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작가의 소설을 읽다 보면 등장인물 중 많은 사람이 ‘조류관찰(Birdwatching)’이란 취미를 갖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대략 이런 거다. 산책을 하던 주인공이 누군가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어디 가냐고 하면 누군가는 이렇게 답한다 ‘새를 보러 가요’ 아니면 ‘새를 보고 오는 길이에요’라고. 사건의 목격자는 ‘망루에 올라가 새를 보고 있는 데..글쎄..우연히 보게 되었어요’라고 증언한다.
우리나라에도 유명한 새 박사가 한 분 계시지만, 영국인들의 새에 대한 애정에는 비견할 바가 안된다. 그래서인지 영국인들은, 특히 조류관찰자들은 일찍부터 야생조류와 서식지의 보호에 앞장서 왔다. 그 전면에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영국왕립조류보호협회(Royal Society of the Protection of Birds)가 있다. 왕립조류보호협회는 조류보호와 환경보호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상당한 인지도와 영향력을 갖고 있으며 회원수만도 백만명이 넘는다.
상당한 규모의 회원을 보유한, 유럽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왕립조류보호협회가 단체에 대한 일반적 인식을 확장시키기 위해 새로운 캠페인을 기획한다. 2007년 시작된 이 캠페인은 ‘브랜드 스트레치(Brand Stretch)’라는 컨셉으로 구성되었는데 캠페인의 목표는 단 하나, “회원 증가”였다. 모금전문가에게조차 생소한 ‘브랜드 스트레치’란 단체의 정체성과 퍼스낼리티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Basic Components)를 파악해 기존 기부자와 잠재적 기부자, 더 나아가 일반인에게 소개하고 이를 통해 사람들이 단체에 대해 가졌던 또는 상상했던 것 이상의 무언가, 플러스 알파가 더해진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낼수 있는지 가늠하는 것이다.
야생조류 보호에 관한 대표적 단체로서의 입지를 확보하고 있었지만 단체의 활동이 단지 조류보호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훨씬 광범위한 – 늪과 습지 보호(Wetland Protection)를 비롯한 환경운동을 포괄하고 있다는 점을 일반시민에게 인지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전통적인 기부자 기반을 구성하고 있는 조류관찰자들과 함께 일반인들의 참여와 기부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런 판단으로부터 ‘브랜드 스트레치’, 즉 조류보호라는 대표적 브랜드 이미지에 동물보호, 환경보호라는 탄력적 요소를 덧붙여 단체의 브랜드 이미지를 확장시키려 한 것이다. 아름다운 사진과 매력적인 메시지로 구성된 ‘브랜드 스트레치’ 캠페인은 공감을 얻는데 성공했고 기존의 단체 브랜드에 새로운 이미지가 추가된, 확장된 브랜드로 사람들에게 어필되었다. 그 결과 신규회원은 목표한 대로 늘어났다.
물론 이와 같은 캠페인을 통해 얼마나 많은 단체들이 확장된 형태의 새로운 브랜딩에 성공할 지는 확언할 수 없다. 하지만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데 드는 노력과 비용을 따져본다면 오히려 이미 갖고 있는 단체의 브랜드에 새로운 이미지를 추가한 브랜드 확장을 시도해 보는 것도 현실적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단체의 정체성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다. 브랜드의 핵심은 명확한 자기정체성의 심미적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설프게 만든 신규 브랜드보단 갖고 있던 단체 브랜드에 디테일을 더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섬세한 터치 하나가 전혀 다른 느낌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출처: http://www.sofii.org/showcase-item?hall=275&id=7&pos=19
호랑이는 죽으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긴다
이미지텔링을 통한 브랜드 스트레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