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편 ‘공익재단 사회환원인가? 조세회피인가?’에서 검토한 바와 같이 1988년 삼성그룹의 상속 과정에서 공익재단으로 주식지분 출연하여 상속대상에서 제외시켰으나 그 규모를 알 수 없다는 기사가 나왔고, 그 이후 공익재단을 통한 상속세, 증여세 회피에 대한 사회적 의구심이 커지고, 정부에서도 공익재단의 자산규모를 파악하고 관리하기 위한 각종 조처를 취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1990년 12월 상속세법 개정을 통해 공익재단의 주식보유에 한도를 정하게 됩니다. 처음에 ‘한도’의 뜻은 그 이상을 보유하지 못하게 했다기 보다는 상속세 면세의 한도를 준 것입니다. 1990년 기준으로는 ‘공익재단에 출연하는 주식 중, 기업 주식 가치의 20%까지는 상속세 과세대상에서 제외(면세)를 해준다’. 즉, 그 이상분을 출연할 경우에는 상속세를 다 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위의 그림이 그 이후 공익재단에 대한 주식출연관련 상속세법의 변화추이입니다. 1993년에는 주식출연 면세 한도를 5%로 더 줄이게 됩니다. 사실 현재까지도 이 한도가 기본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1996년부터 보이는 ‘20% 초과보유 가산세’는 어떤 의미일까요? 이는 기본 상속세를 내고 20% 추가보유분에 대해서는 상속세 이외에 추가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그냥 자녀에게 상속하는 것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5%까지는 공익목적 출연으로 인정하여 세제혜택을 주지만 5%~20%까지는 일반 상속과 동일하게 보고, 20% 이상은 더 부담을 지우겠다는 것입니다. 즉, 공익재단의 기업주식의 지나친 보유을 억제하겠다는 의도로 읽힙니다.
이에 대해 1996년 이후 5% 한도가 너무 적다는 지적과 함께 합리적 수준으로 한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는 대기업의 편법상속으로 인한 조세회피에 대한 강한 인상을 가진 국민적 정서 등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중요한 견제입니다. 공익재단이 공익적 목적보다 조세회피적 성격이 강해진다면 사회적으로 더 이상 존재하기 어려워 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규정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어려움에 처한 사례도 발생하였습니다. 수원 교차로를 창업한 대표는 본인 소유 주식의 90%를 출연하여 본인 모교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기 위한 ‘구원장학재단’을 설립하게 됩니다. 당시 선한 의지만으로 일을 추진했던 대표와 파트너였던 대학 양측에서는 관련 세법에 대한 인지가 부족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2008년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세무서에서 약 140억 5천만원의 증여세(현재 구원장학재단의 공익사업 재원은 180억원)를 부과하게 됩니다. 조세회피의 의도가 없었음을 근거로 관련 소송을 진행하여 1심에서는 세무서가, 2심에서는 기부자가 승소하였고 현재 대법원에서 최종 검토가 되고 있습니다.
2000년 이후 성실공익법인에 한해서 주식출연 한도를 10%까지 인정하고 가산세 기준도 50%까지 완화되었습니다. 그리고 2010년부터는 성실공익법인의 경우 10% 이상 출연하더라도 법에서 정한 기간 이내 매각할 경우 공익법인 출연분으로 인정(면세)하는 보완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출연 한도를 높이는 것과 현행을 유지하는 것 사이의 쟁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1. [현행유지] 공익법인에 대한 주식출연은 악화될 소지가 높음 : 비영리법인의 영리법인 지배의 위험성
이는 주식이 ‘자산’이자 ‘권한’의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즉, 공익재단 출연으로 세금을 면제받고 주식의 자산으로서의 가치(팔아서 내돈으로 쓴다던가, 배당금을 받아 쓰는 것)을 포기하지만 여전히 그 주식에서 나오는 의결권을 간접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서 공익재단이 주주로서 주총에 가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동안 암묵적으로 그 지분에 대한 권한은 주식 출연자나 그 자녀에게 있다고 다들 인정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2. [한도높여야함] 중견기업의 경우 경영권 방어의 어려움
최근 ‘가업승계 주식 증여세 과세특례’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현재 상속세율이 30억원 이상일 때 50%로 되어 있기 때문에 생기는 논의입니다. 즉, 어떤 기업이라도 기업을 2대에 상속하고자 한다면 기업가치만큼의 현금을 세금으로 낼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웬만한 기업이 그런 준비를 하기 어렵다는 것인데, 사실 자산으로만 본다면 1대가 만든 부를 2대에 넘기기보다는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옳은 일입니다. 그런데, 고용과 사회적 생산을 담당하는 기업이 그 자체로 유지되지 못하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 대한 구제책을 두고자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소규모 가업의 경우는 합의하기가 쉬운데, 중소기업, 나아가 중견기업까지 가면 이를 합의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또 대기업의 경우라 하더라도 요즘처럼 다국적기업의 적대적 M&A가 횡횡한다고 한다면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만 하기에도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기업이나 자본에 대한 개인적 판단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것입니다. 다만, ‘부의 사회적 환원’으로만 볼 수 없는 다양한 측면이 있다는 정도는 확인되는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의 ‘기부문화활성화를 위한 법제도 연구’에서 여러 측면을 다루어 왔는데, 참고가 될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해외의 법제도
– 일본은 2008년 ‘공익법인 제도 개혁’이후, 단체의 의결권의 과반수를 갖지 않는 경우(50%이내) 주식보유 가능. 과반수 이상의 경우 무 의결권주로 하거나 의결권 포함해 수탁자에게 신탁 가능, 그리고 공익목적사업 비율이 50%이상이 되도록 사용의무를 두었다고 합니다. 즉, 의결권을 가진 주식을 50%까지 보유할 수 있고, 그 이상의 경우에는 공익재단 보유 주식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는 조건으로 보유를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 미국은 주식보유 한도 20%. 기업지배에 영향력 없을 경우 35%까지 허용하고 의결권 있는 주식의 2%, 또는 총 발행가액의 2% 이내에서는 어떤 기업의 주식도 제한 없이 보유가능하다고 합니다. 단, 이를 초과할 때에는 엄격한 가산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2. 기부문화연구소 기획연구에서 제안된 논의방향(각 방향은 배타적인 제안은 아님)
– 주식출연을 제한하는 방향 → 비영리법인의 영리법인 지배방지 방향으로 법의 방향 전환
– 대기업과 중소기업 적용 이원화
– 공익재단 출연 주식의 의결권 제한 : 전체 의결권 제한 or 초과 보유분에 대해서만 제한 or 특정 안건에 대해서만 의결권 인정
– 공익재단 출연 주식의 자산으로서의 기여도를 높이기 위해 출연 주식에 대한 배당 강제 : 일정 이상의 배당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함
이 또한, 다양한 사례를 모두 아우르기에는 쉽지 않은 방향입니다. 그러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 공익재단 주식출연 자체를 엄격하게 묶어놓는 것에서 변화하는 사회적 공익수요를 맞추기 위한 자산가의 공익재단 자산출연을 북돋우면서도 조세회피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조금 더 적극적인 토론이 필요한 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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