 있습니다.”
이러한 왜곡된 힘의 역학관계 때문에 참여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참여자 관점은 프로그램의 실행력을 향상시켜 더 나은 결과를 이끌어줄 미개발된 정보원입니다. 참여자의 인식 정도와 프로그램 결과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점점 더 많은 연구 자료가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초기 단계
고객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을 경우 대가가 빠르고 잔인한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고객 관점에 철저히 초점을 두는 일은 비교적 새로운 추세입니다. 비영리 부문에서도 최근 참여자의 관점을 반영하는 체계적 툴과 접근법이 점차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아직 작지만 이들의 등장 자체와 점차 늘어가는 활동들은 희망적으로 보입니다(아래 ‘전 세계의 유망한 참여자 피드백 이니셔티브’ 참조).
전 세계의 유망한 수혜자 피드백 이니셔티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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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A 공동학습 프로젝트의 경청 프로젝트 |
경청프로젝트는 원조(aid)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국제원조의 수혜자들을 체계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2005년 이래로 경청 프로젝트는 인도, 아프가니스탄, 앙골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케냐, 코소보, 태국에서 20회 이상의 경청exercise을 실시했다. |
글로벌기빙의 스토리텔링 프로젝트 |
케냐와 우간다의 현지 필경사들은 5,000명의 지역사회 일원들로부터 다음과 같은 질문을 통해 44,000 이상의 이야기를 수집했다. “누군가가 혹은 어떤 기관이 지역사회에 변화를 꾀했던 때를 말씀해주세요.” 글로벌기빙은 센스메이커라는 기술을 이용하여 수집한 이야기를 국제적 개발 노력(international development efforts)을 위해 사용할 데이터로 만들고 있다. |
그라민 재단의 공동체 지식근로자 프로그램(community knowledge worker) |
공동체 지식근로자 프로그램은 휴대폰을 이용하여 농업에 필요한 정보, 시장가격, 날씨예보를 125만 우간다의 농경지역 농민들과 공유한다. 그라민 재단은 또한 휴대폰을 통해 설문을 실시하여 농민들에게 피드백을 받고 프로그램에 필요한 수정을 한다. |
그레이트논프라핏츠 |
종종 비영리부문의 ‘엘프’라고 불리는 그레이트논프라핏츠는 고객들, 기부자들, 자원봉사자들 및 비영리기관을 가까이에서 경험한 사람들이 제공한 이야기 및 온라인 리뷰의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한다. 그레이트논프라핏츠는 2007년이래로 100,000건의 리뷰를 수집했다. |
키스톤 책임추적성 |
키스톤 책임추적성은 오로지 개발결과(development outcome)를 개선시키기 위해 수혜자의 목소리 활용하는데 초점을 둔다. 키스톤은 채러티 네비게이터와 손을 잡고 구성원(constituent)들의 피드백을 순위평가(rating)에 반영하고, 국제원조 수혜자들의 피드백에 근거하여 인도주의적 기관들을 평가할 “인도주의적 목소리 지수(Humanitarian Voice Index)개발을 시험사용 중이다. |
네이버웍스의 미국의 성공 측정 |
성공측정프로젝트는 122개의 지표와 312가지의 수집도구를 종합하여 지역사회 개발 활동에 전달한다. 이 자료는 340개 이상의 지역사회 개발 기관과 자금제공자들이 로컬 이니셔티브(local initiatives)의 성공 측정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
보다 철저하게 참여자의 피드백에 집중하는 분야는 교육과 보건 부문이 가장 두드러집니다. 다른 부문보다 자원이 더 풍부하며 대상이 명확하여 조사 결과를 관리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재단들 역시 참여자의 의견을 재단의 평가에 반영하려고 노력해왔지만, 참여자의 의견을 반영하는 재단은 예외적이라 할 정도로 많지 않았습니다. Center for Effective Philanthropy가 재단의 최고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27%만이 평가에 참여자 의견을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의견을 반영한 재단은 실천하고 있는 전략의 진보와 지역사회 및 부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참여자 피드백은 어떻게 이용되는가
소셜 프로그램은 세 단계로 나뉘며 각 시기에 참여자의 의견을 체계적으로 수렴할 수 있습니다.
프로그램 전 단계: 프로그램을 설계할 때 참여자의 관점을 반영함으로써 참여자의 필요, 선호도, 관심사, 기회 및 제약을 이해한다.
프로그램 진행 단계: 프로그램 진행 중일 때에는 참여자의 관점을 수렴할 수 있는 신속한 Feedback Loop를 통해 빠른 조정이 가능하다.
프로그램 이후 단계: 프로그램이 종료되면 참여자 경험을 면밀히 조사해 프로그램의 효과성 여부와 프로그램의 성공 혹은 실패의 원인을 판단하는 데 도움을 준다
여기서는 ‘프로그램 진행 단계’에 초점을 두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이 단계가 가장 간과되는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생생한 사례- 학생의 목소리
5년 전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지원하는 학생들이 어떻게 학교 생활을 하는지 궁금해 학생들의 인식에 대한 자료를 수집 및 분석할 프로그램을 요청했습니다. 우리는 프로그램 설계 단계에 교육계 지도자, 연구자, 청년개발 전문가, 언론가, 고등학생으로 구성된 국가 자문위원회의 안내로 기존 프로그램들을 분석했습니다. 우리는 다양한 조사가 이미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의사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만한 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많은 조사들이 제대로 설계되지 않았고, 비교 자료가 없었기 때문에 특정 질문에 대해 무엇이 좋은 점수인지 파악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조사 결과를 학군의 리더들, 교장, 교사와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했습니다.
우리와 이야기 나눈 학생들은 조사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포커스 그룹에 참여한 학생들은 그들의 의견에 정말 신경 쓰는지, 조사 결과가 진지하게 받아들여질지 의심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학생들은 과거에 참여했던 조사에서 자신들의 의견이 적용되는 것을 본 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분석 결과 우리는 개선의 여지가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우리는 YouthTruth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2008년 20개 학교에서 시범적으로 적용, 후에 28개 학군과 약 142,000명의 학생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교사와의 관계, 학교문화, 학생 참여, 학업성취에 대한 인식, 미래에 대한 대비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학교 생활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비교 자료에 중점을 두고 설계하여 특정 학교와 프로그램의 상대적 강점과 약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참여한 학교들은 YouthTruth로 인해 상당한 변화를 꾀합니다. 일부 학교는 결과를 바탕으로 커리큘럼을 수정했고 일부 학교는 직원들의 시간을 재할당했습니다. 한 학교 교장은 “처음에 이 프로그램 역시 그저 구에서 운영되는 학생 조사이겠거니 했죠. 과거의 학생 조사를 통해 받았던 자료는 사용할 수가 없었어요. 이것이 이렇게 실천 위주의 프로그램일지 몰랐습니다.”
YouthTruth의 결과는 개선을 위한 많은 방법들을 제시합니다. 각 군의 학교들은 “이 학교 학생들 대부분이 어른을 공경한다.”, “이 학교의 어른들은 대부분 학생들을 존중한다.”, “이 학교의 훈육은 공정하게 이루어진다.”와 같은 문항에서 등급이 낮게 책정됐습니다. 특히 고등학교 간 등급의 편차가 심했는데 이에 대해 학군 교육감 Wanda Bamberg는 이러한 차이는 학업 성취도 차이와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제 각 학군의 리더들은 학교조사결과를 활용하여 계획을 세우려고 합니다. 각 학교는 훈육 관리 계획 재점검, 직원개발 프로그램의 질 개선, 학생들과의 쌍방향 의사소통 개선에 이르는 의사결정과정에 YouthTruth의 자료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YouthTruth의 설계에 있어 중요한 요소는 학생들로부터 실제적 반응을 얻어 학생들과 확실한 의사소통을 하는 데 중점을 둔 것입니다. YouthTruth는 솔직함을 강조하며 학생들에게 비밀이 보장됨을 일러줍니다. 또한 학생들에게 조사 결과가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알려줬습니다. MTV에서 YouthTruth를 소개할 때 이런 말을 했습니다.”보통 여러분은 시험을 치고 선생님이 피드백을 주죠. 하지만 이번에는 그 반대예요. 여러분이 선생님의 점수를 매길 차례예요.”
참여한 학교들은 학생들과 결과를 공유하기로 약속했습니다. 학생들에게 조사 결과를 보고하겠다는 학교의 약속은, 단지 학교가 학생들의 설문조사를 하는 데 들인 시간과 노력을 존중한다는 의미를 넘어, 학교 지도자들이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학생들의 인식은 학교의 성과 측정에 있어서 시험 점수와 같은 다른 학업성취 측정 도구를 보완할 수 있습니다. 학생의 인식과 결과 사이에 연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뒷받침되었습니다. 학생들은 유능한 교사를 구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학생들의 학교 생활 만족도가 높아지면 더 나은 학업 성취도를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향후의 과제
참여자의 의견 경청이 매우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몇 가지 도전 과제가 있습니다.
높은 비용: 참여자를 찾는 데 비용이 많이 들고 시간 집약적입니다. 학교와 병원은 풍부한 자원과 함께 통제된 환경 속에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접촉이 쉽게 이루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YouthTruth를 진행하는 데 수천달러가 소요됐습니다. 예산의 제약이 특히 심한 사회복지조직에서 왜 참여자 의견 수렴이 우선순위에서 밀리는지 이해햐기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응답 얻기의 어려움: 많은 참여자들은 여전히 인터넷 접근이 어렵습니다. 일부 참여자들은 글을 제대로 읽고 쓸 줄 모르기도 합니다. 혹시 모를 불이익에 대한 불안 때문에 조사에 솔직하게 응하기를 꺼릴 수도 있습니다. YouthTruth를 진행할 때 학생들이 냉소적으로 반응했듯이요.
불편함: 우리가 도움을 주려는 이들의 의견을 듣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우리가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하면 어쩌나? 만약 참여자들이 우리의 가장 근본적 토대에 문제를 제기하면 어떻게 하나? 비영리 종사자들은 밀려드는 요구에 압도되어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데만 해도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확고한 피드백 시스템을 추가적으로 마련하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더 나은 결정
물론 교육과 보건 분야에서 참여자의 의견 수렴이 훨씬 쉬운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참여자 의견을 수렴하기 여려운 분야야말로 그들의 목소리가 특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분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도덕적으로 옳다는 설득력 있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러나 참여자의 의견을 듣는 것이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여러 사례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심장협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치료에 대한 환자의 인식, 특히 간호에 대한 인식이 치료의 임상적 질을 예측가능하게 했으며 급성심근경색으로 입원한 환자들의 사망률을 낮추었다고 합니다. 또한 교육 분야에서도 학생들의 인식이 좋을 수록 학업 성취도가 높았으며, 이는 교실 관철을 통한 결과보다 더욱 정확성이 높았다고 합니다.
학생 인식과 성과 사이의 연관 관계는 참여자의 인식이 우리가 추구하는 장기적 결과를 위한 유용한 선행 지표가 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선행 지표가 중요한 이유는 환자들이 사망하고 학생들이 중퇴하는 등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 이후가 아니라 프로그램 진행 중에 프로그램을 조정 및 개선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참여자의 의견 수렴은 단지 옳은 일일 뿐만 아니라 현명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