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1일 국회박물관에서 개최된 ‘위헌 심판대에 선 비영리법인 허가주의’ 긴급토론회는 현행 민법 제32조가 가진 법적·실무적 한계를 각계 전문가들의 발표와 실증 데이터를 통해 심도 있게 파헤친 자리였습니다. 현행 민법 제32조는 ‘학술, 종교, 자선, 기예, 사교 기타 영리아닌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사단 또는 재단은 주무관청의 허가를 얻어 이를 법인으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허가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법인 설립을 포기하거나 장기간 대기하는 상황에 놓인 경우도 발생합니다. 이에 따라, 이번 토론회는 서울행정법원의 위헌법률심판 제청(2025아12945)을 계기로, 시대착오적인 ‘허가주의’ 체제가 시민사회의 자율성을 어떻게 위축시키고 있는지 점검하였습니다.

허가주의의 위헌성과 국제적 흐름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법무법인(유한) 태평양의 김경목 변호사는 민법 제32조가 구체적인 허가 요건을 법률에 정하지 않고 행정청의 광범위한 재량에 맡겨둔 점이 헌법상 의회유보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영리법인은 법적 요건만 갖추면 설립되는 ‘준칙주의’를 적용하면서 비영리법인만 ‘허가’라는 이름으로 사전 통제하는 것은 평등원칙 위반 소지가 큼을 데이터로 강조했습니다.
*의회유보 원칙: 국민의 권리·의무에 관계된 본질적 사항은 위임입법을 허용하지 않고 의회가 직접 법률로써 규율해야 한다는 헌법상 원칙.
법인 설립 체계의 불균형 (2023년 법인세 신고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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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
전체 법인 대비 비율 |
설립 방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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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법인 |
95.9% |
준칙주의 (요건 충족 시 등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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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법인 |
4.1% |
허가주의 (행정청의 광범위한 재량) |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이동진 교수는 비영리법인 설립에 대한 국가의 관여 방식을 국제적인 시각에서 분석했습니다. 독일(2002년 개정)과 일본(2008년 일반법인법 시행) 등 주요 선진국은 이미 재량을 배제한 준칙주의 또는 인가주의로 전환했고 OECD 국가 중 대한민국처럼 광범위한 재량을 인정하는 허가주의를 고수하는 나라는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19세기적 특허 관념에 머물러 있는 허가주의는 21세기 대한민국의 성숙한 시민사회 역량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체계적인 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습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고무줄 기준’과 행정 장벽
실제 현장 사례를 발표한 한국공익법인협회의 김덕산 이사장은 ‘청소년직접행동’의 설립허가 과정에서 겪은 여성가족부의 자의적 처분에 대해 다뤘습니다. 주무관청이 내부 지침에도 없는 ‘기본재산 기준금액’이나 ‘전국 단위 사무소 확보’ 등을 요구하며 설립을 반려하는 행태는 사실상 사전 검열 기제로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실제로 정보공개청구 결과, 동일 부처 내에서도 어떤 법인은 기본재산 없이 설립된 반면, 다른 법인은 수천만 원의 출연금을 약속하고도 ‘재정 안정성’을 이유로 반려되는 등 행정의 비일관성이 극에 달해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학계와 현장의 목소리
한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송호영 교수는 법원이 민법 제31조를 “법인의 자유설립을 부정하는 조항”으로 곡해해온 점을 비판했습니다. 그는 민법이 앞문(설립허가)은 빗장 걸어 잠그면서, 정작 뒷문(소송상 당사자능력 등)은 열어두어 수많은 비법인사단을 양산하고 거래 안전을 해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한국YWCA연합회의 박동순 국장은 한국YWCA의 50개 지역 조직을 법인화하는 과정에서 겪은 혼란을 공유했습니다. 동일한 조직이고 사단법인임에도 지자체나 부처마다 요구하는 기본재산 규모와 정관 내용이 천차만별인 실태를 공유하여 행정의 비일관성을 증명했습니다.
실증 조사로 본 허가주의의 비규범성
마지막으로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의 연구위원인 김정연 교수는 실증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주무관청 개념의 무한 확장 문제를 짚었습니다. 독립기구인 선관위, 감사원뿐만 아니라 국회사무처까지 허가권을 행사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광범위한 체제가 신청인에게 과도한 비용을 전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설립 요건이 법률이 아닌 불투명한 내부 가이드라인에 의존하고 있어 예측 가능성이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비영리법인을 국가의 통제 대상이 아닌 사회 혁신의 파트너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사회적 영향력이 더 큰 영리법인은 준칙주의로 열어두고, 비영리 법인의 성장은 허가제로 가로막고 있는 기형적인 구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앞둔 지금, 이제는 70년 된 낡은 민법의 틀을 깨고 비영리 법인의 설립을 준칙주의로 전환하여 결사의 자유를 온전히 보장해야 할 때입니다. 투명성과 책임성은 설립 단계의 장벽이 아닌, 설립 이후의 철저한 사후 관리 시스템을 통해 담보하는 것이 민주적 법치국가의 헌법 정신에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함께 보면 좋은 콘텐츠]
KPCA 한국공익법인협회. (2026. 04. 01.). [2026년 긴급토론회_ 위헌 심판대에 선 비영리법인 허가주의] [Video]. YouTube.
담당자 입맛대로 비영리법인 허가? “70년 낡은 규제 폐지할 때.” (2026. 04. 06). 소셜임팩트뉴스.
자선단체도 국가 허락 받으라?. . .위헌 판단 앞둔 ‘비영리법인 허가제.’ (2026. 04. 01). Daum | 국민일보.
“비영리법인 허가를 왜 국가가. . .” (2026. 04. 05). 법률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