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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법의 선동, 숙의의 민주주의
‘선동’이라고 하면 우리는 흔히 거짓 정보로 대중을 속이거나 특정 의도를 가지고 여론을 조작하는 악의적인 행위를 떠올린다. 국어사전에서는 ‘남을 부추겨 어떤 일이나 행동에 나서도록 함’이라고 푼다. 영어사전을 찾아보니 ‘demagoguery’는 좋은 생각 혹은 도덕적으로 올바른 생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방법으로 지지를 얻는 행동을 뜻한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선동의 배경에는 복잡한 정책 현안을 ‘우리 대 그들’의 이분법으로 환원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자리잡고 있다. 정치인이나 행정가, 또는 학자가 아닌 일반 시민이 사회 문제에 관한 사실과 이에 관한 주장의 옳고 그름을 일일이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문제를 쉽게 이해하는 방법을 갈망하게 되는데, 선동이 이 점을 파고드는 것이다. 우리는 좋은 것이고 그들은 나쁜 것이니 어떤 주장을 어느 편이 하는 것인지로 판단하라고 설득한다. 이는 일종의 갈라치기다.
선동은 명쾌하지만, 여기에 빠져들면 공론의 장에 이것 아니면 저것, 우리 아니면 저들만 남는다. 민주주의 핵심인 숙의, 즉 다양한 토론의 공간은 사라진다. 즉 선동은 민주주의의 적이다. 그렇다면 선동가를 배격함으로써 선동이 유발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선동에 호응하는 사회 분위기, 즉 선동 문화가 그대로 유지되는 한 선동가가 계속 등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우리는 선동가가 되지 않는 한편, 선동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비영리 활동가로서 시민들을 설득할 때 우리와 그들의 이분법으로 주장을 단순화하여 문제를 호도하지 않도록 하는 한편, 시민으로서 누가 하는 주장인지를 살펴 섣부르게 판단하는 대신 사실과 주장의 근거를 살펴야 한다. 그렇게 살펴보니 양쪽의 주장이 사실 별 차이가 없거나, 똑같이 잘못됐을지도 모르지 않는가.