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은 비영리 역량강화를 위해 모금과 관련된 교육, 정보제공, 출판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모금과 홍보, 브랜딩은 영리 경영, 더 정확하게는 마케팅 지식에서 발전되어 온 것이 많습니다. “비영리 모금이 아니라 비영리 마케팅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을 정도로 비영리 모금, 홍보의 기본은 ‘비영리 마케팅’입니다. 그러나 그간 이 분야에 대한 소개가 많이 되지 못하였습니다.
기부문화총서 5권 「로빈후드 마케팅」의 재판 발간을 기념하여 ‘비영리 마케팅의 원리와 실무적용의 이해’ 특강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특강에서 다루어질 비영리 마케팅 분야에서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논문들을 미리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1979년 미국 Journal of Marketing에 게제된 Michael L. Rothschild의 <Marketing Communications in Nonbusiness Situations or Why It’s so hard to sell brotherhood like soap>을 번역하였습니다.
비영리 마케팅_왜 인류애는 비누처럼 쉽게 팔 수 없을까.hwp 논문형식으로 되어 있어 읽기 불편하신 분들도 있으실 수 있습니다. 사례와 설명을 붙인 다음 글을 먼저 훑어 보시거나 함께 참조하시면서 보시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번역에는 번역자원활동가 박민호 군이 수고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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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It’s so hard to sell brotherhood like soap?
이 논문은 영리의 마케팅과 비영리의 마케팅이 다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마케팅’, 혹은 ‘판다’는 것 부터 이해해야 합니다. 영리와 비영리를 어우르는 마케팅의 개념은 “청중에게 특정 행동을 이끌어내는 커뮤니케이션 전반” 정도로 이해됩니다. 영리에서는 제품구매가 된다면, 비영리에서는 ‘투표하기’, ‘쓰레기분리수거’와 같은 다양한 가치로운 행동들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차이 때문에 영리와 비영리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이 다를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논문은 이 차이를 ‘제품’, ‘가격’, ‘관여도’, ‘세분화’의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용어가 익숙하지 않지만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내용입니다.
1. 제품과 가격의 차이
영리 마케팅에서 제품으로 비누를 봅시다. 비누는 저에게 손을 씻을 수 있게 하는 직접적 편익을 줍니다. 그것을 구입하기 위해서 저는 비누값 천원을 지불하게 됩니다. 참 간단합니다. 돈을 내고 물건을 사서 편익을 누리는 것입니다. 지불하는 것도 편익을 얻는 것도 저입니다.
비영리 마케팅에서의 제품은 좀 복잡합니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봅시다. 분리수거를 하면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지구 전체에 좋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구에 속해 있는 저도 좋습니다. 하지만 직접적인 편익을 느낄 수 없습니다. 이것을 보거나 느낄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비영리 마케터의 첫번째 어려움입니다. 게다가 지불하는 비용도 영리와는 다릅니다. ‘기부요청’의 경우에는 돈을 지불하게 되지만, ‘쓰레기 분리수거’는 쪼그리고 앉아서 플라스틱을 골라 헹궈야 하는 ‘불편함’이 비용입니다. 헌혈은 시간을 내어서 ‘아프고 무서운 바늘 찌르기’를 비용으로 지불해야 합니다.
2. 관여도의 차이
관여도는 상황 관여도, 지속적 관여도, 반응 관여도로 나누어서 설명되고 있습니다. ‘관여도’는 내가 이 제품이나 주제를 얼마나 가깝고 편하게 느끼는가의 문제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영리 제품을 기준으로 보면 상황 관여도의 차이는 껌과 신형 맥북에어 구입의 차이입니다. 즉, 크게 신경쓰지 않고 구입결정과 구매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제품을 상황관여도가 낮은 제품이라고 합니다. 반면, 최신 맥북에어 구매는 다릅니다. 일단 가격이 비싸서 내 주머니 사정도 고려하고, 구매방식을 직구로 할지 국내 매장에서 살지, 인터넷이 나은지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습니다. 이것은 상황 관여도가 높은 제품입니다.
지속적 관여도는 나와 제품 사이의 기존 관계, 즉 익숙함을 말합니다. 익숙하면 관여도가 높고, 익숙하지 않으면 관여도가 낮은 것으로 봅니다. 20대에게 스마트폰은 관여도가 높고, 70대에게는 낮습니다. 이는 양쪽의 스마트폰 사용 경험의 차이 때문이기도 하고, 사회통념상 젊은이의 스마트폰사용은 자연스러운 반면 노인세대에게는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려고 할 때 상황 관여도와 지속적 관여도가 높을 때 더 어렵습니다. 선택해야 할 대안이 복잡한 내용을 담고 있거나(상황관여도 높음), 내 개인이나 사회적 통념이 강할 때(지속적 관여도 높음) 변화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반응 관여도는 앞의 두가지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쳐서 형성됩니다. 여기에서 영리와 비영리의 차이가 나타납니다. 이 논문에 의하면 영리 상품은 관여도가 중간인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비영리 이슈는 관여도가 아주 높거나 낮다는 점에서 영리 상품과 큰 차이가 나고 그렇기 때문에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의 성공율도 완전히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이 그림을 잘 보시면 줄간에 화장실 휴지, 철도이용 같은 것이 있고 속도제한 지키기는 매우 높은 관여도, 쓰레기 안버리기는 매우 낮은 관여도로 나타납니다. 점선의 그림이 영리 제품의 관여도 그래프이고 실선이 비영리 이슈의 관여도 그래프입니다.
3. 세분화의 차이
세분화는 영리 기준에서 보자면, 그 제품을 살 사람한테만 잘 어필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즉, 화장실 휴지는 주요 구매자인 주부에게만 어필하면 됩니다. 모든 주부에게 어필하지 못하더라도 대략 일부 주부에게만 팔려도 성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비영리 이슈의 경우 좌측통행을 우측통행으로 바꾸거나 화장실 한줄서기와 같은 것은 모두가 함께 지키지 않으면 안되는 이슈입니다.
청중을 세분화하여 그 사람들만 설득하거나 던지는 메시지에 반응하는 사람들이 특정 비율 이상이면 되는 영리 마케팅과 달리 비영리의 이슈들은 개인의 특성과 달리 ‘모두’를 설득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 난이도가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논문을 직접 읽을 때 낯선 부분들입니다. 위의 요약설명이 도움이 되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논문은 마케팅이 필요한 비영리의 몇 가지 이슈를 사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원입대인 미국의 경우) 군 입대 설득, 속도제한 운전, 그리고 쓰레기 투기 금지, 투표독려와 같은 사례를 분석하여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사례를 요약하면 다음의 표가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분석에 따라 비영리 마케팅을 시작하기 전에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상황적 관여도와 관련 세분시장’, ‘긍정적/부정적 강화요인’, ‘비금전적 비용’, ‘잠재수요의 정도’, 그리고 영리에서 사용하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이외에 추가로 고려해야 할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논문이 1979년 논문이라 매체와 관련된 제안은 조금 낯설 수도 있으니 감안하시고 보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