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행위의 기본단위는 가구이다. 대부분의 성인은 결혼을 통하여 가족을 구성하고 한 가족에 소속된 가구원들은 각자 전문화된 영역을 가짐과 동시에 서로 협동하여 가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 그러나 단독가구를 제외하면 2인 이상의 가구원으로 구성된 가구의 가구원들 간의 선호가 언제나 일치하지는 않는다. 부부가구를 생각해보면 남편과 아내가 기부행위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으며, 선호하는 기부분야도 다를 수 있다.
<표 1>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서 구축하여 제공하는 재정패널 자료를 이용하여 가구유형별로 기부분야에 따른 연평균 기부금액을 계산한 결과이다. 분석에 포함된 사람들은 가구주이거나 혹은 가구주의 배우자인 경우로 한정하였다.
표의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가구유형, 즉 독신가구 혹은 결혼가구 여부에 따라 기부금 총액의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물론 가구소득의 차이에 기인한다. 그렇지만 가구소득이 전부를 설명하지는 않는다. 독신남성 가구주는 가구소득대비 0.6%의 기부금을 납부하는 반면 독신여성 가구주는 이 비율이 1.15%에 이르러서 성별에 따라 한계기부성향(기부금/소득, 가구소득에서 기부금이 차지하는 비율)에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한편 결혼가구의 경우 남편과 아내의 기부금을 합한 기부금액은 가구소득의 1.4%를 차지하여 독신가구의 한계기부성향보다 평균적으로 높은 편이지만 남편의 기부금액이 오히려 아내의 기부금액보다 커서 독신가구와는 사뭇 다른 경향을 보인다. 이런 결과는 단순히 성별의 차이와 소득의 차이가 기부금액의 차이를 결정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을 설명하여 준다.
<표 1>은 남성과 여성이 선호하는 기부분야에도 어느 정도 차이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남성들은 여성에 비해 정당과 사회복지기관에 대한 기부를 더욱 많이 하는 경향이 관찰된다. 반면에 여성들은 남성비에 비해 교육기관에 종교기관에 대한 기부를 더 많이 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와 같이 가구유형 및 결혼여부에 따른 한계기부성향에서 차이와 기부자의 성별에 따른 기부분야 선호의 차이는 개인 및 가구의 기부행태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 보다 미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결혼가구의 자료에서 관찰하는 기부의 결과물은 서로 선호가 다른 가구원들의 협상(bargaining)의 결과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결혼가구의 기부행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고려도 필요할 것이다.
본 연구는 이렇듯 성별에 따른 한계기부성향과 선호하는 기부분야의 차이를 인지한 상태에서 가구내에서 이와 같은 차이를 갖고 있는 남편과 아내의 기부행의 결정모형을 설정하고 자료를 활용하여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한 기본연구로서 의의를 가진다. 이러한 분석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가구의 기부결정과정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고, 또한 기부금 모집기관 및 단체의 기부금 모집 전략에도 보다 유용한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송헌재(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 기부문화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