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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兆) 기부자의 이야기

최근 언론에 ‘파타고니아 창업주 일가의 4조 지분 기부’ 기사가 대서특필되었다. 비영리에서 활동하고 있거나 기업에서 사회공헌, CSR을 담당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이미 파타고니아의 사회적 책임 활동을 알고 있었지만 이번 기부 소식은 매우 놀랍다는 반응이었다. 매출의 1%를 꾸준히 기부해 오던 기업 창업주의 전 재산 기부! 매년 1억 달러(약 1천4백억)에 달하는 파타고니아의 수익도 전액 기후 변화와 환경 보호 활동에 사용된다는 기사가 모처럼 나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파타고니아 기업을 처음 알게 된 것은 2014년 사회적기업에서 사업을 총괄하고 있을 때다. 파타고니아 한국 지사와 우리는 협력 사업을 함께 하기로 협약을 맺었고, 이 때 한국 지사 대표를 초빙하여 파타고니아 기업의 경영 철학 강의를 들었다. 대표의 강의를 들으며 ‘나눔과 순환’의 가치를 위해 활동하는 우리의 운영 철학과 맞닿아 있어 함께하면 배울 것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다. 당시 대표로부터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이라는 파타고니아 경영 철학서를 선물로 받았다. 책을 읽고 파타고니아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고 창업자이자 저자인 이본 쉬나드를 존경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미지 출처: pixabay.com

이본 쉬나드 회장은 미국 국립공원 암벽 등반 1세대이며 주한미군 근무 시절에는 북한산 암벽 등반로를 개척하기도 했다. 취미로 산을 오르던 그는 1970년대 등산 장비를 직접 만들어 판매하기 시작했고 곧 그 분야 미국 내 최고 공급자가 되었다. 그러나 암벽에 강철 피톤을 박아 빼기를 계속하면서 자신들이 만든 장비가 자연을 훼손하고 있다는 깊은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이후 그는 제품을 만들 때 환경을 보호하는 유기농, 친환경 재료를 쓸 것을 원칙으로 하게 되었고 2001년부터 ‘지구를 위한 1%“라는 조직을 발족시켜 환경 운동 활동가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파타고니아의 홍보 마케팅 방법도 신선하다.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 캠페인은 국내에서 브랜드가 더 많이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으며 현재 세계 최고의 아웃도어 의류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가끔 이윤과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사회적기업 롤 모델을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곤 한다. 나는 주저 없이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을 읽어 보라고 권하거나 선물한다. 누군가는 ‘지구상에서 가장 쿨한 기업, 파타고니아’라 표현했는데 매우 적절한 표현인 것 같다. 국내에 ESG 열풍이 불면서 환경과 사회에 책임감을 갖는 기업 활동이 강조되고 있다. 우리가 빌려 쓰고 있는 지구에서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기 위해서는 기업뿐 아니라 소비자도 환경을 중시하는 소비 생활로 변화가 필요하다.

정낙섭 | (전)아름다운가게 사무지원처장

아름다운가게 창립 모태가 되었던 알뜰시장 봉사와 창립 후 상근자로 20년 동안 활동하였다. 2020년 퇴직한 이후 비영리 조직 운영 경험을 나누는 강사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