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의 신임 소장에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노연희 교수가 취임했다. 기부와 비영리 부문 전문가로 2004년에 기부문화연구소와 만나 20년간 인연을 이어온 노연희 신임 소장을 만나 기부문화에 관한 생각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보았다.

Q. 기부문화연구소 소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시작해 20년 만에 소장이 되셨다고 들었습니다. 소장님은 어떤 분이신지, 기부문화연구소와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2001년에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한국으로 들어와 2003년부터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 교수로 기부와 비영리 부문에 관한 연구를 이어갔어요. 이듬해인 2004년에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에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기부와 비영리 부문 전문가가 필요하다며 함께 하자고 권유해 주셨지요. 그렇게 연구위원으로 합류해 기빙코리아 등 기부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하면서 기부문화연구소와 함께 호흡해 왔습니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노연희 신임 소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노연희 신임 소장

Q.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가 생소한 분들을 위해 기부문화연구소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간략하게 소개해 주세요. 

기부문화연구소는 우리나라 최초의 시민사회와 기부에 대한 연구기관입니다. 국내외를 아우르는 연구 및 발표와 교류로 한국 사회의 성숙한 기부문화 확산에 기여해 왔죠. 기부문화연구소는 기부 행동, 현상 연구를 통해 기부를 왜 하는 것인지 기부행동에 대한 설명을 하고, 그 행동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증명해 왔습니다. 모금 활동을 통해 사람들의 선의가 왜곡되지는 않는지, 기부금은 적절하게 사용되는지, 또는 약자에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적절하게 보호되는지 등을 고민하고 노력하지요. 그 중 대표적인 연구가 ‘기빙코리아(Giving Korea)’입니다.

Q. 기부문화연구소 하면 기빙코리아가 떠오를 정도로 대표적 연구라고 들었습니다. 기빙코리아란 무엇인가요?

2001년 시작된 기빙코리아는 기부자인 시민을 대상으로 기부 행동과 인식을 조사하는 한국의 대표적인 기부지수를 만들어 왔습니다. 기부참여율, 평균 기부금액, 기부처, 기부 방법 등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제기부지수를 산출해 기부의 바로미터를 세운 것이죠.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운 기부 분야의 기초연구를 뚝심 있게 온 결과 통계청에서 기부문화연구소의 문항을 가져다 쓸 정도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기빙코리아는 세계적으로 세 번째로 역사가 오래된 기부지수이기도 합니다. 2015년에는 개인기부 조사와 기업기부 조사, 2016년 개편 후 비영리기관 조사와 개인기부 조사를 격년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실무자와 연구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매년 분석 결과와 원데이터를 공개하고 발표행사를 개최하는 등 국내 기부문화의 트렌드를 짚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어요.

Q. 기빙코리아 조사결과로 본 우리나라의 기부문화는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지는데요.

기빙코리아 연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 정도가 기부한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2022년 기부문화연구소가 2,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기빙코리아 자료를 보면 2021년 기준 한국 시민들의 기부 참여율은 약 61%입니다. 코로나 19라는 위기 앞에서도 적극적으로 타인을 위해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겁니다. 사회적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한국 시민들의 공동체 인식이 낮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죠. 이러한 우리나라의 독특한 나눔 문화로 발전시킬 가능성은 세계 어느 국가보다 크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이들이 기부를 통해 공동체와 사회적 연대의 가치를 지향하고 있으니까요.

Q. 누군가 왜 기부를 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답해주시겠어요?

연구자 관점에서 대답해 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첫 번째로 기부는 선한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라는 것입니다. 기부자를 직접 만나고 조사할수록 선한 마음을 갖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기부는 강제성이 없는 자율적 행동입니다. 기부자 조사 결과, 철저하게 자율적이고 개인적인 선택으로 기부를 하며, 기부를 통해 얻는 즐거움이 크다는 것을 알기에 하는 행동이라는 겁니다. 기부하는 사람일수록 높은 삶의 만족도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고 사회에 대한 신뢰도 또한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세 번째로 기부란 본능이에요. 인간은 본능적으로 타인과 함께 무언가를 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으며,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이 기부인 것이죠.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노연희 신임 소장이 환하게 웃고 있다

Q. 기부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취임하셨습니다. 20년간 기부문화를 연구해 오며, 축적해온 내공을 발휘할 시간이 아닌가 싶은데요. 취임 소감과 함께 향후 계획이 있다면 듣고 싶습니다.

소장 취임이 결정되고 기부문화연구소와 함께한 20년의 세월을 돌아보았습니다. 사회복지분야 연구자로 오랜 시간 걸어오며 남이 알아주든 그렇지 않든, 속도가 빠르거나 느리거나 주어진 일이라 생각하며 묵묵히 걸어온 방향성이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와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껏 기부문화연구소를 이끌어온 활동가, 연구원분들의 노력과 열정, 사명감의 깊이를 잘 알고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 지금까지 해 온 연구사업들을 잘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 파트너가 되고 싶습니다. 우리 사회 더 많은 사각지대를 발견하고 이웃의 손을 마주 잡는 것.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연구, 교육 활동은 바로 함께 해주시는 기부자님들의 ‘나눔’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 의미 있는 나눔이 헛되지 않도록, 기존 연구를 잘 유지해서 지켜나가며 한국 사회의 성숙한 기부문화 형성을 모색해 나가겠습니다.

Q. 기부문화연구소 일원, 나아가 기부자와 기부를 고민하는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다면 들려주세요.

앞서 말씀드렸지만 기부란 선한 인간의 본능적인 행위이며, 인간이 인간을 위해 할 수 있는 또는 개인이 전체사회 발전을 위한 최고의 자율적 행동입니다. 그 행위에 특별한 충족감과 만족감이 있고요. 기부자들도 입을 모아 ‘기부가 주는 기쁨의 퀄리티가 다르다’, ‘가장 빠르게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이다’라고 말합니다. 기부로 퀄리티가 다른 행복을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글|김유진
사진|임다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