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더서드섹터(The Third Sector)라는 비영리 관련 매체에 나온 기사입니다. [기사 원문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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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경쟁심과 매력적인 여성에 의해 더 많이 기부한다
런던대학과 브리스톨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남성은 다른 남자가 거액을 기부하는 것을 보았을 때,
모금가가 훌륭한 외모의 여성일 때 더 많이 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는 로얄소사이어티(Royal Society)의 후원으로 작년 런던 마라톤과 관련된 668개의 모금 웹페이지를 분석한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는 모금가의 사진이 올라가 있는 각 웹 페이지에 대해 4명의 독립적 리뷰어가 0-10점 척도로 점수를 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타인이 50파운드 이상 거액기부 하는 것을 보았을 때 보지 않았을 때보다 평균 10파운드를 더 많이 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남자 기부자가 매력적인 여성 모금가에게 고액기부 한 것을 보았을 때는 다른 남자 기부자가 평균 28파운드를 더 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공동연구자인 Nichola Raihani(UCL의 Royal Society 대학 연구펠로우)은 이 연구에서 여성은 모금가가 매력적인 남성일 때 더 기부하는 식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각 모금 페이지에서 연구자들은 고액기부가 이루어지기 전 10회차까지의 기부금의 평균을 계산하였다. 12개 모금분야에서 연구된 고액기부 이후 기부한 15명까지의 기부자들의 반응은 성별과 모금가의 매력도 그리고 고액기부를 한 사람의 성별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녀 모두에서 모금가가 옷고 있는 사진에 대해 그렇지 않은 사진보다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그에 따라 더 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공동연구자인 Sarah Smith(브리스톨 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이 연구가 남성은 그들의 분야에서 가장 관대한 사람으로 알려지고 싶은 내적 욕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그녀는 비영리기관들이 남성의 경쟁심을 건드릴 수 있는 모금메시지로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수행된 매력에 대한 연구에서도 매력적인 여성이 방문모금에서 더 성공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비영리기관들이 방문모금을 진행하기 위해서 외모적이거나 내면적으로 매력적인 사람들을 뽑으려고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왜냐하면 매력적인 사람들에게 더 많이 기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실무적 수준에서 이 연구는 모금가가 더 많이 모금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함의를 갖는다. 당신이 런던 마라톤 모금가라면 주변의 관대한 친구에게 먼저 기부를 해달라고 하고, 당신이 웃고 있는 좋은 사진을 올려두어야 한다”라는 조언을 함께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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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후기
1. 흥미롭기도 하지만 조금은 재미있는 기사라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모금가 사진의 호감도를 10점으로 점수를 매긴 4명이 누구인지도 궁금하구요. 이 글을 본 아름다운재단 동료들의 반응은 ‘그걸 꼭 연구까지 해야 알 수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인지상정이라는 것이지요.
2. 오래 전 모 고등학교 동문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기부를 받는 행사를 준비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사회자가 김동건 아나운서(가요무대 사회자)셨는데, 당일 모금의 승패는 누구든 먼저 손을 들고 고액기부를 하게 하면 다른 동문들이 ‘경쟁적’으로 할 것이다’라고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 행사의 모금성과는 제법 좋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 점은 동서양이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3. ‘런던 마라톤 모금’이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특히 왜 웹 페이지가 668개냐 될까 의문이 들었죠. 우선 668개의 웹페이지는 당시 런던 마라톤에 참여한 사람들이 모금페이지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즉, 이 연구에서 언급되는 ‘모금가’는 직업적 모금가라기 보다는 마라톤 참여자를 말하는 것입니다.
달리는 모두가 모금가 : 런던 마라톤
런던 마라톤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보며 흥미로운 사실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일단 이 마라톤은 ‘지구에서 가장 큰 규모의 모금행사’라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매년 4월에 진행되는데 올해는 4월 26일로 예정되어 있어 현재 영국에서 모금이 한참 진행 중입니다.
모금은 ‘버진머니(Virgin Money)’라는 회사가 만들어서 제공하는 비영리 모금 플랫폼인 ‘버진 머니 기빙(Virgin Money Giving)’에서 진행됩니다. 마라톤 참가자들은 각자 자기 이름으로 모금페이지를 만들고, 거기에 본인의 사진, 돕고자 하는 단체(5개까지 지정 가능), 그리고 마라톤에 임하는 본인의 생각 등을 올려둡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친구나 가족의 이름을 찾아 기부를 하고 격려의 말을 남기는 시스템입니다. 이 시스템은 버진머니라는 회사가 사회공헌차원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관련 수수료를 전혀 떼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마크 카니 모금페이지 [바로 가서 보기]
위 사진은 영국 중앙은행 총재 마크 카니(Mark Carney)의 모금페이지입니다. 기사에서 고액기부를 보고 나면 평균 기부액이 올라간다고 말한 것은 하단의 Recent Donor에 댓글처럼 기부금액과 그 사람이 남긴 말이 쌓이기 때문입니다. 우측에 보면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모금액도 별도로 올릴 수 있고 총 기부자수와 모금액도 볼 수 있습니다.
또 주목할만한 것은 Running Total 금액보다 그 아래에 Total Raised inc. Gift Aid 금액이 큰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영국의 Gift Aid라는 기부금 세제혜택의 방식 때문입니다. 영국에서는 기부금에 대한 세금혜택을 기부자에게 환급해 주는 것이 아니라 기부금액의 25%에 해당되는 금액이 더해져 기부처에 전달되게 합니다. 현재 한국의 세액공제가 15%인 것을 생각하면 비교할 수 없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총 61,000파운드, 우리 돈으로 9천8백만원 가량으로 굉장히 큰 모금액입니다. 파이낸셜 타임즈라는 매체에서는 본 내용을 기사로 싣기도 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보통은 친구나 가족에게 기부를 요청하지만 영국 중앙은행 총재이다보니 많은 거물급 인사들이 기부에 참여했다, 그리고 이전의 다른 유명 인사들 보다 모금에서 큰 약진을 보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기사는 더 많은 일반 기부자가 참여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재미있는 연구 기사에서 시작해 런던 마라톤 모금, 마크 카니의 모금 관련 기사까지 보고나니, 마치 경쟁처럼 사랑의 온도탑을 올리는 한국의 연말 풍경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개인들이 모금가를 차저해 각자의 자리에서 모금 활동을 열심히 펼치고, 또 그러한 기회를 마련해주고 있는 모습을 보니 한국의 서울마라톤대회 등에서도 이러한 문화를 도입해보면 어떨까 하는 기대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