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삼색기가 상징하는 근대정신을 바탕으로 철저한 산업화와 자본주의가 자리잡은 서구에서는 기부문화가 일찍이 자리를 잡았다. 이로부터 ‘얼굴 없는 천사’라던가 키다리 아저씨형 기부와 같은 우리네의 미담 성 기부와는 사뭇 다른 형태의 공공연한(?) 기부행동이 오래 전부터 주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격언은 매년 발표되는 50명의 최고기부자 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에게는 적용하기에 무리가 있어 보인다.

철강왕 카네기가 실천한 사회공헌은 미국 전역에 3000개가 넘는 공공도서관을 건립함으로써 오늘날 미국의 시민정신이 자리잡을 수 있는 공익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은 익히 알려져 있다. 스웨덴의 캄프라드는 가구를 만들어 배달하는 일을 하다 질 좋은 가구를 저렴하게 만들수는 없을까라는 생각으로부터 출발해 이케아를 세웠고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이케아로 상징되는 성공의 열매를 자신의 주머니에만 가두지 않고 비영리법인인 스티칭 잉카 재단에 귀속시킴으로서 사회공헌의 구조를 만들게 된다. 이와같은 서구의 사례는 거대한 부를 축적한 사람이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실질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하겠다.

그렇다면 작년 한 해 동안 미국에서 가장 많은 기부를 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크로니클이 발표한 최고기부자 50명의 면면은 다채롭기까지 하며 그들이 낸 기부금은 100억 달러에 이른다. 경기침체로 사회전반의 기부가 위축되었다고 평가되는 가운데, 자산가의 기부 또한 예년에 비해 소극적이었던 현실을 고려한다면 상위 50명의 기부액수는 놀랄만하다. 물론 천문학적 규모에 달하는 유산기부에 힘입은 바 크다 하겠지만 여전히 의미있는 액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특별히 주목해야 할 점은 고액자산가의 기부 중 유산기부가 차지하는 비율이 괄목할 정도로 늘어났다는 점이다. 고액기부를 담당하는 펀드레이저들은 이러한 추이를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 

2011년 미국의 고액기부자 리스트에서 정상을 차지한 사람은 마가렛 카길 (Margaret Cargill)이다. 그녀는 약 60억 달러(한화 6조원)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유산으로 남겼다. 2006년에 유증한 금액이지만 작년에서야 비로서 모든 법적 절차가 마무리되어 두 개의 재단에 기부되었다.

 

번째 자리는 5억 달러를 내놓은 윌리엄 디트리히 2(William S. Dietrich II)에게 돌아갔다. 철강회사를 경영한 기업가인 디트리히는 기부금의 대부분을 대학교에 귀속시켰다.
디트리히의 뒤를 이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공동창업자인 앨런, 금융가 조지 소로스, 뉴욕시장인 마이클 블룸버그가 다음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3위는 폴 앨런 (Paul G. Allen)  $372.6-million

 
 

4위는조지 소로스 (George Soros) $335-million

 

 

5위는 마이클 블룸버그 ( Michael R. Bloomberg) $311.3-million

 

 

열거된 5명 이외에 새로운 얼굴들이 눈에 띈다. 먼저 구글의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이 새롭게 리스트에 추가되었다. 그는 파킨슨병의 치료와 퇴치를 위해 노력하는 마이클 제이 폭스재단에 약 6200만 달러를 기부했다.  가장 드라마틱한 경우는 보스턴재단에 기부한 리조트 사업가 앨런 루이스(Allen Lewis)이다. 동생과 공동 소유한 크루즈 운영수입의 40퍼센트를 기부하기로 한 루이스는 동생과의 법정 분쟁에 휘말리는 바람에 기부를 할 수 없는 상황까지 몰렸으나 극적인 타결로 마침내 약속을 지키게 되었다. 극적이던 그렇지 않던 신선한 얼굴들이 많아진다는 건 좋은 일임에 틀림없다


리스트를 살펴보면 과 달리 내노라 하는 기부자들의 이름이 순위에서 빠져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버핏이나 게이츠, 터너 등 소위 전통적 강호들의 이름은 찾아볼수가 없었다. 기부를 하지 않은걸까? 그렇지 않다. 그들은 예년 수준의 기부를 했으나 약속했던 기부금의 지급이었기 이유 때문에 순위에는 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순위에 드냐 안드느냐가 아니라 고액자산가의 기부가 계속되는 경기침체에도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고 기부약속이 지켜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부를 통한 사회공헌과 공익활동이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 않은 한국의 현실에 비추어볼 때 버핏과 게이츠의 기부약속 이행은 의의가 크다 하겠다. 

최고의 기부자란 기부금의 규모도 규모지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사회적 책무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로 봐야 할 것이다. 기업을 통해 얻은 이익이 순전히 자신의 것만일 수 없다는 자각과 한 개인이 얻은 성공이 온전히 개인의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건강한 기업윤리와 사회공동체적 의식을 구성할 수 있는 밑바탕으로, 기부행동의 동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부와 나눔에 대한 의식은 특정해서 높아지는 것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전반적인 시민의식의 고양과 개성과  다양성이 옹호되고 인정되는 사회적 의식이 일반화될 때 높아질 수 있다. 그래야만 기부와 사회환원을 말하면서 실제로는 ‘자식환원’ 또는 ‘가족환원’을 하고 있다는 한국의 블랙코미디와 같은 현실이 바뀌지 않을까 싶다. 

  

출처: Most generous donors gave more in 2011
http://philanthropy.com/article/America-s-Wealthy-Made-More/13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